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심상치 않다.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단지화하는 초대형 호재가 터지면서부터다.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제업무단지 조성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주변 주택 시장도 꿈틀댈 조짐이다. 특히 국제업무단지 조성으로 이 지역 배후 주거지로 불리는 한남뉴타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빙고동 보광동 한남동 일대에 걸쳐 있는 한남뉴타운은 용산 부도심 개발과 민족공원 조성, 서울시 청사 이전 등의 호재를 고스란히 가져갈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북서쪽으로 남산을 등지고 남쪽으로는 한강을 마주보고 있는 한남뉴타운은 예로부터 배산임수의 주거 입지를 갖춘 명당 터로 불렸다. 하지만 이곳은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주요 길목에 들어선 때문에 예로부터 외국 군대의 차지가 됐다. 광복 후에는 인근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도심 개발의 맥이 끊긴 상태에서 노후 불량 주택이 촌을 이뤘다. 주거 여건도 열악한 상태로 1985년 이전에 들어선 노후 건축물만 60.7%에 이르며 대지면적이 60평이 안되는 건축물이 50.3%에 달한다.그러다가 2003년 미군기지 이전 양해각서에 기초해 87만 평에 이르는 용산 미군기지 중 80%에 해당하는 70만 평을 반환한다는 데 한·미 양국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지역 개발의 물꼬가 트였다. 미군기지 이전은 잔류 부대 규모와 이전 비용 등을 둘러싼 문제가 남아 있으나 2010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이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를 자연녹지로 묶어 민족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군기지라는 커다란 그늘에 가려 개발의 맥이 끊겼던 한남동 보광동 동빙고동 일대 주택 시장도 새롭게 거듭날 전망이다.반 백년 넘게 이 지역 개발의 숨통을 쥐고 있던 미군기지가 사라지고 뉴타운이 들어서면 강남을 능가할 주거 지역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한남뉴타운 개발은 용산 부도심 개발과 민족공원 건립에 이은 화점(花點)인 셈이다.2003년 11월 2차 뉴타운으로 선정된 한남뉴타운은 이후 서울 지역균형발전위원회에 기본 계획을 상정, 토지이용계획을 허가 받은 상태다. 한남1~7구역 등 모두 7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는 한남뉴타운은 경사가 급하고 좁은 골목길에 노후 불량 주택 1만6500여 가구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용산구청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조성되는 민족공원과 남산녹지 축을 연계한 보행자 중심의 주거 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공동체 문화 구현을 위한 쌈지공원 등의 각종 시민공원과 공공복지 문화시설 등도 계획돼 있다. 이와 함께 반포로, 서빙고로 변에는 완충 녹지를 만들어 한강변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강남 신사역을 거쳐 한남대로를 따라 용산 민자 역사로 이어지는 신분당선(2013년 개통 예정) 노선은 용산 부도심과 서울 도심을 잇는 숨통 역할을 할 전망이다.용산구는 철도청과 협의를 거쳐 기존 국철 1호선 노선인 한남역~서빙고동~이촌역을 지나도록 설계된 신분당선 노선을 변경, 캐피탈호텔 주변 동빙고역과 국립박물관을 거쳐 용산 민자 역사로 이어지는 노선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이 일대는 강남북을 잇는 반포, 한남, 동호대교 등 3개 대교가 접해 있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국철 1호선 서빙고, 한남역과 접해 있는 교통의 요충지인 데도 미군기지에 가로막혀 서울 도심으로 진출입이 부자연스러웠다. 또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이태원 상권과 미군기지와 맞닿아 있는 반포로 변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근린생활시설용지로 개발될 예정이다.한남뉴타운은 한강 이남으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데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노른자위로 주목받아 온 곳이다. 우선 한남뉴타운에서 주거 환경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는 동빙고동 60, 한남2구역을 꼽을 수 있다.지역 전체가 반듯한 정사각형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정남향으로 한강이 시원스레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분 시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99년부터 삼성물산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온 한남1동 557, 한남5구역은 한강 조망이 장점이다. 특히 개발 예정인 단국대 부지나 순천향병원, 국철 1호선 한남역과 가까워 중심상업지역으로 개발이 크게 기대되는 곳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주변 편익시설까지 고루 갖춰지면 한강변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을 것이란 평가다.한강 조망이 가능한 이들 지역의 지분 시세는 20평형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빌라 5~8평짜리가 평당 4000만 원선, 30평형대 배정이 예상되는 빌라 10평 안팎이 평당 5500만~6000만 원선, 40평형대 입주가 가능한 구옥 30평짜리가 평당 2500만~2800만 원선이다. 반포로를 끼고 미군 기지와 접해 있는 보광동 265, 한남2구역은 용산 부도심과 서울 도심으로 통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서울 도심으로 통하는 주요 통로인 남산 2호 터널이 가까운 데다 2013년 분당선 백궁역에서 출발해 용산 민자 역사로 이어지는 신분당선이 반포로 변에 놓일 예정이다. 다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강 조망이 되지 않는 게 흠으로 꼽힌다.지분 시세는 10평 안팎이 평당 3500만~4000만 원선, 20평형대가 평당 3000만~3500만 원선, 구옥 40평형 이상이 평당 2000만~2500만 원선에 형성돼 있다.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지분 시세도 평당 2000만~2500만 원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분 투자는 시세가 크게 올라 있는 만큼 단기 차익보다는 아파트 배정을 염두에 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초 기대와 달리 개발 밀도가 크게 제한되면서 투자성이 떨어진 것도 큰 부담이다. 지분이 넉넉한 구옥이라도 20평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무리하게 은행 돈을 끌어다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보유 자금을 늘려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인근 미군기지 이전도 변수다. 입지 여건상 미군기지 이전이 늦춰질수록 한남뉴타운 개발도 더뎌진다고 봐야 한다. 미군기지 이전은 올 초 시설종합계획에 최종 합의가 이뤄지는 진척을 보였다. 그러나 통합지휘통제 체계 등 일부 시설의 이전 비용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한국 측이 부담해야 할 6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도 숙제로 남아 있다.한남동 용산공인 김호동 사장은 “한남뉴타운은 개발 기대심리로 지분 시세가 크게 오른 데다 미군기지 이전도 2012년이 돼야 완료될 것”이라며 “장기간 여유 자금이 묶이는데 따른 기회비용과 투자 수익을 꼼꼼히 따져야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