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에 환차익도…일본펀드 전성시대

펀드 판매사들도 이런 점을 감안, 올 들어 일본 관련 펀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2월말 출시한 일본 펀드 상품은 판매 4일 만에 10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펀드 판매사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놀랄 정도였다. 일본 펀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은 템플턴일본법인에 운용을 위탁 중이다. 최근 SH자산운용이 내놓은 ‘일본대표기업주식펀드’의 경우 토픽스 100지수에 포함되는 종목에 분산 투자해 인덱스와 유사한 효과를 노리는 상품이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 시장 상품을 주로 선보였던 미래에셋운용도 얼마 전 홍콩법인을 앞세워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진 시장인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미래에셋운용 홍콩법인이 일본의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재팬글로벌리딩주식형펀드’를 설정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보험을 통해 판매에 들어간 것.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형이 아니라 운용팀이 리서치를 통해 직접 주식을 골라내는 직접 투자형 상품이라는 점이다. 일본 관련 펀드 상품이 급증하면서 투신운용사들의 투자 방법도 점차 지수 투자 등 간접 방식에서 우량주를 선별해 사들이는 직접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일본 관련 펀드의 인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주식형, 혼합형, 리츠 가리지 않고 일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수탁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작년 1월 2일 541억 원에 불과하던 일본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3월초 1조5045억원으로 급증했다. 14개월 만에 무려 26배이상 늘어난 것. 주목할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 일본 펀드에 몰린 자금은 1조1000억 원. 이는 이 기간 해외 투자 펀드 전체 유입 자금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일본 펀드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일본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일본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식시장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지역 펀드와 비교할 경우 일본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은 순항 중이다. 최근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으로 수익률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3개월 기준 수익률이 2~6%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점도 일본 펀드의 부가적인 매력으로 꼽힌다. 엔화는 일본 경제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는 올 하반기부터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투자자들은 주식 가격 상승에다 적지 않은 환차익을 덤으로 얻을 가능성도 크다.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부동산 경기 악화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할 공산이 커 8월 이후 엔화 강세가 예상된다”며 “일단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이 많아지면서 엔화의 절상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일본 주식시장은 중국이나 일본 등 이머징 마켓에 비해 월등히 안정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대다수의 이머징 마켓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시장임에 비해 선진 시장인 일본은 상대적으로 등락 폭이 크지 않은 것이다. 올 들어 일본 펀드 수탁액이 갑자기 불어난 것도 이머징 마켓의 불안정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중국 주식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중국 펀드에 투자됐던 자금이 대거 일본 펀드로 유입된 것이다.하지만 일본 증시 전망이 긍정적이라 해서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일본 증시가 국내 증시와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어 국내 증시에 비해 월등한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때문에 분산 투자 차원이 아니라 무작정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 최근 출시된 일본 펀드 대부분은 실제 펀드 운용이 일본 현지 운용사에 위탁 운용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현지 운용사가 어디인지, 그 운용사의 과거 수익률이 어땠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또 일본 관련 펀드가 유례없는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충 투자해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무리 시장이 좋아도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분산 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일본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몰빵’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 해외 중에서도 유럽, 일본, 이머징 마켓 등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구성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여러 개의 해외 펀드를 동시에 가입할 여력이 없다면 처음부터 분산 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한국펀드평가의 김휘곤 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유망한 시장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니며 갈아타기를 반복하는 나쁜 경향이 있다”며 “단기 예측을 통해 자금을 움직이면 결과적으로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며 ‘한탕주의’를 경계했다.기대수익률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다. 과거의 높은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망하기 십상이고 이에 따라 갈아타기를 반복하면 최종적인 수익도 적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환차익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예상대로 엔화가 하반기에 강세로 전환된다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지만 이 예상이 반드시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환 헤지가 되는 상품에 가입해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처음부터 관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대부분의 일본 펀드의 경우 수탁액이 급증하는 데다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과제가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