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달사장의 경매테크 성공학 대해부

(주)GMRC 우형달 대표(40)에게 1997년은 인생의 ‘대 전환점’으로 기록될 법하다. 나라 전체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로 들어가면서 곳곳에서 구조조정의 신음소리가 들리던 그 해, 우 대표 역시 퇴직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가 4년간 몸을 담았던 곳은 경기도 성남의 모 상호신용금고.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갔지만 IMF라는 엄청난 재앙은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퇴직과 동시에 손에 쥐어진 돈은 고작 3100만원. 이 돈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함이 어깨를 짓눌러왔다.그에게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첫 시련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돌연 일본 유학길을 떠났다. 하지만 처음 떠나기 전 품었던 청운의 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도착과 동시에 기다린 것은 배고픔과 외로움뿐이었다. 지금도 일본 유학시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돈이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기 일쑤였고 지하철 정기권이 없어 걸어서 학교를 간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결국 우 대표는 ‘유학실패’라는 커다란 멍에를 지고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직장 상사가 전해준 한 권의 경매 책이 인생 바꿔 실패한 유학생 신분으로 어렵사리 취직한 곳은 모 상호신용금고 채권심사부. 고객에게 ‘이자와 원금이 밀렸으니 내일까지 송금해 달라’는 독촉성 전화를 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채무자에게 빌린 돈을 받으러 가고 연체가 심한 경우에는 담보물건을 경매 처분 하면서 그는 법원경매 시장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여놓게 됐다.“당시 직장상가가 준 경매관련 책 한권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경매공부가 이렇게 재밌는 줄은 몰랐습니다. 기본적인 법률, 권리분석, 수익률분석 등을 배워가며 차츰 경매에 눈을 떴습니다.” 그렇게 배우는 즐거움을 터득하며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다가 IMF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막상 퇴직하고 나니 담담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했지만 전 별로 걱정돼지 않았죠. 아마 경매를 알고 있다는 게 그런 자신감을 갖게 한 원동력이었던 같습니다.”IMF 위기속에서 경매 대박 터뜨렸다 부동산업계에서 소위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 중에는 공통점이 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IMF 외환위기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고,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부정한 방법을 취할 수도 없는 ‘누란의 위기’에서 고수들은 ‘대박’이라는 꽃을 피운다. 물론 그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대를 넘었고, 이자율은 은행권이 27~28%, 제2금융권은 31% 이상이었죠. 전문가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이 나라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애물단지일 뿐’이라고 외쳐댔습니다. 당연히 사회적 분위기가 ‘그래 이제 부동산은 정말 끝났다’였지요.” 하지만 이 때 그는 일생일대의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3100만원의 돈을 갖고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는 부동산에 ‘몰빵’하는 심정으로 투자를 한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연 이자율만 27~30%에 육박하자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은 폭증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각급 법원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매계를 신설하던 때였다. 서울시내 유명 빌딩들이 대거 외국계 자본에 반 토막에 반토막으로 팔려나가던 시절에 경매를 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돈 벌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었던 것이다. 우대표가 처음 낙찰받은 물건은 성남시 신흥동에 위치한 대지 20평, 2층 건물짜리 단독주택. 당시 감정가는 8500만원이었다. 우 대표는 4회 입찰에서 4620만원을 썼다. 물론 낙찰은 그의 몫이었다.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돈과 임차인에게 이사비용까지 지불한 결과 총 500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으니 자기 자본은 고작 3000만원 밖에 들지 않았다. 이후 그는 이 집을 반지하의 경우 1500만원, 1, 2층은 3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3000만원을 들여 전셋값으로 만 7500만원을 뽑은 것이다. 그가 두 번째로 낙찰받은 서울 남부법원에 나온 40평형대 목동아파트로 예로 들자. 감정가가 2억2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2회 유찰 후 3차에 감정가 대비 51%인 1억1200만원에 낙찰됐는데 지금은 매매가가 6억원을 웃돌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일반매매를 통해 부동산을 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모두 경매를 통해서 구입했다. 지금까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부동산만 무려 60건이 넘는다. 3100만원으로 시작한 그의 재산은 지금 30억원이 훨씬 넘는다. 개인적으로 낙찰받는 경우는 25건이고, 친구와 공동투자 한 경우는 15건, 펀드를 구성해 낙찰 받은 경우는 20여건이다. 낙찰 받는 부동산은 최소 원금 대비 2배의 수익을 냈고, 많게는 6배까지 뛴 경우도 있다고 우 대표는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경매로 구입하는 물건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경매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일반 매매야 개인 간 거래여서 중개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경매는 법원과 개인이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사고가 날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권리관계 복잡한 경매물건일수록 투자가치 높다 우 대표는 ‘다세대 전문가’로 소문나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업계에선 환금성이 뛰어난 아파트를 가장 선호한다. 다세대는 나중에 되팔 때 애를 먹는다는 이유에서다. 경매시장에서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는 역으로 발상할 것을 주문한다. 싸게만 사면 다세대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물론 역세권 등 교통여건이 뛰어난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가급적이면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일수록 낙찰가율이 떨어지지만 투자매력은 크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구조다. 여기서 고위험은 물건에 권리관계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을 경우다. 권리관계만 제대로 파악하면 순식간에 ‘저위험 고수익’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포구 망원동 다가구주택이 좋은 예다. 그는 대지 47평, 지하 2층, 지상 3층짜리 연면적 120여 평 다가구주택을 4회차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만 3억5000만원짜리를 2억1300만원에 사들였다. 선순위 임차인에게 줘야할 전세보증금과 이전비, 공사비를 합쳐 2억4500만원이 들어갔는데, 전세보증금으로 3억4000만원을 받았으니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1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물론 그에게 성공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낙찰받아 고스란히 원금을 까먹은 일도 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찰서 인근 근린상가의 경우 4억원짜리 유치권이 설정돼 있는 것을 알면서도 낙찰 받았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이미 그전에 유치권을 말소시킨 경험이 있어 지나치게 과욕을 부린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활명수 강사’로 재테크 강연회에서 인기 지난해 말 그가 쓴 ‘나는 부동산 경매로 17억 벌었다’는 출판 시장 불황 속에서도 수개월 째 대형서점 재테크 코너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동안의 삶과 투자 방법이 고스란히 소개된 이 책이 나온 이후 그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재테크 강연회로 몸살이 날 지경이다. 강연회에서 우 대표는 속칭 ‘활명수 강사’로 통한다. 답답한 곳을 속 시원하게 해준다고 해 수강생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저는 강연회 때마다 ‘내 돈 들여 사지 말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은행 빚을 내서 사라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자기자본을 줄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다가구 같은 경우는 최소한 인근 지역 전셋값 이하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이런 물건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서울 시내에서만 찾아봐도 상당히 많습니다. 역세권에 속해 있는 물건도 굉장히 많습니다. 바로 이런 게 돈버는 물건입니다.” 그가 주목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북을 주목하라고 추천한다. 당연히 강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답이다. 특히 마포, 용산은 강북에서도 노른자위 땅이기 때문에 다가구라도 서둘러서 사두라고 권유한다. “지금은 강남이 좋지만, 저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강북을 사라고 말하는 겁니다. 서울시도 현재 강북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정부로서도 어떻게 해서든 강북을 변모시킬 것입니다. 만약 구입한 주택이 재개발구역에라도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2~3배 뛰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최근 법원경매에서 용산구 내 다가구 물건은 감정가보다 1000만원 정도 싼 값에 낙찰되고 있다. 비싸게 낙찰되고 있다는 얘기다. 뉴타운지정 등의 여파로 물건마다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어떤 물건은 감정가를 초과해 낙찰되는 등 과열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답은 언제나 ‘GO’다. 지금 사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타운에 속한 주택들이 과열상태라면 인근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라고 충고한다.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강북 도심지 재개발 보고 마포, 용산에 사두면 돈된다그는 강남권만 해도 지금은 중대형 평형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중소형 평형이 부족한 때도 올 거라고 말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가족구성원의 감소다. 핵가족화와 이혼 급증으로 가족구성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형 평형을 고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강남 집값이 엄청나게 오를 경우 차라리 주거비 부담을 우려해 중소형 평형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층도 많아질 것으로 그는 예상한다. 흔히들 경매전문가들을 가리켜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 묘사하곤 한다. 경매 특성상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 강제 퇴거를 시켜야 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 대표는 대화를 강조한다. 그는 지금껏 수많은 부동산을 낙찰받았지만 단 한 번도 강제집행을 한 적이 없다. 약간의 비용이 더 필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세입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 별다른 어려움없이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부동산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우 대표는 현재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충분한 이론을 바탕으로 부동산투자에 나서야 시장의 투명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입만 갖고 투자자를 유혹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공부를 하라고 강조한다. 물론 이날 기자도 공부의 필요성을 장시간에 걸쳐 들었다.“부동산 시장에 발을 담근 지 10년이 지난 지금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부동산 투자의 세계엔 과거는 없다는 겁니다. 앞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죠. 뒤를 돌아보고 안주하다보면 시기를 놓치는 게 바로 부동산입니다.” 활명수 강사 우 대표는 이날도 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책가방을 들고 부리나케 나갔다. 그의 뒷모습에서 두려움을 기쁨으로 바꾸는 곡예사의 기질이 엿보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