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의 주식 장기투자 비법

기 투자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5년, 10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합니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부동산보다 3~4배, 채권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입니다.”지난 1990년대 단기 투자로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이제 확고한 장기 투자의 신봉자가 됐다. 단기적으로 부침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어떤 자산보다 주식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에 주식에 돈을 묻어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펀드매니저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자산운용사 사장이 됐지만 그의 이력서는 여전히 ‘장인환 펀드매니저 약력’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증권가 사람들은 그를 ‘영원한 현역’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1세대 펀드매니저인 그는 1987년 동원증권에 입사한 후 단기 투자를 선도하며 다른 증권사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특히 국제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역외펀드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가 도래하기 전 역외펀드를 빨리 청산해 회사에 부담을 크게 덜어주기도 했다.이후 1997년 현대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후 최고 수익률과 최우수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운용했던 스폿펀드 규모만 5조원에 달했고 조기 결산율과 수익률 모두 1위였다. 워낙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그가 설정한 스폿펀드는 현대투신 직원들이 싹쓸이해 갈 정도였다. 또 운용 자금 규모가 커지자 대기업 오너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공정공시 제도 도입으로 정보가 같은 시점에 공개돼야 하지만 그가 활약하던 시절엔 이런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고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이는 더 좋은 실적을 내게 해주는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국내 최고의 펀드매니저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단기 투자였다. 장 사장은 당시 상황에선 단기 투자가 최선의 투자 방법이었다고 강조한다.“1990년대까지 우리 증시에서 장기 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단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금리는 12~15%에 달했는데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6%에 불과했습니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다 이익을 내지 못했으니 주주 가치는 파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어쩌다 이익을 내더라도 거의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당시 수많은 단기 투자자가 있었지만 유독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상품을 운용해 본 경험이 있었던 데다 장기 투자자의 관점도 함께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풀이한다. 증권사 상품계정은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항상 갖고 있다. 따라서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으면 아예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신탁펀드는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일단 많이 팔아놓고 운용 보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불리하더라도 주식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증권사 상품 계정에서 경력을 쌓아 온 그는 고객 재산을 관리할 때도 자연스럽게 자본 조달 비용(금리) 이상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더욱 신중한 투자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또 단기 투자를 할 때 장기 투자 관점도 함께 가졌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냈다고 설명한다.“외환위기 때 삼성전자를 4만원 대에 400만주나 샀습니다. 또 LG전자도 1만원 대에 1000만주를 사기도 했습니다. 다른 투자자가 주식을 팔 때 저는 이런 주식을 끈질기게 사들였는데 이는 기업의 중·장기적 수익 전망을 토대로 한 장기 투자 관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차트와 그래프를 토대로 한 기술적 분석도 열심히 했습니다.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판단했고 언제 사고 팔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술적 분석을 근거로 판단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성 등 장기 투자를 위한 분석과 함께 단기적인 주가 및 거래량 움직임을 함께 봤기 때문에 단기 투자에서 최고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동원증권 입사 시절부터 개별 종목 주가를 10분, 30분 단위로 그래프를 만들어 모눈종이에 그려가며 분석했을 정도로 단기 투자 비법을 찾기 위해 온 열정을 바쳤다.그러나 이제 그는 단기 투자의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단기 투자는 백전백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할 가장 큰 이유로 우리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꼽는다.“한국 시장은 지난 20년 간 조정을 받았습니다. 1980년 초부터 2000년 초까지 500에서 1000 사이에서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이제 20년 간 조정을 끝마치고 2003년 3월부터 대세 상승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다우지수도 1960~1980년 약 20년 간 500~1000에서 횡보하다가 82년 말 1000을 돌파한 이후 최근까지 20여년 간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따라서 한국시장도 2000년 초부터 10~20년 간 상승할 수 있습니다.”그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다. 저금리,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ROE는 평균 15%에 달하고 삼성전자의 경우 20%나 된다. 하지만 금리는 5% 수준이다. 그리고 기업들의 이익은 매우 안정적이다. 또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소수 지배주주나 비효율적인 사업에 쓸 수 없게 됐다. 배당도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주식을 사면 시세 차이도 얻을 수 있고 배당 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 사장의 주장이다. 단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90년대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얘기다.“우리나라에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조선 반도체 철강 등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를 속속 배출하고 있습니다. 주식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만일 올해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이듬해에 얼마든지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그는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주식은 싸다고 말한다.“일례로 서울 강남 아파트를 주가수익배율(PER)로 계산해 보면 약 40배 정도가 나옵니다. 12억원짜리 강남 아파트의 경우 월세를 놓으면 연 30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PER 계산법처럼 현재 시가(12억원)에 연 소득(3000만원)을 나누면 40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평균 PER는 15배 안팎입니다. 채권의 경우 연 5%의 수익을 내기 때문에 PER 개념으로 계산하면 20배가 나옵니다. 결국 부동산이나 채권보다 주식이 훨씬 저평가됐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야 이런 불균형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균형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주식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자산이 없다는 얘기입니다.”그는 올해 장세가 작년보다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에 워낙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올해 주가는 작년 말 주가에 비해 약 15% 상승한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 같습니다. 물론 올해 안에 20% 정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저점에서 주식을 사면 35% 정도 수익은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작년 말에 비해 15%만 상승하더라도 금리의 세 배 이상 수익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제 긴 호흡으로 시장을 봐야 합니다. 주식이 매년 오를 수는 없습니다. 미국도 대세 상승기에 매년 주식이 올랐던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계속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적립식 펀드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리스크가 있으면 무조건 피해버리는데 이런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장 사장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제 부동산의 시대가 가고 주식의 시대가 왔습니다. 이미 부동산은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또 부동산은 거래 비용이 너무 높습니다. 실거래가로 취득세와 등록세가 부과되는 데다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주식은 세금이 없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차라리 부동산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펀드에 투자하면 취득세나 등록세가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 앞에 갑자기 도로가 생긴다거나 신도시가 들어서서 부동산 값이 수십 배 오르는 지역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제 부동산에 투자하려 해도 가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주식은 적절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 투자하면 부동산에 비해 장기적으로 3~4배 이익은 더 낼 수 있을 것입니다.”그는 나이가 젊은 사람일수록 주식형 펀드에 더 많이 가입하는 게 좋다고 권유한다. 30대 초반이면 전체 자산의 40~50% 정도는 부동산으로 가져가는 게 좋고 70대 이상인 경우도 10%대 자산은 주식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금융과 반도체 내수 소비업종이 주식시장에서 유망하다고 말했다.“업종별로는 금융업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금융업 가운데서도 증권과 보험 업종을 더 좋게 보고 있는데요, 이들 업종의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화학이나 철강은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만 하반기에 적절한 매수 타이밍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은 절대적인 이익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보다는 실적이 다소 나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이 좋아질 것 같기 때문에 반도체와 부품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백화점 같은 내수 소비재 업종의 경우 내수경기 활성화로 인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장인환 사장의 주식투자 5계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