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로 몸 단련, 복분자로 마음 수련…KD파워 박기주 사장

파워 박기주 사장의 첫인상은 경영자라기보다는 학자나 연구원 같았다. 맑은 얼굴에 차분한 음성이 인상적이었다. 김포공장 주차장에 마중을 나온 그는 인사를 나눈 후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 서명이 들어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그날 쓸 명함에 좋은 기운을 담아 서명을 한다고 했다.기자 일행을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한 후 그는 그날 인터뷰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공장과 토굴 견학, 회사 설명까지 30분 간격으로 일정을 짜놓았다. 전기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답게 인터뷰도 표준화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회사 설명을 들으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현재 KD파워가 주도하고 있는 춘천IT산업복합단지 건설이었다. 춘천복합IT산업단지는 KD파워 4개의 사업장과 협력사 등이 힘을 모아 건설하고 복합단지이다. 이곳에는 공장과 연수원, 주거시설, 예술관 등이 들어선다. 박 사장은 이 중 담(DAMM)이라고 이름 붙인 예술관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아마 처음일 겁니다. 몇 년만 있으면 전후 베이비세대가 은퇴를 합니다. 연수원에서는 그분들을 교수로 초빙할 계획입니다. 그분들을 위해 단지 내에 주거시설도 함께 건설할 계획이고요. 예술관인 담에는 국내외 예술인들을 초빙해 대단위 아트촌을 만들 계획입니다.”“전체 사업비는 5500억 원입니다. 2014년 입주를 완료하면 1만1000명이 상주하게 됩니다. 저희는 그저 바람잡이 역할만 할 뿐입니다. 초기에 어떤 바람을 일으키느냐가 중요한 거죠.”“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시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나뉘는 디지털 방식은 이미 레드오션이에요. 지금은 아날로그 방식에 주목할 때입니다. 0과 1 사이에서 정답을 찾는 게 아날로그 방식인데, 저는 그 해답을 아트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예, 다 진품입니다. 회사 정원 보셨죠. 거기 있는 소나무들도 보통 몇 백 만 원 이상 가는 것들입니다. 동기부여 차원에서 그런 일을 하는 겁니다. 이런 작품들 속에 있으면 자신이 싸구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또 하나, 공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공장답지 않은 공장’, 거기서부터 고객들을 유혹하는 거죠.”경영자로서 박 사장은 불꽃열정, 긍정, 유혹 등의 단어를 좋아한다. 특히 유혹이라는 단어를 중하게 여긴다. “경영은 유혹이다”고 정의할 정도로. 그는 회사의 대표로 직원들을 유혹하고, 고객을 유혹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취미를 넘어 사업화해도 될 수준에 이른 복분자주 제조에 대해서도 그는 유혹을 강조한다. 그는 “술 만드는 것은 효모들이 미치도록 유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여준 토굴은 효모들이 활동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복분자주의 숙성에 좋은 일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토굴을 짓고, 햇빛을 차단하고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고 있었다.박 사장은 복분자로 유명한 전북 고창이 고향이다. 고창이라는 공통분모가 그와 복분자의 인연을 맺어준 것이다. 4년 전 고향에 들렀다 어떤 방법으로 고향에 기여할까를 놓고 고민하던 그는 일본 미쓰비시가 VIP 고객에게 그들이 직접 빚은 청주를 선물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고향의 전통주도 개발하고, 회사에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돼 1석 2조의 효과가 있겠다고 그는 판단했다.올해로 복분자주를 빚은 지 4년째, 처음에는 실패도 겪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초기에는 술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술 전문가들이 전하는 양조법이란 게 99%가 일반인들도 아는,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돌아가 스스로 양조법을 개발했다.무슨 음식이든 원재료가 중요하다. 그는 고창에서도 최고로 치는 동네의 복분자를 사들였다. 선운사에서 가까운 그곳은 토질이 복분자에 좋은 황토이면서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고스란히 맞는 곳이다. 약도 치지 않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일반 복분자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최고를 고집하는 그에게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열정적으로 복분자주를 만들었지만 첫해 만든 복분자주는 실패작이었다.“성공하기까지 지인들이 임상실험의 대상이었죠. 첫해 빚은 술 때문에 지인들이 고생을 좀 했습니다. 숙성을 잘못 시켜 실패했거든요.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음식은 매뉴얼이 없습니다.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알맞게’가 얼마 만큼인지 가늠하기 어렵잖아요. 기준점을 찾고 매뉴얼을 갖추는 데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실험과 연구를 통해 그는 지금의 무광 저온 발효법을 찾아냈다. 더욱 좋은 복분자주를 위해 지하수를 퍼 올렸고, 숙성에 좋은 숨 쉬는 항아리를 사들이기도 했다. 2년 동안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숨 쉬는 항아리에서 숙성된 복분자주는 대성공이었다. 이날 그가 내놓은 복분자주는 숙성이 잘 돼 신맛과 알코올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었다.“‘박씨도가’, ‘천샘’이라는 상표도 등록했습니다. 아직 시판을 하지 않았지만 술병과 잔 등은 개발이 끝난 상태입니다. 복분자주 한 병이지만 여기에 특허만 13가지가 있습니다. 이만하면 시중에 내놓을 만하지 않습니까?”박 사장은 본업이 아닌 복분자주 하나를 만드는 데도 온 열정을 쏟았다. 그는 몰입이 좋다고 했다. 뮤지컬 등 공연을 자주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주 2회 이상 공연을 보러 간 덕에 지난해에는 인터파크에서 그해 공연을 가장 많이 본 사람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저희 공장이 다른 데와 좀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큰돈을 들인 것은 아니거든요. 그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남들과 비슷하지만 차별화를 이루는 것, 공연을 보고 감각을 키우면 그게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예술을 통해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대신 그는 골프는 하지 않는다. 중소 제조업을 하는 CEO는 골프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제조업의 특성상,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골프는 자제하는 게 마땅하고 그는 생각한다.골프는 하지 않는 대신 그는 MTB로 건강을 다진다. 지인의 소개로 MTB를 시작한 지 벌써 8년째다. 그는 새벽 4시 30분이면 MTB를 몰고 집을 나선다. 1시간 정도 한강고수부지를 달리고 나면 하루가 가뿐하다. 토요일에는 동호인들과 MTB를 탄다. 동호회 이름은 ‘팔팔하게 88세까지’란 의미에서 88MTB이다. 그는 MTB를 몰랐다면 지금처럼 건강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짧은 시간에 높은 운동 효과를 보려면 MTB만한 게 없습니다. MTB를 타면 우선 하체가 튼튼해지고, 피부가 몰라보게 좋아집니다. 노폐물이 빠지면서 피부가 좋아지는 거죠. 제 피부 괜찮지 않습니까?(웃음) 일주일에 2~3번만 자전거를 타면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마라톤이나 등산은 무릎에 무리가 가서 나이가 들면 하기 힘들지만, 자전거는 나이가 들어도 탈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장점이 많은 운동이죠.”그의 MTB 예찬론은 그칠 줄 몰랐다. 복분자주에 그랬던 것처럼 그는 MTB에도 몰입하고 있었다. “몰입하고 즐겨야 사업도 인생도 완성된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프로필>한양대 공대대담 임혁 편집장·정리 신규섭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wawoo@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