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는 연내에 상승세를 접을까. 현재 미국 월가에서는 지속 상승론과 조정론이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증시의 기초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상승론의 근거다. 미국 경기는 고용지표마저 나아지고 있어 성장세가 견실하다는 것이다. 반면 조정론자들은 주가의 경기 선행성을 감안하면 성장세 자체보다는 언제 경기가 정점을 지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하락 속도는 종전보다 완만하지만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보고 있다.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을 토대로 살펴보자. 이 이론의 골자는 이렇다. 통상적으로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 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받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 오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 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이때 경기와 기업 실적이 뒤따라 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경기와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 국면을 맞는다. 물론 이때는 악재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시장 자체적으로 흡수해 주가 흐름에는 장애요인이 못 된다. 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다시 조정 국면을 맞는다. 과거와 달리 이때는 금리 인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과민하게 반응한다. 이 상황에서 경기와 기업 실적 개선세가 뒤따르면 3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반대로 경기와 기업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 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우에 따라선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공황 상태(panic)를 맞을 수도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미국 증시는 2차 맴돌이 국면을 지나 3차 소상승기 진입 여부가 아직은 불확실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요즘 월가의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요즘 들어 국내 주가도 그동안 증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일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조만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이른바 ‘펀더멘털(fundamental)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시장참여자들 사이의 최대 관심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의 주가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펀더멘털론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국내 증시의 글로벌화와 구조변화가 상당히 이뤄졌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운용도 선진화하고 있다. 저금리 추세 지속에 따라 종전의 노후 대비 주자산 운용처였던 은행권의 탈 예금화 현상이 심해지는 대신 각종 주식형 펀드와 연금을 중심으로 한 미국식 자산운용 방식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것이 요즘 재테크 시장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증시의 수급 구조가 일부 우량 주식의 경우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초과 수요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약 7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상장을 기피하는 현상 등을 감안하면 주식 공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주식 위주의 자산운용이 정착되는 상황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설령 펀더멘털론의 시각대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종전처럼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최근처럼 한 가구의 소득 구성에서 소비성향이 강한 자산소득과 우리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부(富)의 효과(주가 상승→자산소득 증가→소비 증가→경기 회복)’로 펀더멘털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앞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은 비교적 낮고, 조정 이후 한 단계 상향 조정된 수준에서 귀착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주가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