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의 역발상 투자성공 비법

올해 서른 살 동갑내기 김민국 최준철 대표가 이끄는 VIP투자자문. 이 회사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요주의 사항을 모두 갖추고(?) 출발한 회사다. 한마디로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면서 동업까지 한 것’이다. 빚 내서 주식 투자하는 위험성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고 거기에다 동업 체제라면 순탄하게 굴러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하지만 VIP투자자문은 이런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민국 대표와 최준철 대표의 인연은 6년 전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인 SMIC(현 서울대투자연구회)에서 시작됐다. “학생은 공부나 하지”라는 주변의 우려를 들어가며 빌린 돈으로 주식 투자에 나선 두 사람은 가치 투자에 매달려 결국 22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문사를 키워냈다. 이 회사의 대표 펀드인 ‘VIP사모주식형펀드1호’ 수익률(2003년 7월 28일~2006년 10월 24일)은 코스피 대비 89.32%나 웃돌았다. 지루한 조정 장세가 이어진 올해 증시에서도 10%대의 안정적 수익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치 투자의 개척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와 최 대표에게 투자 비법을 들어봤다.-가급적 동업은 하지 말라는 게 사업하는 사람들의 통설인데요.(김) “투자자문사 설립(2003년 7월) 이전부터 계산하면 동업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동업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비결은 평소 잘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싸우지 않던 부부들이 갑자기 큰 싸움을 하고 이혼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일상생활에서의 감정이 누적돼 있다가 특별한 계기로 한꺼번에 터지면 회복하기 힘들게 됩니다. 하지만 평소 우리처럼 많이 다투다 보면 사전에 갈등 요인을 모두 제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전에 규칙을 정해서 매우 잘 싸우고 있습니다.”(최) “잘 싸울 수 있는 배경은 두 사람이 가치 투자란 철학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면 누구의 이야기라도 듣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굵직한 의사결정 때에도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런 버핏도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찰리 멍고에게 물었다는데요, 한 명이 아첨하거나 비합리적이지 않다면 동업이 의사결정에 훨씬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지금까지의 사업 성과는.(최) “현재 운용 자산은 2200억 원 정도입니다. 자본금 50억 원으로 시작했는데 계속 이익을 남겨 현재 자기자본이 약 100억 원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창업 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장세가 좋지 않았지만 10% 정도 수익을 냈지요. 2003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83.05%의 수익을 올려 코스피(91.43%) 지수보다 89.32%의 초과 수익을 달성했습니다.”-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습니까.(김) “코스피의 움직임은 참고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각 산업별 애널리스트가 기업 탐방을 통해 종목을 발굴합니다. 이들이 회의에서 1차 조사 내용을 발표한 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2차로 리서치를 다시 합니다. 그리고 2차 보고서를 토대로 8명이 참석하는 포트폴리오 편입 회의를 열어 최종적으로 편입 여부를 결정합니다. 한 사람이 어떤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싶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투자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손실이 날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가치 투자의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김) “우리는 시장이 아니라 종목을 봅니다. 판단의 핵심 근거는 가격과 가치입니다. 주식의 적정 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은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올랐거나 기업 가치가 하락했을 때 파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일시적 요인으로 급락하면 저평가 종목이 많아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일례로 회사 설립 전에 사모펀드를 운용했는데 9·11테러로 주가가 폭락한 적이 있었습니다. 펀드를 설립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생긴 일이었지요. 긴급 대책을 논의했는데 평소 눈여겨 본 종목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고 결국 2년 만에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펀드를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VIP투자자문이 강조하는 역발상 투자란 무엇입니까.(최) “예를 들어 설명하지요. 우리는 직원을 뽑을 때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유망한 투자가 무엇인지를 물어봅니다. 대부분은 노령 인구가 많아져 혜택을 보는 금융이나 제약 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는 50점 밖에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종목은 실제 유망하다 하더라도 이미 가격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점짜리 대답을 하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일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출산으로 유아용품 업체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아이 수가 적어지는 만큼 소중한 아이를 위해 부모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기업 내용은 좋은 데 소외된 업체에 투자해야 한다는 대답을 하는 응답자는 100점을 받습니다. 남들과 다른 역발상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야지 남들이 다 아는 종목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역발상 투자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최) “2004년 건설업에 대한 시각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 때 워낙 많은 업체가 부도를 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건설업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분석해 보니 외환위기 와중에서 살아남은 업체는 더 강해져 있었습니다. 또 분양도 아주 잘 되고 있었고요. 결정적으로 내재 가치에 비해 가격이 매우 낮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건설 업체로 채웠습니다. 당시 공사 발주부터 완공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건설 업체 주식을 사들였는데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했습니다.”(김) “작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환율 때문에 조선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자 LNG선 발주가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환율 위험이 높긴 했지만 기업들은 이미 다 환위험을 헤지해 놓았더군요. 기업들은 모든 대책을 다 세워놓고 있었는데 시장만 잘 몰랐던 것이죠. 공격적으로 조선주에 투자했고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투자 결정 시 주로 사용하는 지표는 무엇입니까.(김) “우선 배당수익률을 봅니다.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저평가돼 있지만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의 판단이 틀렸다 하더라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선택하면 배당 수익만큼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는 지표는 영업이익률입니다. 이 지표는 사업의 DNA를 보여주는 것인데요, 15%가 넘을 경우 독자적 유통망과 힘을 갖고 있는 회사로 봐도 좋습니다. 이런 기업은 업황이 불황에 빠지더라도 10%대 안팎에서 버틸 수 있는 내공을 가진 기업입니다.”-투자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최) “흔히 말하는 ‘모 아니면 도’식으로 ‘올인’하지 말고 ‘꽃놀이 패’를 들고 있어야 합니다. 리스크 높은 베팅을 하지 말고 갑자기 상황이 나빠져도 최소한 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배당은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고배당 주식을 좋아합니다. 또 기업 내용은 좋은데 일시적인 문제로 사람들이 외면하는 주식도 선호합니다. 특히 신고가 종목보다는 신저가 종목에 주목합니다.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을 분석하다 보면 의외로 우량주를 많이 발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최근 북 핵실험이라는 돌발 사태가 있었고 수년 후부터는 장기 불황에 빠진다는 견해도 있는데요.(김) “핵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겠죠. 그런데 북핵 위기는 10여년 전부터 있어왔고 대부분 낙폭을 회복하고 다시 상승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긍정적으로 접근해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장기 불황 이야기도 있는데, 워런 버핏처럼 가격과 가치를 비교해 투자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버핏도 장기 불황이 오기 전 주가가 고평가돼 있을 때 주식 비중을 줄였는데요, 가격이 높아 가치 있는 주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치 투자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해지고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글 김남국·사진 이승재 기자 nkkim@hankyung.com김민국VIP투자자문 공동대표서울대 경제학부서울대 투자연구회 회장한국형가치투자전략 공저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서울대 경영학과대학투자저널 발행인가치투자가 쉬워지는 V차트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