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급결제서비스 개시
월 초 대우 삼성 미래에셋 등 13개 주요 증권사들이 증권계좌에 대한 소액 결제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에 따라 증권계좌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은행 고객과 마찬가지로 자금이체·송금, 지로납부서비스, ATM(자동입출금기)을 통한 출금, 전자결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한 없이 제공을 받을 수 있게 된다.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기능을 가진 CMA(자산관리계좌)상품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자금유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금이체 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혜택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에 맞서 은행들도 월급통장의 금리를 올리고 대출 서비스를 강화해 자금이탈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으로 각종 수수료는 낮아지고 수신금리는 올라가 고객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재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은행의 예금 규모는 100조 원을 넘고, CMA 규모는 40조 원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에 지급결제 서비스가 도입되면 140조 원에 이르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시장을 놓고 은행과 증권사 간 시장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향후 수년 내에 은행예금 중 약 20조 원이 CMA계좌로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금융시장에서 자금의 결제 및 이체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은행전산망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과거에 이 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은행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뿐이었다. 따라서 증권계좌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지급결제서비스를 받으려면 은행연계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야 했다. 소위 ‘가상계좌’로 불리는 이 계좌를 통해 증권사 고객들은 은행전산망을 이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증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는 제한적이었다. 자금이체 규모의 한도가 적거나 ATM기기 이용시간이 은행고객에 비해 제한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인터넷 뱅킹이나 지로 서비스 등은 아예 이용할 수 없었다.그러나 지난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들도 개인고객에 한해 은행처럼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동양종금증권이다. 국내 최대의 CMA계좌를 보유한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3일 증권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8월 초에는 현대 미래에셋 대우 삼성 한국투자 우리투자 SK 한화 메리츠 하나대투 하이투자 HMC투자 굿모닝신한 등 13개 증권사가 동시에 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하며 연내 11개 회사가 추가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모두 25개 증권사가 지급결제서비스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지급결제서비스가 시행되면 기존에 CMA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훨씬 편리해지게 된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공과금 등을 납부하는 지로서비스와 인터넷결제가 가능한 전자결제서비스다. 기존에는 전기요금 전화요금 건강보험료 등 공공요금을 증권사에 내려면 고객센터에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8월 초부터는 각 거래증권사의 영업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동이체 신청을 하면 된다. 또 온라인 쇼핑 구매대금도 CMA계좌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고객들이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에 주어진 가상계좌 현금카드 대신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기능이 포함된 새로운 CMA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자금이체 및 입출금에 따른 수수료도 크게 내릴 전망이다. 당장 동양종금증권은 국민 우리 신한 농협 등 4개 제휴 은행 중 고객이 선택하는 1개 은행에 대해서는 출금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또 새로운 CMA카드를 발급받은 후 3개월 동안은 자금거래에 따른 모든 은행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준다. 8월 초 서비스를 시작하는 다른 증권사들도 동양종금증권과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증권은 CMA로 급여를 이체하거나 카드대금 통신료 보험료 등을 결제할 경우 최고 500만 원 한도에서 4.1%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CMA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이체수수료와 은행ATM기 입출금수수료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대우증권도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 RP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주는 CMA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사의 옥토CMA가입자에 대해 우리은행은 물론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금융계열사의 1300여개 CD기기 및 ATM기기 이용 시 출금 및 이체수수료를 면제해줄 계획이다.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본격적인 지급결제 서비스가 시작되면 온라인이체 및 ATM기기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흔히 월급통장으로 사용되는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계좌의 금리는 0.1%에 불과하다. 반면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CMA 계좌는 은행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단 하루를 맡겨도 연간 2∼3%대의 이자를 준다. 그동안 CMA는 자금이체 현금입출금 전자결제 등 다양한 지급결제서비스에서 은행계좌에 비해 제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런 제약이 풀림에 따라 은행계좌에서 CMA로의 자금이동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액은 지난 2006년 말 8조6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년 만인 지난 2008년 말 30조7000억 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지난 14일 현재 39조7800억 원을 돌파해 40조 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CMA처럼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은행예금 규모는 2006년 말 103조 원을 정점으로 2007년 말 90조 원, 2008년 말 97조 원으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급결제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따라 은행들도 자금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금리를 보장해 주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월급통장 상품을 새로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은 3개월간 급여를 이체하면 최대 1000만 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고 우리은행도 한 달만 급여이체를 해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AMA플러스급여통장을 새로 선보였다.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은 한 달 이상 예치한 자금에 대해서는 연 4.1%의 고금리를 준다. 은행관계자들은 “고객들이 단순히 금리만 비교해 자금을 CMA로 옮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CMA는 짧은 기간에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다 신용카드와 결합해 각종 부가서비스까지 제공되고 있어 당분간 단기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증권업계에서는 CMA에 들어온 자금이 다양한 투자상품의 판매로 이어질 경우 수익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CMA신규계좌의 절반 가까이는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CMA성장세가 주식시장은 물론 펀드 ELS 채권 등 다양한 위험상품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손미지 연구원은 “CMA 자체만으로는 증권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러나 CMA로 유입된 자금이 다른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금융 산업 내에서 증권의 위상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