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을 지그시 감고 입술은 살포시 다문다. 코끝으로 향을 천천히 느끼면서 혀끝으로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느낀다. 언뜻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말은 실은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높은 도수의 소주를 물 마시 듯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스키’를 어떻게 마시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위스키를 제대로 알고 나면 그 깊은 맛의 향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친구’에 비유한다면 위스키는 연인 쪽에 가깝다. 터프하게 털어 넣기보다 키스하듯 천천히, 부드럽게 음미하는 것이 더 맞는 음용법이기 때문이다. 즐기는 법에 따라 색다른 위스키의 매력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위스키를 마시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이트(Straight)가 있다. 보통은 소주잔보다 약간 작은 스트레이트 잔을 이용하는데 여기에 상온 보관한 위스키 25~30ml 정도를 따라서 마신다. 스트레이트를 제대로 즐길 때는 굳이 안주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안주를 함께 곁들이고 싶다면 맵거나 달지 않고 담백한 안주를 추천한다. 코끝에 느껴지는 위스키 원액의 향에 취하고 혀끝에 느껴지는 그 풍부함이 첫 키스처럼 강렬한 여운처럼 남을 것이다. 첫 키스의 추억이 대부분 그렇듯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위스키는 강한 첫 향과 맛의 여운을 가장 오래 느낄 수 있다. 하이스코트의 프리미엄 위스키 ‘킹덤’의 경우 쉐리 오크통 숙성으로 더욱 그윽해진 향과 메링(Marrying)과정을 통해 더욱 깔끔해진 맛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킹덤’이야말로 부드러운 맛과 향긋한 향을 만끽하기 위해서 위스키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스트레이트의 방법은 위스키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맛과 향이 강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마치 서툴러서 날카롭게 느껴졌던 첫 키스의 기억처럼 말이다.스트레이트의 음용법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온더락(On the rocks)을 추천한다. 온더락은 물 잔처럼 생긴 잔에 얼음을 몇 조각 넣고 위스키를 부어 마시는 방법이다. 스트레이트보다 향이나 맛을 순화해서 먹는 방법인데, 얼음이 녹은 물과 위스키가 섞이면 온도가 낮아져 혀 자체가 마비되고 도수도 낮아져 위스키를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위스키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향의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오래 숙성되어서 향이나 맛이 뛰어난 위스키는 오히려 그 특성을 감쇄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자. 하지만, 온더락 한 잔의 냉기로 혀끝을 마비시킴으로써 추억을 딛고 깔끔하게 이별에 대처하는 기분도 괜찮을 것이다. 때로는 절절한 사랑보다 깔끔하게 대처하는 사랑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듯이.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는 위스키를 물과 같이 마시는 법을 많이 이용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상온의 물을 위스키와 타서 위스키의 향을 잘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물을 사용하면 온더락과 큰 차이가 없다. 보통은 위스키와 물을 1대 1의 비율로 타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절하여 즐기면 된다. 위스키의 강한 오크향이 느껴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상온의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을 권한다. 이렇게 마시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을 음미하며 편안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위스키를 감별할 때도 많이 사용된다. 물과 함께 마시는 방법은 친구에서 연인 사이를 오가는 오묘한 관계처럼 부드럽고 안정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영국이나 아일랜드의 방식보다 좀 더 따뜻한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타서 마시는 방법으로 상온의 물보다 온도가 높아 위스키의 향이 더 많이 발산된다. 그만큼 알코올 향도 같이 진해지기 때문에 강한 알코올 향에 부담을 느낀다면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 위스키 메이커 산토리 사에서 위스키 마케팅을 위해 널리 알린 방법으로 유명하다.물과 함께 마시는 방법 중 하나로 스트레이트로 위스키를 마신 후 바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 물을 체이서(Chaser)라고 하는데 스트레이트와 물을 타서 먹는 방법의 중간 정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위스키를 마시고 남는 향인 피니시(Finish)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 피니시를 제대로 즐길 줄 알게 되면 위스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체이서의 방법으로 마시면 순한 맛을 얻을 수 있지만 피니시는 포기해야 한다.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는 게 두려워 그 마음이 커지기 전에 씻어 내버린 기억이 있는 당신이라면….‘킹덤’,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대부분의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이고, 최근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글렌피딕’, ‘맥켈란’ 등은 싱글몰트 위스키다. 이런 고급 위스키를 칵테일로 마시는 것은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스탠더드급 위스키 정도로 즐기는 것이 무난하다. 칵테일은 위스키의 종류에 따라 콜라나 진저에일, 탄산음료, 오렌지 주스 등을 믹스해서 마시는 방법. 여러 가지 종류를 섞는 것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두 가지의 음료수를 타서 마시는 것이 좋다. 하나만 알고 빠져드는 20대의 풋풋한 사랑이 싱그러운 것처럼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위스키를 잘 마시는 방법을 숙지하고 마시게 된다면 위스키를 마시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자신의 취향과 잘 맞는 방법을 찾아 위스키를 즐겨보자. 이 길고 아름다운 여름 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장병선 하이트-진로그룹 하이스코트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