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회현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올라가는 용산구 후암동 일대. 경사진 골목마다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용산에서 단독주택 재건축을 추진하는 3개 구역 중 하나다.투자자들의 첫 관심을 끈 곳은 2005년 10월 서울시의 재건축 기본계획에 포함된 후암동 142-4 일대 9만3000㎡다.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이미 주민 동의를 얻어 조합 설립을 위한 서류를 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작년까지 따로 행동하던 추진위 3개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추진 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후암동 스타랜드공인 백영미 소장은 “한남뉴타운 등에 비해 지분 값이 낮은 편이라 소액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작년 한 해에만 지분 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이곳 중개업소에 따르면 구역 내 다세대 지분 값은 작년 말 10평 미만 기준으로 평당 5000만 원선에 도달했다. 10평 이상 지분은 평당 3500만~4000만 원선까지 호가가 형성됐다.다만 올해 들어서는 1·11대책 등에 따른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투자 열기가 주춤해졌다. 지분 매도자들도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장기 보유로 결정한 분위기다. 용산 역세권 개발, 민족공원 조성 등 겹겹이 호재를 맞은 용산 지역에 있는 만큼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2005년 기본계획상 용적률 190%, 건폐율 60%, 평균 10층의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일반 주거 2종 지역으로 용적률과 종 상향을 요구하는 주민이 많다”며 “정비구역 지정 시 서울시와 협의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밝혔다.재건축 구역 바깥도 동반 상승용산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은 확정 구역 바깥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작년 말 용산구청이 2차 재건축기본계획 정비예정구역 후보지로 지정한 용산고 인근은 다음 사업지로 지목되면서 소액 투자자들의 타깃으로 떠올랐다. 미래공인 장혁남 대표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다세대 주택이 많이 들어섰다”며 “주택 상태가 대체로 양호한 만큼 실거주하면서 투자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현재는 무분별한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해 구청이 건축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이 일대 다세대 지분의 경우 10평 기준으로 평당 2700만~2800만 원선에 나오고 있다. 신축 빌라는 3000만~3200만 원까지 호가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이 냉각되면서 평당 몇백만 원씩 낮춘 급매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귀띔이다. 올해 초 단독주택 재건축 추가 추진이 보류되면서 이 일대 사업 시점이 불투명해진 것도 수요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확정 구역보다 남산과 가까워 고층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층 아파트 대신 타운하우스 등 친환경 고급 주택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이곳 중개업소와 주민들의 기대다.양지공인 전문학 실장은 “구역 바깥은 용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게 메리트”라면서도 “개발 방향이나 시점이 불확실해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세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실투자금 1억~2억 원에 전세를 끼고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용산고 인근 방 3개짜리 다세대주택의 경우 전셋값은 1억5000만 원선. 행정구역상 용산동 2가에 속하는 해방촌 일대는 남산 바로 아래 구릉지로 현재 소규모 다세대 및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서울시의 U턴 프로젝트와 민족공원 조성 계획을 계기로 본격 부각됐다. 남산과 민족공원 사이 녹지 축 연결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지분을 쪼개기 위한 다세대주택 건축이 갑작스럽게 늘었다.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작년까지도 1억 원 초·중반이던 10평 지분 빌라가 지금은 3억5000만 원까지 올라 있다. 20평짜리 단독주택도 지난해 평당 550만 원에서 1900만~2000만 원까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군기지 이전이 지연된다는 소식에 현재 거래는 많이 주춤해진 상태다. 호가도 작년 말보다는 200만~300만 원 떨어졌다. 그동안의 갑작스러운 지분 값 상승에 수요자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이곳은 1종 주거지역인 데다 남산 아래 있어 현재로선 3층 이하만 지을 수 있다. 고층 개발이 힘들기 때문에 주민 힘으로 재개발을 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구릉지 단독 개발이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인근 역세권과 묶어 개발하는 방식 등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례가 없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수공인 윤완수 이사는 “자체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서울시가 해방촌 일대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SH공사가 제공하는 특별입주권을 바라고 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수용 방식이 될 경우 후암동 재건축 같은 조합 사업보다 진척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용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커 보상 수준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특별 입주권이 어느 지역에 나올지도 알 수 없는 부분이다.인근 동자동에는 복합단지 건설 추진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남산과 관악산의 남부 녹지 축을 복원하자는 주장이 예전부터 있었다”며 “최근 용산 민족공원 조성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개발 방식이나 범위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투자는 위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도 “녹지 축 연결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아닌 개념에 불과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후암동 맞은편 동자동도 개발을 앞두고 있다. 서울역에서 후암동 삼거리로 가는 길목 입구에는 삼성건설이 최고 37층 주상복합 남산트라팰리스를 짓고 있다. 2006년 12월 분양 당시 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곳으로 2010년 6월 입주한다. 서울역 맞은편 게이트웨이 빌딩 인근 1만5000여 평 부지에는 동부건설이 호텔, 상업시설 등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건설 측은 올해 사업성을 검토 및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에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