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서비스로 부자시장 장악… BNP파리바 벤치마킹

액 자산고객이 계신 곳이면 어디든 갈 겁니다. 더 가까이에서 저희만의 PB 전용 서비스를 제공할 거예요. 양보단 질이죠. 최소 10억원 이상 고객의 시장을 확실히 선점한다는 게 목표예요. 채널 확대 차원에서 올해 PB점포를 몇 군데 더 신설할 계획입니다. PB시장이야말로 황금어장이기 때문이죠.” 한민기 신한은행 부행장은 ‘부자 전문가’다.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투자성향을 훤히 꿰고 있다. 누구보다 그들의 삶과 가치판단에 빠삭하다. 개인고객본부(PB사업 총괄) 부행장답게 어디가 간지럽고 뭘 원하는지 늘 안테나를 세운 채 관찰한다. 그가 그린 부자 기상도야말로 580여명에 이르는 신한금융지주 PB들의 야전 매뉴얼인 까닭에서다. 한 부행장은 부자고객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PB시장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주 매력적’이다. 성장성이 꾸준한 데다 리스크 부담이 적어서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익까지 얼마든지 가능해서다. 때문에 요즘 확실한 시장선점을 위해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일단 방향은 채널 확대다. 그것도 어정쩡한 금액보단 최소한 10억원 이상 맡길 수 있는 고객 발굴에 열심이다. 이 정도면 순자산만 50억원대 이상의 최상위 부유층이다. 이들을 위한 브랜드명은 ‘신한 Private Bank’다. 국내 최고 요지에 위치한 신한 PB업무의 주력부대다. 한발 더 나아가 5군데인 PB센터를 연내에 더 늘릴 방침이다. 한 부행장은 “고객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며 “잘 교육된 PB들을 통해 고객·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한은행은 부자시장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1993년 국내 최초로 PB사업을 시작했다. ‘신한VIP멤버스클럽’을 12개 만든 게 시초다. 그러다 2002년 10억원대를 대상으로 독립된 PB사업을 개시했다. 선진국 PB업무를 벤치마킹한 건 물론이다. 그 결론이 양보다 질이다. 한 부행장은 “다른 곳처럼 많은 수의 PB 영업점이 아닌 국내 최고의 자산가를 위한 채널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국내유일의 금융지주회사답게 통합 PB모델을 구축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유독 ‘최초’란 타이틀도 많다. 금융권역을 뛰어넘는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도 유명하다. 신한의 PB사업엔 특·장점이 여럿이다. 우선 PB센터의 위치도 모두 독립형인 데다 ‘Sky-Branch’다. 거액 자산가인 고객을 위해 비밀보장과 전용공간을 마련했다. 한 부행장은 “마천루의 위층에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다”며 “지점 내의 창구업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힌다. 금융지주사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은 기본 서비스다. 어떤 성향의 고객이든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부유층은 자신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원한다.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 부행장은 전문가 자문서비스를 강조한다. 그는 “우리의 대 고객서비스는 아주 차별적이고 강하다”며 “부동산·세무·법률 등 각 전문가와 PB팀장이 언제 어디서든 1 대 1 대면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한다.부자고객은 꽤 은밀하다. PB영업이 어려운 건 이 때문. 그래서 내부인력·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사람이 곧 재산인 셈이다. 한 부행장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PB와 관련된 인력풀을 갖추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했다. ‘예비 PB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가령 신한 PB센터의 모든 팀장은 내부인력 중 공모·교육·선발된다. 그는 “요즘 PB직을 희망하는 우수한 인력들이 많다”며 “예비 PB 공모로 직원 선발 후 1년여에 걸친 단계별 연수·교육, 그리고 현업에서의 시뮬레이션 등을 실시한다”고 말한다. 장기간에 걸친 교육과 검증을 수차례 거쳐야 비로소 PB팀장의 명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까다로운 거액고객의 입맛을 맞추자면 신상품 발굴이 최대 관건이다. 일반고객과 거액고객의 상품니즈는 출발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PB고객만을 위한 별도의 상품개발 담당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야 맞춤형 상품제공이 가능하다. 신한의 경우 ‘Portfolio Management Team(이하 PM팀)’이 부유층 상품개발을 전담하는 별동대다. 한 부행장은 “PM팀은 현장의 PB팀장과 실시간 업무공유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니즈가 뭐고 예상수요가 얼마인지 등을 파악해 전용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고객 한 명의 입맛에 맞춘 상품까지 개발·제공한다”고 밝힌다.PB시장의 경제학은 파레토 원칙으로 설명된다. 상위 20%가 수익의 80%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20%는 그 안에서 또 세분화된다. 거액고객일수록 PB센터의 러브콜이 잦은 이유다. 때문에 일부에선 부자시장을 두고 과당경쟁이란 우려가 높다. 실제로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은 무한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한 부행장은 “과당경쟁이란 지적이 틀리지 않다”며 “이는 경쟁사와 시장만 보고 무분별하게 뛰어들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시장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검증과 준비작업 없이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봐서다. 부자시장 접근 전략은 해외 선진 금융회사가 ‘선배’ 격이다. 상위 몇 개사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신한의 벤치마킹 대상은 프랑스 ‘BNP 파리바은행’이다. PB 원조인 스위스 은행도 참고 대상이다. 미국 쪽에선 BOA(Bank of America), JP모건, 씨티은행 등도 포함된다. 한편 신한은 토종은행으로서의 비교우위도 갖고 있다. 국내 부자들에 대한 이해와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한 부행장은 “국내 거액 자산가들은 부동산 보유 비중이 높은 데다 절세욕구가 대단하다”며 “이는 신한의 부동산 전문가와 안성맞춤형 상품개발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외국계의 약진에도 불구, 신한의 PB부문이 돋보이는 배경이다.돈 된다는 소문이 돌면 기본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곳곳에 한계가 있다. 한 부행장은 “PB업무는 기본적으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며 “사소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미리 계획·검증해 봐야 고객이 만족한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안목도 필수다.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PB사업은 전략을 잘 짜는 것 못잖게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필요해서다. 그는 “단기실적에 의해 내외부 인력 등을 자주 교체하면 되레 실패를 거듭해 자신의 고유한 색깔과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한 부행장에 따르면 요즘 부자들은 대안투자에 관심이 많다. 저금리와 환율하락 등을 반영한 틈새상품인 셈이다. 특히 전통적인 채권·주식·금리구조의 상품보단 향후의 원자재 수요증가를 반영해 금·오일·구리 등을 대안투자로 보는 시각도 많이 늘었다. 한 부행장에게 있어 ‘고객’은 최우선적인 가치판단 근거다. 결국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심판관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가 ‘고객 재발견’이란 화두를 들고 나온 이유다. 고객에겐 딱 맞는 옷처럼 개별·차별화된 맞춤영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뱅커로서 대부분을 보낸 일선경험에서 기인한다. 그는 “고객관리의 최상층을 담당·완성하는 업무가 바로 PB”라며 “우리의 PB사업은 그간 꾸준히 진행해온 고객중심의 일관된 전략의 최종 성과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