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 지역인 동부이촌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서부이촌동 일대 집값이 최근 들어 잇단 대규모 개발 계획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용산 국제업무단지 조성 등 풍부한 호재들로 인해 서울의 대표적인 슬럼가에서 새로운 주거지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서부이촌동은 한강로를 기준으로 서쪽인 이촌2동을 일컫는 것으로 한강대교를 건너 우측은 동부이촌동, 좌측은 서부이촌동이라고 불린다. 흔히 얘기하는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의 명칭은 행정구역상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이촌1동이 동부이촌동, 이촌2동이 서부이촌동을 뜻한다.서부이촌동은 그동안 동부이촌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것이 사실. 이곳 아파트 대부분은 한강변에 자리 잡아 서울 여느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초특급 한강 조망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주거 여건이 열악해 집값은 같은 행정구역인 동부이촌동(이촌1동)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이곳은 도심과 여의도 진입이 수월한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을 갖춰 입지 여건도 꽤 좋은 데 반해 집값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서울의 대표적인 저평가 낙후 지역으로 여겨져 왔다.하지만 최근 철도공사가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13만 평)에 국내 최고층인 150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제업무단지 개발 계획이 가시화됨에 따라 서부이촌동 일대가 개발의 수혜지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역의 ‘흉물’ 취급을 받던 용산 철도 정비창이 앞으로 세계 두 번째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과 주거·상업단지 등으로 탈바꿈하게 되면 인근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이에 따라 현지 중개업소에는 지역 주민들과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서부이촌동 프로홈공인 관계자는 “서울시가 국제업무단지에 초고층 빌딩 개발 등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매수 가능 여부를 묻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연초 이후 각종 정부 대책으로 다른 지역들은 가격도 약세고 거래도 끊겼는데 이곳은 오히려 활기를 띠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이은 개발 소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부이촌동 일대는 재개발 지분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그동안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슬럼가로 집값 오름세에서 소외돼 온 만큼 대형 호재가 터지면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주변 5만 평에 대한 동시 개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림아파트 뒤쪽 이촌2동 199 203, 206 일대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 지분 값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평당 2500만~3000만 원선이던 지분 가격은 지난해 말 평당 5000만~6000만 원을 호가하더니 현재는 평당 지분가가 7000만~8000만 원에 이른다. 1년 사이 가격이 2~3배 이상 훌쩍 뛴 셈. 이곳은 조합원 수가 많은 데다 땅이 좁다보니 다른 지역들에 비해 매우 작은 지분들이 거래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단독주택보다는 연립주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다른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분이 작은 편이다. 매물은 주로 4~5평가량이 많고, 가격은 4억 원 정도에 나와 있다. 이들은 방 2~3칸, 15~18평형 정도의 연립주택들이 주를 이룬다.이렇다보니 중개업소들마다 가격 차이도 심한 편. 매물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복된 매물이 많고 가격도 모두 제각각이다.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 실제로 올 들어 철도 정비창 부지와 동시 개발 소식에 대한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분 한 평짜리를 8000만 원에 거래한 예도 있다.아파트 값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부이촌동은 국제업무단지와 가장 가까운 주거지여서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됨에 따라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매수 문의는 꾸준히 있지만 물건이 귀해 가격은 전체적으로 오름세에 있다.가장 오름폭이 큰 곳은 한강변에 병풍처럼 자리한 대림아파트. 이곳 45평형은 8억~11억 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로열층은 현재 12억 원을 호가한다. 연초 이후에만 1억 원이 넘게 올랐다. 1년 전 최고 호가가 7억50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4억 원이 넘게 뛴 셈이다. 34평형도 시세는 6억~7억5000만 원이지만 로열층은 올 들어 5000만 원가량 상승해 최고 8억 원 선을 호가한다. 26평형도 연초보다 8500만 원 올라 3억6000만~5억2000만 원선이다. 현대한강 33평형 역시 연초보다 3000만 원가량 상승해 6억~7억5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서부이촌동 한아름공인 관계자는 “작년부터 조금씩 꾸준히 오르던 집값이 올 들어 더 뛰고 있다”며 “매도자들이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지금은 거래를 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동안 동부이촌동의 한강변 아파트와 한강로 일대 시티파크나 파크타워 등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에 가려져 있던 서부이촌동은 향후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따른 최대 수혜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용산의 경우 국제업무단지 개발 외에도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대규모 공원화 사업, 한남뉴타운 등 각종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강남 못지않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곳. 지난 3월에는 대우건설이 용산역 앞 한강로2가 ‘집창촌’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와 업무용 빌딩 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이 일대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따라서 국제업무단지를 추진 중인 철도공사 측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서부이촌동 일대는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능가하는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현재 철도공사가 이 일대 부지 5만 평 개발을 유보하는 서울시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어 시와의 타협 결과에 따라 시장 움직임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더구나 현재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있는 만큼 투자는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