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명 ‘빼빼로 데이’였던 지난 11월 11일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이 180명 임직원 전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다.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있다 보면 마치 물고기가 퍼덕거리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답장이 옵니다.답이 없는 직원에겐 나중에 만났을 때 다음부턴 꼭 보내라고 하기도 하죠.하하.”LIG투자증권은 지난해 증권업에 진출한 신설증권사 8곳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증권사라는 평가를 듣는다. 작년 8월 영업을 개시한 뒤 4개월 만인 11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한 LIG투자증권은 지난 10월까지 1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신생증권사로선 최초이자 최장 기록이다. 흑자대열에 합류했던 몇몇 증권사들이 하반기 들어 적자로 돌아서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LIG투자증권의 흑자행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유흥수 사장은 LIG투자증권의 이 같은 발전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취임 초기엔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갑’ 출신이 금융회사의 CEO로 안착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의혹(?)을 받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그 어느 회사의 CEO보다 유 사장의 성과는 빛나고 있다.유 사장은 “이제 튼실한 송아지 정도는 됐다”며 “앞으로 LIG투자증권을 우량한 황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의 초대 사장의 역할은 자손 대대로 살아갈 집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수익기반 마련과 거점망 확보,조직문화 형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우선 우리의 무형자산 1호인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얘기하고 싶다. 많은 걱정 속에서 시작했지만 어느 곳보다 먼저 흑자를 거두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과 10월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 10월까지 누적흑자 규모도 신생사 중에서 가장 컸다.굳이 비결이라면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수익에 초점을 둔 경영을 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본다. 금융은, 더더구나 그룹계열 금융회사의 경영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같다.페이스를 잘 조절해야 한다.인테리어에 수십억 원 들여 샹들리에를 하고,종업원들이 제복입고 서빙하는 음식점이라고 해도 손님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허름한 집에서 콩국수를 팔아도 손님들이 줄 서 있는 식당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다.”“설립 초기엔 8개 증권사가 한꺼번에 생기다 보니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몇 번씩 찾아가 삼고초려를 해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옮기기로 약속해 놓고서도 집에서 아내가 신설증권사라며 말리는 바람에 담당자가 부인을 설득하러 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스로 찾아오는 인력들이 많아졌다. 반년 정도 흑자를 계속 이어간 뒤인 지난 8월부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내년 초 지점 개설을 준비 중인 대구엔 LIG손해보험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벌써부터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는 팀들의 연락이 오고 있을 정도다.작년엔 그렇게 구하기 어렵던 IB(투자은행)본부장을 지난 8월에 뽑을 땐 8번이나 면접을 봤다.”“금융회사의 초대 사장으로서 첫째 역할은 확고한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거점망을 확보해 종합증권사로서 면모를 만드는 것,마지막으로는 LIG투자증권만의 문화를 형성토록 하는 것이다.”“수익원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강점을 지니고 있는 법인 영업은 더욱 강화할 것이다.신설 증권사 중에서 국민연금과 거래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설립 첫날부터 분석보고서를 내는 등 리서치부문에 힘을 실었던 것이 효과를 봤다. 리서치자료를 보내는 수신처도 대형사가 1000개 수준이지만 우리는 1200곳에 이를 정도다. 올 상반기에 만든 트레이딩본부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IB본부도 만들어서 범 LG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벌써 IPO(기업공개) 주관증권사 계약 제의도 받았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수수료 인하 압력이 있지만 소매도 밀착 영업으로 활로를 찾아갈 것이다.”“지금 LIG투자증권에 필요한 일은 자손 대대로 살 집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전문경영인이라면 적자를 내는 소매영업 분야를 키우기 위해 점포를 계속 내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집을 짓는 데 단순히 잠이나 잘 수준으로 거처를 마련해서는 안 된다. 큰 집을 지어서 증손자 고손자까지 뛸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하는 것이 초대 사장으로서 나의 역할이다.”“대우 우리 대신 등 여러 증권사 출신들이 모인 곳이 바로 LIG투자증권이다. 한번은 전임직원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여러분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우리 회사 직원들은 멀쩡한 회사 그만두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신생증권사를 찾아온 ‘위대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Passion & Dream(열정과 꿈)’이다. 열정을 가지면 꿈을 이룰 수 있고,꿈을 이루기 위해선 열정이 있어야 한다.열정은 학벌 문벌 연령 그리고 과거를 넘을 수 있는 힘이다. 회사 내 어디서든 이 글을 적어놓은 액자가 보이도록 해놨다.신입사원을 뽑으면 큰 소리로 이 글을 읽어보라고 하기도 한다.”“3개월에 한 번씩은 새로 들어온 직원들과 그 위의 담당부장 담당본부장을 모아 식사를 한다. 술을 한 잔씩 주고받고 얘기를 나눈다. 어떤 직원은 직장 생활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사장 옆에서 밥을 먹어봤다고 하더라. 또 점심 먹으러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트레이딩팀 등과는 도시락을 주문해 회의실에서 번개 점심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꼭 하려고 하는 것이 직원들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것이다. 180명 모든 임직원의 사진이 들어간 조직도를 집무실 책상과 테이블,승용차,집 식탁과 침대 옆에 두고 수시로 본다. 모두 집에선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다. ‘어이’하는 것과 이름을 부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 500명까지가 한계라고 하던데 해볼 때까진 해보려고 한다.”“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면서 직원들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면 어디든 창이 보이게 했다.직원들 자리를 창가 쪽으로 빼고 대신에 임원실을 가운데로 넣었다.인테리어 업자가 20년 가까이 그 일을 하는 동안 직원자리가 더 좋은 회사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직원들 간에 단합이 잘된다. 우수한 인재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잘 얽혀 탄탄한 팀웍을 구축하고 있다.“어딘가에서 신흥강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선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 한 자리에서 토실토실한 병아리라고 말했더니 송아지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하더라. 자평한다면 튼실한 송아지는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우량한 황소로 키워내 기대에 보답하겠다.”“금감원을 그만두고 증권업협회 자율규제위원으로 있을 때다.부탁을 받아 카드를 신청했는데 비상근이라고 했더니 발급이 안 됐다.지금도 힘들거나 화가 날 땐 박탈감,고독감,좌절감 등이 컸던 당시를 생각한다. 그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 지금의 일에 전력을 다하게 된 것 같다.철저하게 장사꾼이 되려고 한다.현재 상태에서 ‘지금 8개인 지점을 앞으로 몇 개로 만들겠다’라든지 ‘이익을 얼마 내겠다’라는 수치는 의미가 없다. 다만 흑자기조를 이어가면서 중견 증권사 수준으로 클 자신은 있다.”고려대학교 경제학과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국장금융감독원 총무기획담당 부원장보LIG손해보험 사내이사글 조재희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