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대담 = 남궁 덕 편집장국내 증권업계는 투자은행(IB)이나 프라이빗뱅킹(PB)에 대한 경험과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국내 증권 은행 보험사를 모두 합쳐도 미국의 씨티그룹보다 규모가 작은 게 현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이런 척박한 금융시장환경 속에서 종합투자금융회사로 뻗어나가기 위해 디딤돌을 하나 둘씩 놓아가고 있는 선구자다. 그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일류 금융사가 되는 첫걸음이자 목표라고 잘라 말한다. 박 사장은 “자산관리의 첫번째는 대고객 서비스 수준 향상”이라며 “고객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 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의 합병을 마무리한 뒤 조직의 화학적 통합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박 사장을 만났다.-경기는 아직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주식에 투자해야 하나요.“국내 증시가 주가 1000시대로 확실히 들어선 느낌입니다. 우려됐던 소비(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IT경기 회복 가능성, 구조적인 수급 개선을 바탕으로 상승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이미 거시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들은 상반기를 고비로 해서 3·4분기부터는 회복세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금리와 배당수익률 상승에 따른 증시로의 자금 유입 또한 꾸준해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그렇다면 하반기에 기대되는 지수 상승 목표치와 투자자의 대응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저희는 12개월 KOSPI 목표치를 최대 1140포인트까지 예상하고 있으며 가격 메리트와 주요 제품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IT섹터, 소비회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경기관련 소비재에 대해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산업활동 동향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 발표를 토대로 하더라도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며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상반기 중 우리 경제와 기업들을 괴롭혔던 원화강세 현상이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크게 완화되고 있어 견조한 수출과 소비회복에 따른 내수경기 회복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우리투자증권과 LG투자증권 합병으로 자산규모 1위의 대형 증권사가 됐는데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봅니다만.“우리투자증권은 은행연계 영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고객 자산관리 영업 강화와 IB부문에서 꾸준한 수익 증대를 통해 2005년 1등 회사로서의 질적 토대를 강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2007년에는 경상이익 4000억원 수준의 선진 금융사의 자본 효율성을 갖춤으로써 수익성, 성장성 및 고객 신뢰도에서 최고의 증권사로 도약할 것입니다. 또 자산관리 영업의 성공적인 정착 및 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해 각 사업부문에서 꾸준한 수익을 낼 것입니다. 주식시황에 관계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증권회사’가 되고, 장기적으로 외국 선진 금융회사와 동등한 관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초우량 선도증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초우량 선도증권사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할 부분도 있을텐데요.“자산관리 영업에 있어 고객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임원 부인들을 고객으로 가장해 대 고객서비스(CS)를 점검해 봤습니다. 평소 CS팀에서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매우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암행감찰을 해보니 그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서 CS팀장을 불러 당장 고객서비스 모니터링 평가 시스템부터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증권사 지점 창구에는 신입직원이 앞에 앉고 고참직원이 뒤에 앉아있습니다.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고참직원을 앞에 두고 신입직원을 뒤에 두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다른 증권사와 우리투자증권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입니까.“한마디로 건전한 투자문화 육성에 앞장서는 선도증권사로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유가증권 시장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로 인해 시장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유가증권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투명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증권사의 수익이 고객수익과 상충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투자증권이 앞장서 나가겠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이 먼저 영업사원의 과도한 매매회전율을 제한하고, 고객 수익률을 직원 평가에 철저히 반영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고객이 우리투자증권과 거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줘 고객에게 신뢰받는 증권사로 도약할 것입니다.”-고객의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도영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먼저 고객과의 이해상충구조 해소를 위해 비윤리적 매매행위를 근절시킬 것입니다. 불법 일임·임의·자기매매를 금지하고 지점장에게도 해당직원과 동일 수준의 관리 책임을 지울 것입니다. 매매회전율 제한의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직원이 관리하는 계좌의 예탁재산으로부터 생긴 수수료 수익이 예탁재산 대비 일정 비율을 상회할 경우 과도한 회전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일정 비율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업직원의 성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또 고객수익률이 저조한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은 영업직원의 성과로 인정하지 않고, 계좌의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고객에게 서비스 사원을 교체하도록 할 것입니다.”-‘독서경영’을 얘기하는 CEO(최고경영자)가 많습니다. 최근 읽고 계신 책과 저희 독자에게 권장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사내 게시판에 CEO 홈페이지를 개설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제가 읽고 있는 도서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직접 소개하고, 사내 정보자료실에서는 이렇게 소개된 책을 10여권씩 구입해 직원들에게 자유롭게 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직원들에게 추천한 책은 ‘블루오션 전략’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블루오션’은 모두가 경쟁해야 하는 시장 상황에서 벗어나 예전의 업종이나 고객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경쟁이 없는 시장, 즉 미개척 시장 공간인 푸른 바다와 같은 신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략적 사고를 바꾸고, 구조적 접근법을 사용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제게 아주 유익한 책이었습니다.”-증권업계 1위인 대형증권사 CEO로서 바쁜 일정을 보내실 텐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감 있게 열심히 일할 때 엔돌핀이 나와 자연스럽게 건강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도 보면 일할 때는 멀쩡히 건강했던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면 오히려 병이 나는 경우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열심히 하다 보니 건강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저의 건강관리법입니다.”-마지막으로 자녀교육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들만 둘입니다. 두 자식 모두 중학교 때부터 유학을 보내 미국에서 대학을 마쳤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자유스럽게 키웠습니다.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대신 책임을 강조합니다. 자유는 책임을 완수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일부 계층 자녀들이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과 베트남을 비교해 보면 한 나라의 흥망이 국민들의 애국심과 책임의식 수준에 따라 갈라진다는 역사적 사실도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방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두 자녀 모두 불러들여 군대를 마치게 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