방송인 손범수

녕하세요.” 밝게 웃으며 들어오는 그의 깔끔한 룩에 먼저 시선이 갔다. “영화 ‘여배우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사회를 보고 오는 길이예요.” 손범수 MC는 이날 블랙 컬러의 예복에 화이트 컬러 셔츠와 포켓스퀘어로 멋스럽게 매치한 모습으로 등장했다.그는 공식적인 업무가 아닌 이상 청바지와 캐주얼 셔츠와 재킷을 즐겨 입는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스케줄 상 슈트를 입을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저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팔이 긴 편이라 국내 기성복보다는 맞춤복을 즐겨 입습니다. 허리 라인이 들어가고, 몸에 딱 맞게 피트 되는 슈트를 좋아하거든요. 몸에 딱 맞는 슈트야 말로 남자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것이 아닐까요.”MONEY는 손범수 MC에게 완벽하게 어울릴 ‘소프트한 느낌의 유러피언 슈트 룩’을 준비했다. 올 겨울 슈트 트렌드에서 절대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영국풍 무드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방송인답게 스마트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풍기게 하기 위해서 그레이시 블루 컬러 슈트를 선택했다. 여기에 스카이 블루 배경에 브라운 체크 패턴 셔츠와 카멜 컬러 타이, 행커치프로 소프트한 느낌을 살렸다. 함께 입은 코트는 차콜 그레이 컬러 셋인 코트다.평상시 손범수 MC는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보다는 기본 컬러 셔츠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같은 화이트 셔츠라고 해도 조금씩 컬러와 디자인이 다른 화이트를 선택한다던가, 소매나 셔츠 깃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공식석상에 서는 일이 많기 때문에 화려한 컬러는 배제하는 편이라고. 그는 이날 입어 본 코트처럼 그레이 컬러나 카멜 컬러의 코트를 좋아한다면서 봄과 가을에는 트렌치코트와 같이 조금 편안한 룩도 좋아한다고 했다. “캐주얼웨어의 경우 아내가 센스 있게 골라주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골라주는 옷을 고집스럽게도 입지 않겠다고 우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내가 골라주는 옷이 최고더라고요.”손범수 MC는 KBS 공채 17기 아나운서 출신이다. “대학에 입학하던 날 교정을 걷는데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오더군요. YBS 연세 교육 방송 ‘백양로’ 아나운서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끌려 그 길로 응시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사람의 운명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처음 들어섰던 그 길로 걸어 온지 20년이 지났네요.”요즘 그는 2주에 한 번 일요일마다 KBS 2TV의 퀴즈쇼 ‘1대 100’ 프로그램 촬영을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촬영에서 100명의 일반인들을 모두 인터뷰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필수다. “1대 100을 진행한 지 이제 2년 정도가 돼 가네요. 시청자 반응이 좋아 보람 있게 진행하고 있어요.”그는 한 프로그램을 오래 이끄는 장수 MC로 유명하다. 혹시 그만의 비결이 있는지 궁금했다. “별다른 비결은 없습니다. 지난 20년간 한량없는 축복을 받은 것 같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것 같아요.”손범수 MC가 처음 전담 프로그램을 맡은 것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사 1년 만에 맡은 ‘열전 달리는 일요일’이었다. “선배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제가 물려받았죠. 일요일 오전 10시 젊은이들이 출연해 활기차게 웃음을 전달하는 내용이었습니다.”이후 그는 MC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반듯하고 지적인 인상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20년간 교양과 예양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KBS 연기대상 등 많은 행사의 단골 진행자이기도 하다.그가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딱 하나만 고르라면 1992년부터 1999년 말까지 진행했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가 아닐까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동물들을 의인화시켜 표현했던 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동물들을 각각 표현해 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화면과 대본을 무수히 반복해 보면서 연습했죠.”그가 진행한 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의미 있었고 이웃사랑 실천의 원천이 된 1000원의 기적 ‘사랑의 리퀘스트’도 빠질 수 없다. 그는 “사랑의 리퀘스트는 방송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병마에 고생하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사고를 당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그분들을 소생케 한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말을 잇는 손범수 MC의 억양이 사뭇 진지했다. “한 통화에 1000원씩 사랑을 모으는 프로그램, 국민들과 병상에 있는 분들의 브리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그에게 방송이 천직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일을 시작할 때 업무와 자신만의 자질이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행복한 케이스가 아닐까요. 하지만 ‘죽을 때까지 방송 일만 하겠다’는 고집은 부리지 않습니다. 이제 40대 후반의 나이이니 앞으로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죠.”지난 시간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손범수 MC. 그는 한번 의사결정을 내린 일은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는다. “결정하기 전에는 고심하며 심사숙고 합니다. 하지만 한번 내린 결정은 100%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지난 20년간 내실을 채우지 못한 채 빠르게 달려오기만 했습니다. 그간 매일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 자신을 재충전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17일 아침마당 MC를 그만 둔 후부터 제 자신을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상하이, 미국, 캐나다 등 굉장히 많은 곳에 여행을 다녔고, 큰 아들이 캐나다로 유학을 가기 전부터 함께 드럼을 배우기도 했어요.”마지막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저에게 부여해 준 이미지만으로도 너무 감지덕지합니다. 평생 이 이미지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제 몫이겠죠. ‘방송은 남는 것이 없다’던 옛 선배의 말이 떠오르네요. 지금은 방송 채널을 다시 돌려보는 프로그램도 생겨났지만, 예전에는 한번 방송된 내용은 전파와 빛으로 다 날아가 버린다는 의미였습니다. 자칫하면 내 자신을 채우는 것보다 내뱉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바로 방송 일이죠.” 때문에 그는 자기 자신을 채우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 다짐했다. “자신의 마음과 머리를 갈고 닦아야 자연스럽게 좋은 멘트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뿜어내기만 했다면 앞으로는 언젠가 인생의 후년이 됐을 때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허탈해 하지 않게끔, 내실을 다질 계획입니다.”연세대 경영학과 졸업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KBS 공채 17기 아나운서 입사1997년 프리랜서 아나운서세계평화아동축제 아동평화대사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겸임 교수 역임한국 유니세프 특별대표 겸 이사(현)글 김가희·사진 이승재 기자 holic@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