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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0월0일 오전 부산의 모 아파트 화단에 김모(80·여) 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이웃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추석을 쇠러 아들 집에 왔던 김 씨가 며느리와 통장 관리 문제로 말다툼을 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무엇이 이 할머니로 하여금 자살하게 만들었을까? 자살의 원인을 단순히 통장의 소유권 다툼으로 한정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엔 며느리가 시집을 오면 시어머니는 곳간 열쇠를 바로 며느리에게 건네 주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넘겨 주었다. 시어머니는 곳간을 통해 집안의 재산을 관리하였고, 이는 곧 집안 여인들의 권력을 의미하였다. 집안의 풍습이나 분위기를 모르는 며느리에게 열쇠를 건네 주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어머니는 상당한 기간 동안 며느리를 눈여겨보면서 마음 속으로 ‘이제 열쇠를 주어도 충분히 집안 살림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 곳간 열쇠를 맡긴 것이다.곳간 열쇠를 받았다는 것은 며느리로서의 존재를 인정받는 뜻도 되지만 한 집안의 권력이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곳간 열쇠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재산을 보관하는 장소를 관리하는 것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의미는 권력 혹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징인 것이다.이렇게 볼 때 김 할머니를 자살로 이끈 통장은 단순히 재산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장의 관리를 통해 본인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던 할머니는 통장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심한 불안을 느꼈을 것이고 자신의 존재감과 연결되는 순간 존재의 가치가 사라지게 되면서 자살을 택한 것이 아닐까?사람들은 누구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하며,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지위가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지 받고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위의 사례처럼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 받지 못할 경우에 느끼는 상실감은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존재감과 같이 우리가 어떤 행동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을 ‘욕구’라고 한다.욕구는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충족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 욕구는 보편적인 것으로 이념, 언어, 나이, 지역, 문화를 뛰어넘는 것이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우울하고, 허전하고, 슬프고,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는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흐뭇하고, 만족스럽다.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그 순간을 말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나의 원함을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나의 원함을 상대에게 강요하게 되면 상대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게 되고,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나와의 인간관계를 단절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여기서 퀴즈 하나.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복합기’(프린터, 팩스, 스캐너를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와 ‘용산 참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정답은 두 가지 모두 ‘갈등’의 산물이란 것이다. 이처럼 갈등은 우리에게 굉장히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혹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갈등은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욕구 충족 방법이 다른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써는 생존, 자유, 즐거움, 소속과 사랑, 힘과 성취의 욕구로 분류하였는데 어떤 사람은 즐거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술을 먹는 사람이 있고, 가정에서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이처럼 즐거움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같더라도 그 방법이 다를 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겨울이 되면 졸업과 입학 시즌이 다가오게 되는데 이 때쯤이면 집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곤 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녀가 원하는 진로가 각기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 모두는 행복을 위해 선택하려고 하지만 서로가 선택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일들은 가업 승계의 경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창업자가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가족 내부의 갈등이다. 창업자에게 있어서 기업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간혹 주변에서 일평생 피땀 흘려 만든 기업이 후계자의 실수로 한 순간에 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해지게 되며, 이로 인해 창업자는 후계자 선정에 신중하게 된다. 아마도 이 때 창업자가 후계자를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안전일 것이다. 누구에게 기업을 물려줬을 때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창업자는 후계자 후보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다른 갈등의 대상은 기업의 기존 직원들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를 물려줄 때도 집안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지만 기업의 리더가 바뀔 때는 더욱 큰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기존의 직원들은 일단 조직의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리더가 바뀜에 따라 ‘회사 내에서 내 위치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내가 계속해서 이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가업 승계에 따른 영향은 거래처에도 미치게 된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지만 체제의 변화에 따라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지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한 것이다.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다. 아버지가 창업한 업종을 자식들이 물려받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이다. 특히 가업이 이른바 3D 업종일 경우 자녀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자, 그럼 어떻게 이런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다. 창업자의 두려움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창업자의 노고를 충분히 인정하고 경영 자문 등을 통해 창업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업을 승계하지 못한 가족들에 대해서는 생존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가업을 승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 가족들은 장래의 생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생긴 분쟁이 세간에 화제가 됐던 H그룹과 D그룹의 경영권 다툼인 것이다.기존 직원들에 대해서도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급격한 변화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보다는 먼저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서서히 조직에 변화를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그리고 거래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거래처가 거래를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업을 승계시킬 계획이 있다면 초기부터 거래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항구에서 대도시로 활어를 운반할 때 수조에 물고기의 천적을 함께 넣어 운송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방법이다. 천적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먹이를 먹고, 운동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싱싱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갈등도 이와 같다. 우리에게 아직까지 갈등은 굉장히 낯설고 친근하지 않다. 그러나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에는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갈등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를 바란다.<발문>곳간 열쇠를 받았다는 것은 며느리로서의 존재를 인정받는 뜻도 되지만 한 집안의 권력이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갖는다.<저자>최환규코칭엔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