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는 그린 다음으로 골퍼들이 조심해야 할 곳이다. 볼이 벙커에 빠지면 탈출하기 힘든 까닭에 골퍼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벙커에서는 규칙도 다소 까다롭다. 벙커는 규칙상 해저드(벙커와 워터해저드를 지칭함)다. 벙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정리한다.모래 테스트는 2벌타볼이 벙커에 빠질 경우 가장 주의할 것이 치기 전에 모래를 테스트하는 일이다. 특히 초보자들 중에는 연습스윙을 하면서 클럽헤드로 모래를 스치곤 하는데 2벌타 감이다. 스탠스를 취하기 위해 발로 모래를 헤집는 것은 허용되나 클럽이나 손 등으로 모래를 헤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백스윙 때 클럽헤드가 모래를 스쳐도 2벌타다. 단 몇 개의 클럽을 가지고 벙커에 들어간 뒤 쓰지 않는 클럽을 가만히 벙커에 놓는 것은 괜찮다.라이 개선도 2벌타볼이 앞 골퍼가 남긴 발자국에 들어갔다. 치기도 어려울 뿐더러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또 어디선가 이런 경우 구제받을 수 있다는 말도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발자국을 고른 뒤 벙커샷을 했다. 이러면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는다. 발자국에 있는 볼은 그대로 쳐야 한다. 규칙을 개정한 적도 없고 개정 가능성도 희박하다. 또 자신이 친 벙커샷이 벙커를 탈출하지 못하고 다시 벙커 턱을 맞고 구르고 있는데 조금 전 친 장소를 발로 평평하게 골랐다. 그런데 볼이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 멈췄다. 이 경우에도 역시 라이 개선으로 2벌타를 받는다. 연습스윙은 얼마든지 가능벙커에서는 연습스윙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 골퍼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클럽헤드를 모래에 부딪치지 않고 허공에 대고 하는 연습스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깡통은 치워도 되지만 솔방울은 치울 수 없어볼이 벙커에 빠졌는데 들어가 보니 깡통과 솔방울 돌멩이 등이 볼 옆에 있다. 이런 경우 인공장애물인 담배꽁초 병 깡통 비닐조각 등은 벌타 없이 치울 수 있다. 그렇지만 ‘루스 임페디먼트’(생장하지 않고 고정돼 있지 않은 자연물)인 솔방울 돌멩이 등은 제거할 수 없다. 단순히 접촉하는 것도 안 된다. 그대로 쳐야 한다. 단 볼과 루스 임페디먼트가 ‘동일 해저드’에 있을 경우에만 치울 수 없다. 볼은 그린 왼편 벙커에, 솔방울은 그린 오른편 벙커에 있을 경우에는 솔방울을 제거할 수 있다.볼이 고무래에 걸려 있으면벙커를 고르는 고무래는 움직일 수 있는 인공장애물이다. 볼이 벙커 안이나 벙커 턱에 놓여 있던 고무래에 걸려 있을 경우 고무래를 치울 수 있다. 볼을 먼저 집는 것이 아니라 고무래를 먼저 치워야 하는 순서에 유의해야 한다. 고무래를 치우다가 볼이 움직이면 볼을 집어 원위치에 갖다놓으면 된다. 겁낼 필요가 조금도 없는 상황이다.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수도 있다벙커에서는 볼의 라이가 좋아도 두려운 것이 대부분 골퍼들의 심리다. 하물며 높은 턱 바로 밑에 볼이 멈췄거나 모래 속에 볼이 반쯤 잠겨 있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이럴 경우 목표 반대쪽으로 탈출할 수 있지만,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수도 있다. 물론 1벌타를 감수해야 한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면 벙커 내에 드롭하거나 조금 전에 볼을 쳤던 곳으로 되돌아가 샷을 하면 된다. 예컨대 파3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박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경우 1벌타 후 티잉그라운드로 되돌아가 샷을 하는 것이다.벙커에서 친 볼이 몸에 맞으면벙커에서 친 볼이 턱에 맞고 되돌아와 골퍼의 몸에 맞거나 발에 걸렸다. 어떻게 되는가. 자신이 친 볼이 자신에게 맞았기 때문에 2벌타를 받는다. 턱이 높은 벙커나 턱이 바로 눈앞에 있는 벙커에서는 조심해야 한다.자신과 남의 발자국 모두 평평하게벙커를 보면 그 골프장 수준을 알 수 있다. 벙커가 평평하게 잘 정리돼 있으면 골프장 관리 수준뿐만 아니라 그곳에 오는 골퍼들도 에티켓을 잘 지키는 수준 높은 골퍼라고 보면 틀림없다. 자신의 볼이 앞 골퍼가 남긴 발자국 속에 멈춰 있다고 생각해 보라.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 논리로 벙커샷을 한 뒤 벙커를 잘 정리하지 않고 가버리면 그 피해는 다음 골퍼들이 보게 된다. 벙커샷을 한 뒤 그곳에 남겨진 발자국을 평평하게 정리하는 것은 그린에서 자신의 피치마크를 수리하는 것과 더불어 골퍼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 ‘제1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