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
증권시장에서 황소는 강세장을 상징한다. 토러스(황소자리를 의미)투자증권의 김승현 리서치센터장도 올해 상반기에는 회사 이름에 걸맞게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군림했다. 그는 재고순환지표 등 경기선행지수를 근거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며 2분기 코스피지수 상한선을 1500선으로 제시했었다.그러나 그는 하반기 증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경기 회복속도가 너무 완만해 증시가 빠른 속도로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3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수는 115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굴곡이 심해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이 될 것”이라며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IT 자동차 등의 대형 우량주에 집중하되 기대수익률은 낮춰야한다”고 충고했다.사실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저점이 와서 기대감이 살아났다. 그 덕분에 시장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그 기대 수준 이상을 충족시켜야 추가적인 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상반기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효과가 컸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정책효과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대와 현실 간의 조화가 주식시장의 가격을 결정한다고 본다면 이런 상황이 가격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올해 3분기에는 가격조정을 받아 지수가 1250선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에는 상승에너지를 채워가면서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지수가 1500포인트를 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미국은 1차 부양책 때 8000억 달러를 썼다. 지금 2차 추가부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3000억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다. 통화정책을 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인플레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제 돈을 풀 여력이 별로 없다. 민간부문에서 수요가 창출돼야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어 소비 투자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중국은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경제의 펀더멘털은 미국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부동산만 해도 미국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중국은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재정정책은 미국 못지않은 수준에서 집행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총통화(M1)가 급증하지만 유동성지표인 M2는 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대미 수출비중도 10%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내수의존도가 더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주가도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대미의존도도 높고 특히 은행들은 미국 금융기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은행이 달러를 풀지 않으면 한국의 금융기관은 금융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익구조도 악화된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증시가 2000포인트를 넘으려면 적어도 국내 기업들이 2008년 2분기에 기록했던 이익 최고치를 넘어야한다. 또 이익뿐만 아니라 성장률과 할인율도 중요하다. 지금은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커서 할인 폭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큰 폭의 상승이 어렵다. 실업률도 미국을 기준으로 6∼7%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려면 2011년 이후가 돼야 한다. 단기간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굴곡이 많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기대감이 형성돼 주가가 3개월 정도 상승하다가도 다시 꺾이는 형태의 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IT와 자동차를 들 수 있다. 지금 대부분의 기업들의 경우 실적이 좋아진다고 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무너졌던 실적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이 수준을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그런 점에서 주도주가 될 수 있다. 삼성은 휴대폰과 메모리 시장에서, LG는 휴대폰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 하이닉스도 DDR3의 채택률이 올라가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의 경우도 소비자의 지갑은 가벼워지고 유가는 높은 상태여서 당분간 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금융주는 최근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 그러나 진짜 싼지 아닌지는 할인율에 비추어 봐야 한다. 금융위기 재발가능성이 있다면 디스카운트를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주가가 싸 보이는 기간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금융주는 실적 개선보다는 주가 할인에 초점을 두고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금만 올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소형주는 일반적으로 바닥에서 벗어날 때 상대적으로 빨리 움직이는데다 정부의 정책효과 덕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실적 시즌에는 오히려 대형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실적개선의 측면에서 보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먼저이기 때문이다.”“전저점을 깨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흔히 구조조정을 말할 때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당시 구조조정은 생산설비의 일부를 폐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주인이 바뀌는 조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장전체로 보면 제로섬인 경우가 많다. 구조조정이 시장에 일시적으로 불안감을 줄 수 있지만 성장의 잠재력을 깎아먹는 것은 아니어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연초 반등기에는 정부의 정책효과, 금융시장 안정속도 등이 중요했다. 그래서 초단기금리 CDS(Credit Default Swap) 같은 지표들이 중요했다. 요즘은 실적과 관련된 동·후행지표가 의미가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과 소매판매지수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실업률이 중요한데 지난번 미국은행들이 스트레스테스트를 했을 때 가정했던 실업률이 10.2%였다. 이 수치를 넘어서면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전망도 꺾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BSI(경기실사지수)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기업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심리에 따라 투자심리도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초에 BSI가 급반등했지만 지금은 기준점이 바뀌었다. 다시 100을 하회하게 되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10월 급락한 이후 주식만큼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상대적으로 주식에 비해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한계에 왔다고 본다. 유가가 70달러 넘으면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더 오르려면 실제 수요가 뒷받침돼야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또 정책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많이 풀면서 부동산과 원자재 가격을 정책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일단 대형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대형주를 선호하지 않는 만큼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본다. 펀드 중에서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펀드를 추천한다. 그러나 상반기에 비해서는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현금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쉬는 것도 투자다. 만일 시장이 반등한다면 지수가 1500근처까지 올라가 추세적 반등이라는 확신이 설 때 들어가도 늦지 않다. 굳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고려한다면 IT와 자동차로 좁혀서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과 관련 있는 콘텐츠업체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서강대 경제학과서강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우리투자증권 경제팀장글 김태완·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