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르네상스…서울 돈맥이 열린다빽빽이 들어선 지상 50층 높이의 빌딩 숲 사이로 81만 평의 푸르른 공원이 보인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과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반대쪽으로 향하자 노을이 비친 한강이 운치가 있다. 잠시 시간을 내 전철역에 가보니 주변이 온통 네온사인으로 덮여 있다. 마치 우주정거장에 온 느낌이다. 전철역 뒤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기차를 타고 부산, 목포, 인천공항, 신의주로 가려는 사람들로 역은 하루 종일 북적거린다. 여기는 과연 어디일까. 바로 20년 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용산이다.바야흐로 용산의 전성시대다. 1970~ 80년대 현대화의 상징이 강남이었다면 21세기 첨단화의 상징은 용산으로 대표된다. 용산이 개발된다는 것은 단순한 개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용산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도심과 가깝고 한강을 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청나라, 일본, 미국 군대의 주둔지로 사용된 영욕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군사보호구역이 자리 잡고 있어 도시가 기형적으로 개발됐다는 점은 늘 아쉬운 부분이었다. 용산을 향해 내달리던 동작대교가 더 이상 뻗지 못하고 미군기지 앞에서 양 갈래로 나눠지는 것은 용산 개발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용산은 부동산 시장에서 ‘잠룡’으로 불려왔다. 개발 제한만 풀리면 용산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규제들이 최근 2~3년 사이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용산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이 용산 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용산 민자 역사 건설과 용산 부도심권 지구단위계획 지정은 그 청사진의 공개다.용산 개발은 서울시 도시개발계획의 ‘화룡정점’이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기획한 U턴 프로젝트와 4개 권역 개발이 모두 용산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4개 권역 개발 프로젝트는 용산 역세권과 은평뉴타운, 송파신도시, 마곡지구 개발 등이다. 더군다나 용산은 한강과 인접해 있어 강남북 어디로든지 이동이 편리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산하 시정개발연구원이 펴낸 ‘용산 군 이적지 주변 합리적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용산구를 4개 구역으로 나눠서 개발할 방침이다. 용산가족공원을 중심으로 서측인 용산권은 부도심의 위상에 부합되도록 초고층으로 개발해 스카이라인을 조성할 계획이며 북측은 남산 조망권을 보호하기 위해 구릉지 특성을 살려 저층으로 개발한다. 또 동측 한남권은 한강과 남산을 연결하는 자연친화 주거 지역으로, 남측 이촌권은 용산공원 한강을 이어 거대한 녹지 축을 형성할 계획이다.용산은 현재 개발 계획으로 넘쳐난다. 용산 개발 계획은 크게 △용산부도심개발(용산지구단위계획) △이태원지구단위계획 △한남지구단위계획 △용산뉴타운 개발사업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등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용산구 한강로2가 1만8000여 평을 개발하는 용산역 전면구역 개발은 용산 개발의 핵심이다. 이곳을 선점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구역만 해도 삼성, 현대,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경합을 벌여 이 중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3구역은 치열한 경쟁 끝에 삼성건설이 시공권을 획득했다.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은 현재 철도공사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이면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견만 해소되면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철도공사는 이곳 13만4000평 부지에 최고 620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용산역 건너편에 있는 국제빌딩특별구역(2만8000평)도 주목받는다. 이곳에는 현재 1~4개의 재개발 구역이 들어서 있으며 현재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은 상태다. 서울시는 이곳을 용산역 국제업무단지를 지원하는 주거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다.전문가들은 용산의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거대한 녹지 공간과 초고층 국제업무지구, 거미줄 같은 교통노선은 용산을 서울 최고의 요지로 탈바꿈시킬 3박자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지만 용산 만큼은 예외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6일 현재 용산구 아파트 매매값은 연초 대비 1.56%나 뛰어 서울 평균치(0.94%)를 앞질렀다.동부이촌동 한가람건영 2차 33평형의 경우 4월 6일 현재 매매값이 8억9000만 원을 기록해 전년도 같은 기간(4억7500만 원)에 비해 4억1500만 원이나 값이 뛰었다. 상승률로 환산하면 무려 87.3%에 이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원효로4가에 있는 아파트들이 지난 1년간 47.7%나 값이 뛰었고 용산동2가(44.8%), 한강로2가(40.3%) 등 주로 용산역 주변 집값이 큰 폭으로 뛴 것으로 조사됐다. 오피스텔도 지난 1분기 동안에만 0.4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낙후 지역주민들의 재개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남동과 이태원동은 뉴타운과 관광특구를 연계한 고급 주택지로 개발되고 있으며 서부이촌동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맞물려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으며 강남북으로 이동하는 데 편리하다는 지리적인 이점을 갖추고 있다. 이촌동, 한남동에서 시작된 개발 열풍은 원효로와 청파동, 서계동 등 서울역 부근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용산구에서도 가장 주거 환경이 열악한 청파동, 서계동의 경우 용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지인들이 앞 다퉈 노후 불량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원효로 대림공인 박지현 실장은 서울시가 지난해 1월 이들 지역을 건축허가제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개발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면서 재개발 구역 내 물건 상당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값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냉각돼 있을 때는 내재 가치에 근거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투자로 전환해도 투자에 큰 무리가 없는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용산은 내재 가치가 크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오히려 장기 투자로 접근할수록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곳이 바로 용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