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천국 뉴질랜드가 뜬다

뉴질랜드가 해외 유망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안전성과 수익률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하면 안전성과 수익률을 모두 도모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전성과 수익률이 모두 높은 곳을 찾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위험도(Risk)와 수익률(Return)이 상황에 따라선 반비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값은 저평가돼 있지만 정치 경제 등의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수익률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뉴질랜드처럼 안전성과 수익률을 한꺼번에 거둘 수 있는 투자처는 생각처럼 많지 않다. 최근 2~3년 사이 뉴질랜드 경제의 최대 화두는 문화와 부동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대히트하면서 영화 촬영지로 사용됐던 뉴질랜드는 세계 유명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현지에서 이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딴 ‘프로도 경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현지 집값은 상승보다는 폭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1990년대까지도 뉴질랜드의 평균적인 집값은 10만5500달러에 불과했다. 뉴질랜드 집값이 큰 폭으로 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며 이 같은 상승 곡선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올 2월 뉴질랜드의 평균적인 집값은 33만5000달러로 10년 전인 1997년보다 103%나 폭등했으며 5년 전인 2002년 3월과 비교해서도 무려 80%나 상승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두 차례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오르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2004년 중 기준 금리가 연 5%에서 6.5%로 올랐는데 모기지 대출액은 오히려 132억 달러 늘어난 995억 달러에 달했다. 2005년에도 기준 금리가 연 6.5%에서 다시 7.25%로 올랐으나 모기지 대출액은 1150달러로 155억 달러가 늘었다. 작년에는 기준 금리 변동이 없는 가운데 모기지 대출액은 1290억 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리 카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뉴질랜드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저금리 △관광 수요 증가 △주택에 대한 투자 인식 확산 △아파트 수요 증가 등으로 요약한다. 그중에서도 그동안 주택을 거주의 ‘개념’으로 접근했던 뉴질랜드 사람들의 집에 대한 소유욕이 커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장기 임대 형태로 집을 장만했던 뉴질랜드 사람들이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뛰기 시작하자 장기 모기지 대출을 통해 서둘러 집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집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작년 말에는 한 뉴스가 뉴질랜드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의 한 주부가 5년 전 20만 달러(1억3000만 원)로 투자를 시작해 지금까지 20만 달러짜리 주택을 120채 샀고 이 집들이 투자액의 몇 배에 이르는 이익을 내면서 돈방석에 올랐다는 보도였다. 그녀의 투자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녀는 시가 산정(Valuation) 작업을 새로 해 20만 달러짜리 집을 25만~30만 달러짜리로 둔갑시켜 집값의 90%를 모기지 대출로 받았고 이 돈으로 다시 새 집을 사들인 것이다. 집 한 채를 구입하면서 그녀가 들인 돈은 1만 달러 미만이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이유로 작용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뉴질랜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뉴질랜드 사람들은 도시 근교나 시골의 약 300평 규모 대지 위에 목조로 지은 단층 단독 주택을 선호했으나 최근 몇 년간 아파트를 선호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도시지역 집값을 큰 폭으로 뛰게 만들었다. 이민 인구 증가와 9·11 테러 이후 해외에 머무르던 부자들의 뉴질랜드 귀환이 가속화된 것과 소비 수요 증가 등도 뉴질랜드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풀이된다.이런저런 요인으로 요즘은 뉴질랜드 전역이 부동산 광풍에 휩싸여 있다. 5~6년 사이 뉴질랜드 부동산 열기는 주로 북섬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뉴질랜드 부동산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마누카우가 131.9% 뛴 것을 비롯해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는 76%나 상승했다. 기스본 176.7%, 테임즈-코로만델 120.6%, 노스랜드 115.2%, 호크스베이 104%, 와이카토-베이어브플렌티 87.5% 등 북섬 대부분의 지역에서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최근엔 영화 반지의 제왕 이후 남섬을 찾는 관광 수요가 늘면서 이 지역 부동산 값이 뉴질랜드 집값을 전반적으로 이끌고 있다. 남섬은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곳 50곳’에 선정된 관광 명소다. 남섬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지가 3곳이나 있는데 이를 합치면 뉴질랜드 면적의 약 10%에 해당한다. 센트럴 오타고 레이크의 퀸스랜드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레포츠 수요로 호텔, 리조트 값이 매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퀸스랜드로 몰리는 관광 수요는 인근 지역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주고 있어 남섬 유일의 국제공항이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는 퀸스랜드로 가는 길목이라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그렇다면 뉴질랜드의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 어떤 곡선을 그릴까. 이에 대해선 현지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 뉴질랜드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전례가 없어 고점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곳 집값이 호주와 비교해 아직도 터무니없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지 부동산 개발 업체인 팔스 앤 어소시에이츠 박정규 대표는 “쾌적한 자연환경이 부각되면서 호주 미국 등지에서 세컨드 하우스를 사 두려는 사람들이 뉴질랜드로 몰리고 있다”면서 “엔 캐리 자금 등 저리의 투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질랜드 부동산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7년 주기설이다. 지금까지 뉴질랜드 부동산은 7년을 주기로 상승과 조정을 반복해 왔다. 그래서인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집값은 올해를 기점으로 조정 내지는 약보합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초반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7년 주기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월 중 뉴질랜드 평균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등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도 강보합 내지는 상승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뉴질랜드 부동산협회(REINZ)의 머리 클리랜드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은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 같은 가격 상승 전망을 뒷받침한다. 뉴질랜드 정부가 일반인들에게 향후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4%가 ‘당분간 오를 것’이라고 답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10%)보다 훨씬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