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많은 뷰티 브랜드들이 소비촉진 일환으로 초저가전략을 선보이고 있지만, 화장품 고급화 경쟁 역시 소리소문 없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V VIP를 위한 ‘1% 뷰티 마케팅’과 명품 이상의 화장품에 대해서 알아본다. 명품족’이니, ‘명품계’니, ‘중고명품’이니…, 대중적으로 알려진 명품은 이미 명품으로의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이다. 특히 패션 브랜드에 반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명품 화장품’은 대체로 대중화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경제전반의 흐름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신규 초저가 브랜드’의 등장과 함께 ‘명품 화장품’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피부에 닿는 것은 더더욱 최고를 선호하는’ VVIP를 타깃으로 한, ‘명품 이상의 화장품’의 소비는 꾸준하다. 일부 수입 코스메틱 업계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VIP를 넘어 VVIP를 위한 초고가 화장품과 특별 마케팅을 실시해 오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라프레리(La Prairie)의 ‘캐비어’ 라인과 랑콤(Lancome)의 ‘압솔뤼’ 라인, 그리고 시슬리(Sisley)의 ‘시슬리아’, 크리스찬 디올(Dior)의 ‘프레스티지’ 라인 등 이미 명품 뷰티 브랜드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랑콤 ‘압솔뤼’ 라인의 에센스는 약 20만원 선, 겔랑의 ‘세레니시마’ 에센스는 33만원, 헬레나루빈스타인의 ‘프로디지’ 크림은 21만원, ‘금딱지 크림’이라 불리는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리뉴트리브 얼티밋 리프팅 크림’은 35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그 밖에도 42만원 선의 메나도(Menardo) 엠블리어 나이트 크림, 65만원 선의 가네보(Kanebo) ‘센사이 라 크림’ 등 그 이상의 가격대에 판매되는 제품들도 다수 있다. 코스메 데코르테(Cosme Decorte)나 드 라 메르(De La Mer), 트랜스 비탈(Trans Vital) 등은 아예 전 라인이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있어, 대부분의 제품이 기십 만원이 넘는 가격대이다. 또한 ‘소수를 위한 특권’이라는 모토 아래 맞춤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는 보타닉 랩(Botanic Lab)의 경우 기초 7종에 3백23만원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값 비싼 프리미엄 화장품. 소비자는 과연 그 가격이 타당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우선 대량 생산하기 힘든 희귀한 천연 추출물을 원료로 한다는 점이 답이 될 수 있겠다. 라 프레리의 ‘셀룰라 래디언스 크림’은 캐비어나 천연 크리스털을 함유하고 있고, 에스티 로더의 ‘리뉴트리브 얼티밋 리프팅 크림’은 일곱 개 대륙에서 수집한 50여 개가 넘는 재료들이 들어 있으며, 크리스챤 디올의 ‘프레스티지 라인’은 프랑스의 크리스톨레잘레 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만 재배되는 넥타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고도의 하이테크놀러지도 가격을 올리는 요인인데, ‘1백8만원 크림’으로 불리는 코스메 데코르테의 ‘AQ 크림 밀리오리티’의 경우 세계 최초로 개발한 2가지 ‘리포솜 기술’을, 가네보의 ‘센사이 라 크림’은 피부 생리학과 단백질 공학을 총동원해 만들어졌다. ‘크렘 드 라 메르’는 장장 4개월 간의 ‘저온 생발효’ 제조공정으로, 보타닉 랩의 전 제품은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 특수 성분으로 제작되었다. 28만원짜리 프레쉬(Fresh)의 ‘크렘 앙씨엔느’는 중세로부터 내려오는 제조법에 따라 노르웨이 수녀원에서 직접 손으로 만들며, 1년에 3천5백 개만 생산된다고 한다. 국내 업체들도 초고가 제품을 내놓고 판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로 한방 아이템이 최고가의 프레스티지 라인을 구성하고 있는데, 가격대는 한국화장품의 ‘산심’이 5종 세트에 69만5천원, 태평양 ‘설화수’가 5종 세트에 43만원 정도이다. 제품력 또한 그만큼 경쟁력이 있어서, 30만원 선에 출시되어 있는 LG 생활건강의 ‘히스토리 오브 후’ 코스모 에너지 크림은 궁중 미용 기술이 집약된 ‘보약’ 크림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의 최고가 제품인 42만원 짜리 ‘타임레스폰스스킨 리뉴얼 크림’은 한 해 중 양분이 가장 풍부한 시기인 4월 초중순에 처음 돋아난 녹차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여 만든 안티 에이징 크림으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욕의 명품 백화점 버그도프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태평양 ‘디 아모레 갤러리’의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랩’ 역시 명품 이상의 화장품. 20g짜리 파우더가 10만원, 립스틱이 5만원, 아이섀도가 12만원에 이르지만,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피부상태, 피부색에 맞춰 제작되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 메이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초고가의 화장품을 구입하는 VVIP 들은 특별한 제품을 남들과는 다른 장소에서 그에 따른 특별 서비스와 함께 구입하고자 한다. 때문에 전문점 경로보다는 백화점이나 방문판매가, 더 나아가서는 VVIP들만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각광받고 있다. 로레알 코리아가 프레스티지 헤어 케어 브랜드 ‘케라스타즈’를 고급 미용실만을 통해 유통시키는 것도 일례가 될 수 있겠다. 또한 브랜드에서 경영하는 스파 역시 초고가 화장품이 거래되는 장소. 브랜드의 스파에서는 정확한 상담을 통해 개개인에 맞게 브랜드의 최고가 제품들을 활용한 트리트먼트 기술과 최고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렇듯 까다로운 VVIP들을 위한 최고급 뷰티 마케팅, 홍보 역시 적극적 광고가 아닌 소극적 ‘입소문’이 통한다. 마케팅 담당자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풍성한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거나 행사가 있을 때 DM을 발송하는 일이다. ‘부자들은 단골집을 선호한다’는 명제 하에, 신규고객 보다는 기본 고객의 DB 정보를 세분화하는 데 많은 예산을 쓰고 있으며 그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대체로 구매금액이 많은 고객에게 일급호텔 숙박권 선사 행사를 벌이고, 다양한 혜택과 우선권 부여한다. 태평양의 설화수의 우수고객 ‘설화메이븐 클럽’은 회사에서 한국문화사업을 후원할 때 그 고객의 이름으로 기증을 한다. 초고가 화장품이 주는 특권 의식과 차별적인 가치, 경제적 우월감, 브랜드의 네임 밸류 등을 고루 만족시키려면 무엇보다 제품력이 뛰어나야 한다. 브랜드 홍보 담당자에 의하면 80% 이상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한번 사용한 고객이 꾸준히 그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고. 다만 대부분이 고기능성 제품이다 보니 주로 30대 이후나 아예 폐경기 이후의 피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 피부 나이가 어린 사람이 썼다가는 고농축된 성분이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