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독특한 개성찾으면 투자 명중

어느 구상(具象) 작가들이 단체전을 여는 전시장에 들어선다. “야! 그림 참 잘 그렸다.” “어쩌면 실제와 같이 그렸을까.” 전시장에서 흔히 듣는 감상자들의 말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이는 대로 실제처럼 묘사해낸 그림을 보고 감탄하는 말이다. “이 작가도 잘 그렸고 저 작가도 잘 그렸고,그러고 보니 전부 다 잘 그렸네.” 쭉 돌아보니 모두 다 그림을 잘 그렸다는 말이다.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야외에서 크레용으로 그림 그리던 때가 생각난다. 같은 장소에 모두 앉아 선생님이 그리라는 대로 풍경을 그린다. 선생님도 그림을 그리고 학생들도 둘러앉아 그린다. 애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다른 애들 그리는 것을 돌아다니며 보기도 하고, 특히 선생님이 그리는 것을 보고 똑같이 그리려고 애를 쓴다. 결국 나중에 교실 뒷벽에 걸리는 그림은 거의 똑같은 것들, 어쩌면 선생님 그림과 거의 비슷한 것들이 걸리곤 했다. 몰개성은 컬렉션 대상 될 수 없어 평소 알고 지내는 미술계의 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한국의 그림’을 보고 싶다 하여 한국화(동양화)를 전시하고 있는 한 화랑을 안내한 적이 있다. 여러 작가의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제법 규모가 큰 전시회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대강 다 돌아본 뒤 그는 “작가의 이름이 뭐냐”고,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왔다. 그는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한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은 창작활동이고, 창작은 곧 독창성을 요구한다. 독창성이란 작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이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그만의 차별성이 있다.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일은 바로 개성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승의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로 그려내는 아류(亞流) 작가, 유명 작가를 베끼거나 흉내내는 모방(模倣) 작가, 누구의 작품인지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몰개성(沒個性) 작가는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없거니와 살아남지도 못한다. 당연히 컬렉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 외국의 경우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가장 고가로 거래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를 꼽는다면 단연코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 워홀(Andy Warhol:1928~1987)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파이프를 든 소년’ 1억달러 넘어1990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고흐의 작품 ‘닥터 가셰의 초상 (The Portrait of Dr. Gachet)’이 8259만달러(당시 한화로 약 1000억원)에 팔렸고, 근래 들어 2005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의 작품인 ‘파이프를 든 소년 (Boy with a Pipe)’이 천문학적 금액인 1억416만8000달러에 거래됐다(이 작품은 1950년 명화수집가로 유명한 존 헤이 피트니 주영 미국대사가 3만달러에 샀던 작품이다). 올 5월에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워홀의 판화작품 ‘리즈(Liz)’가 1120만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제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작가는 박수근(朴壽根: 1914~1965)으로 ‘앉아있는 아낙과 항아리(15호 크기)’가 2004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23만9500달러(당시 한화로 14억63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고, 올해는 국내 경매시장에서 3호짜리 작품 ‘노상’이 5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박수근의 작품은 통상 엽서 한 장 크기로 일컬어지는 호당 가격이 최근 3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왜 이들 작가의 작품은 이렇듯 높은 금액으로 평가받고 있을까. 대답은 자명하다. 바로 그들만이 갖는 ‘개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고흐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이미지, 박수근 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형태와 색이 바로 개성에서 연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가격의 미술품도 계속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것일까? 워홀의 작품을 한 예로 들어보자.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판화로 만들어낸 작품 ‘라벤더 마릴린(Lavender Marilyn)’의 경우 1962년 단돈 500달러에 샀던 한 외국인이 2002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462만9500달러에 되팔았다. 40년 만에 약 9300배의 수익을, 매년 230배의 놀라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작품의 가격 상승은 아직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박수근 작품 호당 가격이 3억원 호가앞에서 언급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이미지를 작품화한 ‘리즈’의 가격이 최근 경매에서 약 120억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보면 워홀 작품의 가격 상승이 가파르게 지속되고 있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수근 생존시 작품 값이 20만원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1호 작품이 3억원까지 호가하는 것을 보면 국내 작가 작품 역시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실례로 1965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로널드 존스씨는 당시 박수근의 작품 2점을 320달러에 사서 40년간 소장하고 있다가 2004년 한국인에게 되팔았다. 그 중 ‘13명의 여인’이라는 작품의 당시 가격은 15억~20억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의 생명은 곧 ‘개성’에서 결판이 난다. 형태와 색깔만 봐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고, 표현기법이나 붓 터치만 봐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을 가진 작가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개성’은 컬렉터가 어느 작가의 작품을 수집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유명작가와 똑같이 그린 작품을 잘 그렸다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우를 범하곤 하는데, 이는 절대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