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80% 흑자…'쾌도난마' 5년 수익률 5570%

토요일인 지난 7월16일 정오께 과천 경마공원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접수마감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관람객들의 몸이 관람대로 쏠린다. 흡사 바닷물이 움직이는 것 같다. 2시 정각, 1시 방향에 경주마들이 나타난다. ‘탕!’ ‘와~’ 경주에 출전한 8마리 말들이 사력을 다해 결승점을 향해 출발. 아직까지는 5번 말 ‘최강속도’가 선두다. 하지만 결승점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2번 말 ‘날쌘돌이’가 힘차게 치고 나온다. 선두와의 거리는 10m… 5m… 3m… 1m. 점차 간격이 좁혀지더니 이윽고 선두가 바뀐다. 중계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관람석에선 ‘와~’ 하는 함성이 터진다. 경기는 막판 스퍼트를 낸 2번 말 ‘날쌘돌이’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말 없는 경마 없고, 마주 없는 말 없다. ‘마주’는 경주마, 관중과 함께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3대 축이다. 흔히 경마는 ‘고전’과 ‘자본주의’가 결합된 퓨전스포츠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움직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권위도 강조되기 때문이다. 정의의 여신 ‘마아타’가 공평과 정의를 상징하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듯 마주는 늘 돈과 권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부자들의 세계, ‘애마(愛馬)월드’를 깊숙이 들여 다 봤다.“5년간 투자 수익률 5570%” 제로섬게임이라는 선물·옵션시장에서 터진 ‘대박’ 스토리가 아니다. 5000%가 넘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은 경주마 투자에서 나왔다. 행운의 주인공은 경주마 ‘쾌도난마’의 마주인 남기태 코리아로터리서비스 회장. 남 회장은 2000년 제주경마경매시장에서 ‘쾌도난마’를 평균 낙찰가 2000여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1670만원에 사들였다. 결과적으론 보배를 거저 주운거나 다름없다. 쾌도난마는 ‘38전 19승, 2착 12회(우승 19차례와 준우승 12차례)’의 경주성적표를 냈다. 마주 80% 흑자 …‘쾌도난마’ 5년 수익률 5570%2002년과 2003년 한국마사회장배를 2연속 제패하는 등 ‘왕중왕’을 가리는 챔피언 경주대회에서도 5승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쾌도난마’가 벌어들인 총상금은 9억3300만원. 또 최고의 순발력을 가진 말로 평가되는 ‘고려방’은 2001년 9월 데뷔한 지 4년 만에 8억7760여만원의 상금을 마주인 김덕환 삼부토건 전무에게 안겼다. ‘비천봉’(마주 이종무 전 부국상호신용금고 대표) 역시 7억4430여만원의 상금을 거둬들였다. 데뷔 10개월도 채 안 된 ‘새벽동자’는 이미 2억9200여만원의 상금을 김경민 마주에게 안겨줬다.Low risk High return위험한 장사에 남는 게 많다고 했다(High Risk High Return).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시장은 대개 제로섬 게임으로 누군가가 100%의 수익을 올렸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고스란히 하지만 마주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실제 그럴까. 경주마 투자의 재테크 손익을 따져보자. 지난해 경마의 총상금 규모는 767억원인 반면 전체 투자비는 364억원(등록된 경마 1458마리,평균 경마구입가 2500만원 )이었다. 전체 투자 대비 수익률은 210%로 지난해 마주 1인당 평균 수익금은 1억6637만원이었다. 즉 마주 1인당 평균 상금 취득액은 5052만원이었다. 전체 461명 마주 가운데 흑자를 본 마주는 372명에 달했다. 게임에 참가한 80.7%가 이익을 본 셈이다.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흑자를 기록 중인 마주가 10%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산업 매출액이 최근 2~3년간 20~30% 감소했지만 마주 상금은 오히려 늘었다’며 “세계 어디에도 마사회에서 직접 마방을 운영하면서 경마 구입부터 훈련까지 대행해주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경마 구입가 제한, 경마 보유두수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두는 곳도 없다. 마주 정원도 연 450~470여명으로 제한해 독과점시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경주마 투자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수급으로 본 경마주 투자 손익 계산법대개 70~80%의 마주들이 흑자를 본다. 계산상 20~30%의 마주들은 적자를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적자폭은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마주들의 경마 평균 매입가가 2500만원이며 경마 구입가 이외에 월 관리비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해 봐야 지출비용은 월 100만원 내외”라고 설명한다. 즉 경주마 한 마리를 구입해 1년간 단 한 차례 상금을 받지 못하다가 그 말이 죽는다 해도 그 손해는 수천만 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수익은 무한대고, 손실은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한국 마사회는 올해부터 새로운 규정을 신설했다. 마주들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산 신마 도입가를 미화 2만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한국 마사회 홍보팀 김희태 과장은 “국내 경주마 수준이 낮다보니 외산마의 도입가격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마주들이 해외에서 고액의 경주마를 도입했다가 오히려 큰 손해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며 “마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2005년 7월 현재 전체 마주는 445명. 마주 1인당 평균 3.3마리(15마리까지 보유가능)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등록된 경주마는 1000여마리로 평균 2500만원 선. 외산마와 달리 구입가 제한이 없는 국산마의 경우 2005년 3월 제주경매시장에서 7500만원에 낙찰된 게 역대 최고가 기록이다. ‘꿈은 이뤄진다’라는 이름의 수말로서 ‘쾌도난마’의 전 형제마(부마와 모마가 모두 같은 말)이다. 역대 경매 최저가는 900만원 선.유명인 중 누가 마주인가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주심사위원회에서 마주로서 필요한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있는지 엄격하게 심사·통과돼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재계 인사로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윤세영 서울방송(SBS)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부용 대림그룹 부회장, 박정기 한덕생명 회장, 이태식 알리안츠생명 회장, 지대섭 청호컴넷 회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지대섭 회장이 최근 1년 동안 2억9350만원의 상금을 받아 가장 성적이 좋다. 그뒤를 이장한 회장(9980여만원)과 이수빈(9050여만원), 박용호 회장(9050여만원), 이부용 부회장(7300여만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두산 박용호 회장과 SBS 윤세영 회장,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나란히 4000여만원의 상금을 받았으며 정몽규 회장(2300여만원)과 이웅렬 회장(1000여만원)은 재계인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정·관계 인사로는 전직 국회의원인 신영균 조한천 박상규 변웅전 김채겸 강용식 구천서 권익현씨와 전 제주지사 우근민씨, 전 국방부장관 오자복씨, 전 법무장관 이종원씨가 있다. 문화·연예계에선 영화배우 김지미씨(본명 김명자), 탤런트 김영철씨, 프로기사 장수영씨 등이 활동하고 있다. 학계 인사로는 심상필 전 홍익대 총장, 맹원재 전 건국대 총장, 김병묵 경희대 부총장,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마주로 등록돼 있다. 그 외에도 법조계 의료계 등 각계 인사들이 많다.앞으로도 경마투자 수익 보장될까금융전문가들은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을 20%라고 한다. 선물·옵션시장은 5~10%, 경마로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은 복식경기일 경우 2.22%라고 한다. 재테크 측면으로 보면 한국의 마주들은 고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에게 제출한 ‘2004년 마주별 상금순위’자료에 따르면 김익영 한국경영컨설팅협회 부회장이 4억7000여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덕환 삼부토건 전무(상금액 3억7400만원), 3위는 이수홍 청권사 이사장(3억1500만원) 이 기록했다. 1억원이 넘는 고액 상금자는 총 82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올 상반기 성적표도 좋다. 상반기 현재 활동 중인 총 마주 수는 422명.지난해 말보다 39명이 줄었다. 이 가운데 72.9%가 흑자를 냈으며 19.3%가 적자를 보고 있다. 조원희 마주(대치빌딩대표)가 2억5700만원을 받아 1위를 차지했으며,영화배우 김지미씨(1억3100만원)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반면 가장 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 마주의 손실규모는 800만원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경마주 투자를 통해 이런 고수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답은 예스다. 총 상금규모는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마주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사육하는 농가가 증가하면서 경주마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마주 입장에선 호재다. ☞ 상반기 투자자산별 수익를 : ☞ 마주 손익 현황(2005년 상반기 경주마 활동 마주 기준) : ☞ 2005년 상반기 마주별 상금순위 현황 : ☞ 2004년 마주별 상금순위 현황 : ☞ 마주수 및 경주마 보유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