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해외여행·건강에 관심… 운동은 역시 골프

리 사회의 상류층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과 어느 정도 일치할까. 매스컴이나 드라마에 비친 모습과 많이 닮아 있을까.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특정 지역에 몰려 사는 만큼 외부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간혹 뉴스를 타고 일부 모습이 노출될 뿐이다. MONEY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항목에 몇 가지 관련 질문을 넣었다. 비록 PB들을 통한 간접조사지만 그들의 생활을 옆에서 가장 자세하게 관찰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상류층의 생활을 엿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흔히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들의 직업을 전문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고소득자 하면 바로 의사나 변호사 등 ‘사’자 직업군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럴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PB센터를 이용하는 고소득자의 직업으로는 자영업자가 가장 많다. 무려 44%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영업자에 대해 돈을 많이 벌까 하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사실은 다르다. 이어 앞서 말한 전문직 종사자가 26%를 차지, 나름대로 고소득자로서의 명성을 입증했다. 다른 응답으로는 사업가(10%) 샐러리맨(3%) 등의 순서였고, 기타와 무응답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요즘 부자들이 몰려 사는 강남에서는 결혼 상대방의 조건으로 직업이나 학력보다는 경제적 능력이 우선시된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경제력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에게 밀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강남에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전모씨(56)는 “그저 그런 전문직 종사자보다는 돈 잘버는 자영업자가 결혼상대로서 더 인기가 높다”며 “친구들 사이에 사위나 며느리 조건으로 그 집안의 경제력을 가장 먼저 보는 게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부자들을 접할 때 자주 갖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하는 점이다. 요즘 들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10억원 만들기’가 널리 회자되지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이론적으로는 몇 년 안에 10억원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훨씬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재력을 쌓은 배경을 보면 재미있는 게 하나 발견된다. 의외로 자신의 힘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부자들은 부모를 잘 만나 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달랐다. 수치를 보면 자수성가형(31%)과 재테크형(31%)이 전체의 60%를 넘어 거의 3명 가운데 2명꼴로 자신의 힘으로 일어선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형은 28%에 지나지 않았다. 이 대목만 놓고 보면 지금은 돈이 별로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는 부자가 될 수 있고, 실제로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10억원 만들기가 비록 어렵지만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부자들의 주거형태도 관심대상이다. 텔레비전 속 모습처럼 혹시 대저택에 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결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아파트에 사는 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의 81%에 이른다. 단독주택(8%)은 의외로 적다. 또 최근 큰 인기를 끈 타워팰리스 같은 주상복합(6%)도 아직은 많지 않다. 다만 평수는 매우 큰 편이다. 조사 대상자의 50%가 50~100평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부에 걸맞게 큰 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어 40~50평이 44%를 차지했고, 40평 이하는 5%, 100평 이상은 1%로 조사됐다. 부자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절약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 대목에서는 예외로 분류된다.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점심에 식당에서 4000~5000원짜리 밥을 먹는 사람들도 자신이 즐기는 일에는 수백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 일대에 골프숍이나 스키숍 등이 몰려있고, 몇 백만원씩 하는 장비나 옷이 잘 팔려나가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자들을 관찰해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과소비를 일삼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다만 집이나 자동차, 취미생활 등에는 돈을 후하게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교수는 “업체 입장에서도 부자들의 이런 점을 잘 파악해 두면 마케팅하는 데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평균적인 보유 자동차 대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결과를 보면 부자들 가운데 2대 이상의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사람이 무려 8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대가 68%, 3대가 14%이고 4대 이상도 한 명 있었다.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람은 16%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수입차 선호도도 상당하다. 전국 수입차의 50% 이상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팔려나간다는 사실은 이제 구문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입차가 좋아서 타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전도에서 뛰어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혹시 일어날지 모를 사고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비싸지만 수입차를 사는 셈이다. 연간 해외여행 횟수에서도 이런 점은 여실히 나타난다. 해외에 대한 관심이 높고, 견문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외국에 자주 나가는 것이다. 이를 수치로 확인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간 2~3번 이상은 외국에 여행을 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2~3회가 63%, 5~6회가 10%, 4~5회가 9%로 드러났고, 6회 이상 된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에 비해 1회 이하는 단 5%에 그쳤다. 부자들은 건강관리에도 적극적이다. 건강이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신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 먼저 건강관리를 위해 절대 다수가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안한다’는 의견은 단 2%에 지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육체적 운동을 한다’(78%)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요가 등 정신수양(8%), 건강보조식품 복용(5%)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즐겨하는 운동은 무엇일까. 역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56%로 절반을 넘는 등 가장 많았다. 등산이 15%로 그 뒤를 이었다.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조깅(3%), 마라톤(3%), 헬스(2%) 등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의외로 수영이나 배드민턴 등을 한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경제적으로 보통이거나 그 이하인 사람과 부자는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스타일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돈에 따라 달라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부자라고 무턱대고 돈을 쓴다고 획일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들도 아낄 때는 철저히 절약한다. 다만 쓸 때는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부자들의 왜곡된 모습이나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다소나마 바로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