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사물인터넷(loT)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짜’ 사물인터넷인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물인터넷의 투자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윤영미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새로운 창조 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 리포트를 참고해 사물인터넷이 바꾸고 있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재구성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는 이미 지난 2008년 전 세계 인구의 수를 넘어섰다. 현재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는 100억 개. 2020년이면 500억 개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2013년 글로벌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에서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사물인터넷’이란 쉽게 말해 냉장고, TV와 같은 주변의 사물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는 그저 ‘냉장고에 인터넷을 장착’한 것과 다름이 없는 거 아닐까.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만약 사람이 냉장고에 장착된 인터넷에 어떤 정보를 수집할 것을 명령하고 그에 따라 특별한 행동을 지시해서 움직인다면, 이는 엄밀히 말해 사물인터넷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냉장고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한 뒤 이를 행동에 옮긴다면, 이것이 진정한 사물인터넷인 셈이다.
[SPECIAL REPORT] 사물인터넷이 바꾸는 미래의 일상생활
스마트 홈
냉장고가 말을 걸어온다

퇴근 길, 냉장고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김미연(37) 씨에게 말을 걸어온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떨어졌습니다. 남은 식재료로 요리 가능한 레시피를 보여드릴까요? 아니면 식품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아이들 간식 레시피를 보여 줄래? 그리고 4인분 김치찌개 재료도 주문 부탁해.”

냉장고와 김 씨가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이 기술은 LG전자의 ‘홈챗’이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용자가 ‘갤럭시 기어’를 통해 “Going out(외출해)”이라고 말하면 집 안의 조명과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다.

집에 도착한 김 씨는 문 앞에 그의 스마트폰을 가져다댄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문에 부착한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문을 여닫는 ‘록 키트론’이다. 만약 집이 비었을 경우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사용자에게 이를 알려준다. 집에 들어서자 여섯 살 난 첫째 아들이 거실에서 한창 장난감을 갖고 노는 중이다. ‘3두들러(3Doodler)’라는 이름의 이 장난감은 3D 프린터와 비슷한 원리다. 펜 모양의 기기에서 플라스틱 등을 녹여낸 물질이 가느다랗게 쏘아져 나온다. 아이가 펜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면 입체 형태의 물건이 생기는 것이다. 그 옆에서 남편이 이제 갓 돌이 지난 둘째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다. 하기스에서 출시한 ‘트윗피’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제품은 기저귀에 부착된 작은 파랑새 모양의 디바이스로 습도를 파악할 수 있다. 아기가 오줌을 누게 되면 기저귀 상태를 모니터링해 ‘기저기 갈 시간’, ‘조금 쌌어요’, ‘전혀 걱정 마세요’ 등의 트윗을 지정된 트위터 계정으로 전송해 준다.

김 씨는 바로 요리를 시작한다. 그러나 주방엔 잠깐 들렀을 뿐 그는 요리하는 내내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레인지 월풀’을 통해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음식과 요리 정보, 현재의 요리 상태 등을 알려준다. 요리가 완성되고 식탁에 모인 식구들은 ‘해피포크’로 식사를 시작한다. 이 포크는 사용자의 입 안에 포크가 들어가는 분당 횟수와 간격, 총 식사 시간, 음식의 질량 등을 측정한다. 식사 속도가 너무 빠르면 진동을 통해 이를 알려줘 ‘천천히 먹는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즐기던 김 씨는 거실 한쪽에 놓인 약병의 알람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난다. 지난주부터 감기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첫째 아이에게 약을 먹일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바이탈리티사가 개발한 ‘글로캡’이라는 이 서비스는 불빛, 오디오, 전화 등을 통해 환자에게 약 복용 시간을 알려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김 씨는 손바닥 모양의 동그란 온도조절 장치인 ‘네스트 서모스탯’의 휠을 돌려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이 장치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온도를 기억해 자동으로 동일한 온도를 맞춰 주며, 날씨 정보를 받아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스마트 카
손 안 대고 운전, 교통사고 처리도 척척

박민성(42) 씨 가족의 나들이 날, 박 씨네 가족은 자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걱정이 없다. KT금호렌터카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차량 이용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회원증을 통해 차 문을 열 수 있다. 차량 문을 원격으로 열고 닫는 NFC 기술과 주차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주차 센서를 이용해 무인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10여 분 위치에 주차된 카셰어링 차량을 발견한 박 씨는 차에 오르자마자 자동운전모드 버튼을 누르고 ‘부산 해운대’로 목적지를 설정한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선 박 씨는 운전대에서 손을 내려놓는다. 구글의 스마트카인 ‘구글카’는 무인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0 10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무인자동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020년 상용화 예정이다. 목적지에 다가오자 자동차는 박 씨에게 가까운 주차장이 어딘지를 알려준다. 주차 시간과 카드 번호를 입력하자 주차비는 자동으로 결제된다.

구글뿐 아니라 애플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플레이’가 장착된 차량과 아이폰을 연결하면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Siri)를 이용해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다. 혹여나 운전 중 사고가 있을 때에도 스마트카의 활약은 대단하다. 도로 상황, 주변 환경, 날씨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구급차나 보험사를 자동으로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험 역시 스마트카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2013년 이탈리아 보험사 게네랄리세구로에서 선보인 보험 상품이 대표적이다. 사용자의 차량에 설치된 센서로부터 지속적으로 운전자의 기본 정보와 운전 습관 등 세부적인 기록을 제공받아 전산화한다. 이후 3개월마다 고객의 운행 정보를 분석해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전용 앱을 통해 운행 습관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고, 수집된 데이터는 통신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해 고객 관리에 활용하는 것이다.


스마트 오피스
클라우드 서비스 만개, 혁신이 일상이 되다

대기업의 신사업 기획팀에서 일하는 양세준(28) 씨의 하루 일과는 킥스타터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킥스타터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자신의 프로젝트 내용과 필요 금액, 보상 내역을 제시하고 대중에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안경, 시계 등 일상적인 물건에 컴퓨터 센서가 들어간 뒤 킥스타터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능성은 더욱 무한해지고 있다. 더 많은 사용자들이 손쉽게 이를 활용하면서 연구·개발(R&D)이나 제품 디자인 등 기업의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씨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페블’도 바로 이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이메일과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외근이 많은 양 씨에게 어디서든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셈이다. 신사업 기획팀인 양 씨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상품을 개발 중인 벤처를 찾아다니느라 낯선 길을 헤매는 경우가 잦다. 이럴 때 그에게 유용한 것이 영국의 디자이너 도미닉 윌콕스(Dominic Wilcox)가 개발한 마법사 구두다. 신발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가고 싶은 곳으로 길을 안내해 준다. 이동식저장장치(USB)로 구두의 소프트웨어에 목적지를 입력한 뒤 신발을 신고 양쪽을 동시에 톡톡 두드리면 신발 속 GPS가 작동돼 목적지까지 가는 최적의 길을 검색해 준다. 업체와 첫 미팅을 무사히 마친 양 씨는 대표 제품의 샘플을 요청한다. 택배로 전달받기로 한 뒤 사무실에 도착하자 이미 물건이 도착해 있다. 아마존의 공중 배달 서비스 ‘프라임 에어’는 무인비행기 드론을 이용해 30분 안에 최대 2.3kg의 물건을 물류센터 반경 16km 이내의 도착지로 배달할 수 있는 택배 서비스다. 2015년 초부터 상용화할 예정이다.
[SPECIAL REPORT] 사물인터넷이 바꾸는 미래의 일상생활
스마트 시티
사회안전망, 공공복지도 사물인터넷으로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사물인터넷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뉴욕은 현재 하수 범람 사고를 막기 위해 하수도에 센서를 설치하는 돈트플러시닷미(Dontflush.me)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하수도에 센서를 부착해 하수의 범람 수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범람 시점을 예측하고 사전에 통제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뉴욕은 치안 분야에 있어서도 사물인터넷을 통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12년 뉴욕 경찰청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최첨단 범죄감시시스템 DAS가 그것이다. 맨해튼 지역에 설치된 4000여 대의 폐쇄회로(CC)TV, 600여 대의 방사능 감지기, 100여 대의 자동차번호판 인식 장치를 연계해 의심스런 사람이나 물품, 차량 관련 정보를 분석한 뒤 현장 경찰과 소방서 등 관련 기관에 즉시 제공해 준다.

뉴욕만큼이나 눈여겨봐야 할 곳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시 정부는 2013년 초부터 도시 중심지 곳곳에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깔고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그중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마트 주차 시스템’이다. 바르셀로나 도로의 아스팔트에는 지름 약 15cm의 동그란 센서가 심어져 있다. 이를 통해 차량 유무를 감지한 뒤 주차 여부를 판단한다. 센서는 주변에 설치돼 있는 와이파이(Wi-Fi) 가로등과 무선으로 연결돼 있어 주차장에 차량이 주차하는 즉시 ‘주차 중’이라는 정보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는 바르셀로나시에서 활용하고 있는 주차 관련 스마트폰 앱인 ‘파커’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앱을 통해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시간과 연료를 아끼고, 바르셀로나시는 교통 체증을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도시 내의 스마트 쓰레기통은 상단에 달린 센서가 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한 뒤 쓰레기 수거 트럭 운전사에게 전송해 준다. 또 스마트 가로등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나 움직임을 통해 인구밀집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그에 따라 조명 밝기를 조절해 전력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이와 동시에 소음 수준이나 공기오염도를 측정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