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특히 실물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지역 집값이 먼저 뛰었다는 점에 주목한다.택시장에서 다시 ‘버블’(거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초저금리와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비롯한 각종 개발호재,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맞물려 ‘버블세븐’(서울 강남3구, 목동, 경기 분당·평촌·용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탓이다. 최근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심과 정부의 대출 규제, 부동산시장 비수기가 겹치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이 연달아 경고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집값 추가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이번 주택가격 상승은 ‘블루칩’으로 통하는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 불을 붙였다. 상당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이미 2006년 말 최고점 수준을 넘어섰거나 근접했다.서울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잠실주공5단지를 보면 최근 집값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잘 알 수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아파트 112㎡형(34평) 가격은 2006년 말 13억50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쳤던 작년 11월 말에는 8억9500만 원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2억9000만 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약 7개월 만에 44.1%나 뛰었다.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35.8㎡형(11평)의 시세는 6억9000만 원선으로 정점에 달했던 작년 1월의 6억6000만 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아파트는 작년 말 5억4000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올 들어 급반등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39㎡형은 현재 19억5000만 원선을 호가한다. 작년 말 17억7500만 원까지 빠졌지만 어느새 전고점(2006년 말 19억6500만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버블세븐발 집값 상승세는 주변지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여의도, 경기 과천 등지가 대표적이다. 올 초 4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42㎡형(13평)은 요즘 5억7000만 원 안팎에서 매물이 나온다. 최고점이었던 2006년 말(5억9900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과천 주공4단지 74.6㎡형(23평)은 연초만 해도 3억5000만 원을 밑도는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5억5000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양천구는 1월에 5억8275만 원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6억2607만 원으로 6억 원대를 회복했다. 2007년 3월 최고 7억 원대를 기록했던 분당은 작년 6월 6억 원대, 올 2월 5억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6억766만 원으로 올라섰다.인천 청라지구를 중심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도 올 상반기 주택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5월 이후 분양된 주요 지역 신규 물량은 대부분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됐다. 과거에 비해 분양가가 싸게 나온 데다 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집값 상승은 당분간 실현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되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시장이 어떻게 2~3개월 사이 180도 바뀐 것일까. 이유는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와 수요 진작을 위해 금리를 대폭 낮추고 시장에 대량의 돈을 풀면서 부동산 규제까지 풀었기 때문이다.금리나 통화량이야 경기회복을 위해 불가피했다 치더라도 부동산정책이 규제 완화 일변도로 나갔다는 것은 곱씹어 볼 부분이다. 여기에 내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마다 선심성 정책이 쏟아진 것도 집값 상승을 재촉한 요인이다. 최근 노원, 도봉은 물론 한강변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의 집값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는 데는 서울시의 동북권, 한강 공공성 회복 프로젝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작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이라는 상황을 빚어낸 셈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경쟁적으로 개발 호재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쏟아낸 데다 투자자 및 수요자들이 과거 경험 때문에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으로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일부지역 집값이 크게 들썩였다”고 지적했다.최근의 집값 상승세에 놀란 금융당국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규제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로 은행창구 지도를 통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유도해오던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부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LTV를 60%에서 50%로 낮췄다. 그래도 안심이 안됐는지 LTV를 더 낮출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졌다. 상황에 따라선 과거 국토부가 시행했던 부동산 규제책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나 재건축연한 규제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조치가 그 것이다.하지만 정부가 무턱대고 규제의 칼을 뽑아들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주택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집값 상승률(작년 말 대비 7월10일 기준)을 보면 서울을 포함한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 이상 오른 곳은 서울(3.2%)과 전라북도(1.67%) 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보합세나 하락세다. 통계상으로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국지적인 현상인 셈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오르는 지역들의 상승세가 워낙 크다보니 전체적으로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부동산 상승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특히 실물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지역 집값이 먼저 뛰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경기가 좋아지고 가계 소득이 늘어야 집값이 올라가는 게 정상인데 이런 패턴이 깨졌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만 놓고 보면 올 들어 경기선행지표인 종합주가지수와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부사장)은 “과거엔 집값이 실물경기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번엔 일부지역 집값이 경기가 회복되지도 않았는데도 전고점을 뚫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올 하반기에는 광교신도시, 청라신도시 등 수도권 유망 택지지구 분양이 예고돼 있다. 지역적으로는 상당히 매력이 있는 투자대상이다. 관건은 분위기다. 정부 규제가 강화될 경우 분양 열기는 빠르게 꺼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택수요 집중으로 수도권 전 지역이 다시 한 번 값이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안전하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이를 감안할 때 당분간 주택투자는 단기보다는 중장기 자금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규모로 따지면 중대형보다는 소형이 유리하다. 중대형은 소비가 회복되고 집값 상승이 본궤도에 올라야 상승세를 타는 특징이 있다. 더군다나 정부의 대출 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대형 고가 아파트는 가격 상승에 분명 한계가 있다. 반대로 소형은 외풍이 덜하다. 실수요 내지는 수익형 임대사업으로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구체적인 투자대상으로는 경의선, 동서고속도로 등 교통개선 호재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 서울시의 한강공공성 회복 선언 이후 망원동, 당산동 등 저층 다세대, 다가구 밀집 지역의 토지 지분 값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개발지역을 선점하려는 수요다. 반면 목동 등 다른 버블세븐 지역은 실수요가 두터워 강보합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글 이건호·송창섭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