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당시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 개인 및 기업 담보부동산이 법원 경매계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경매는 로또 부럽지 않은 수익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다. 즉 다량의 저평가 물건이 다양하게 진열된 상황에서 시세의 60% 이하 가격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물건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경매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낙찰가도 꽤 높아졌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물량 확대와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경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매시장은 감정가 기준 10조원을 웃돌았다고 한다. 이는 작년 대비 38.3% 늘어난 수치다. 올 8월31일 발표 예정인 부동산종합대책에서 토지공개념 관련 내용이 빠지는 게 확실하다면 토지를 찾는 투자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가격상승 재료가 풍부한 지역들은 이미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이다. 예를 들면 기업도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4곳과 신행정복합중심도시가 들어설 연기 및 공주, 그리고 공공기관을 유치할 혁신도시 후보지역 등 대규모 개발사업 예정지와 주변지역이 그러하다. 이러한 지역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매하면 반드시 계약내용과 해당 토지 이용계획 등을 기재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경매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를 구입할 경우 그러한 번거로운 절차는 필요 없다. 경매의 매력은 이렇듯 정부의 별다른 규제 없이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찰서 잘못 쓰면 계약금 날릴 수도하지만 그 이행절차가 일반매매 방식과는 다르고 또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경매시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실패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지난 6월 경북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매에 참여한 한 입찰 참가자 A씨는 감정가가 4089만원인 구미시 소재 임야 1455평을 19억38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감정가의 무려 47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경매사상 최고 낙찰가율 기록이다. 평당 감정가가 2만8100원 정도인 임야를 평당 133만원 주고 낙찰받은 셈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써낸 것이다. 같은 달 B씨 역시 저평가된 충북의 임야를 물색하던 중 맘에 드는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옥천군 소재 2만8680평의 임야를 감정가인 2844만원의 31배가 넘는 9억원에 낙찰받았다. 결국 A, B씨 모두 입찰보증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례는 입찰표를 적을 때 얼마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분위기에 익숙지 않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적다보니 실수 발생빈도가 높다. 그러므로 반드시 입찰가액을 단위금액란에 정확하게 적었는지 여러 번 확인한 후 제출하도록 하자. 급할수록 돌아가고, 아는 길도 물어 가며, 돌다리도 두들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다른 형태의 실패사례를 살펴보자. 초보자 C씨는 강원도 평창 소재 토지 2000평가량을 감정가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다. 감정가는 6084만원인 데 반해 입찰가를 1억2299만원으로 적어낸 것이다. C씨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는 것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왜냐하면 감정가는 경매 시점보다 몇 개월 앞선 시기에 책정됐고, 이미 시세와는 차이가 있었기에 실제 부동산 가치는 그 사이 많이 올랐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C씨는 입찰경쟁률을 고려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써냈다. 자연히 낙찰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C씨 외에 다른 경쟁 입찰자는 없었다. 과욕으로 냉정심을 잃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고가 입찰하면 시세차익은 ‘제로’지난 7월8일 기업도시 발표가 있기 바로 며칠 전 일이다. 후보지 중 하나였던 경남 진주지원에서도 한창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 유난히 눈치작전이 심한 물건이 있었다. 하동에 있는 470평 토지(답)에 응찰자가 무려 48명이나 참가, 결국 감정가의 세 배가 넘는 72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기업도시로 선정될 거라는 소문을 믿은 응찰자들이 몰린 결과다. 며칠 뒤 하동은 기업도시 대열에서 제외됐고, 결국 낙찰자 D씨는 그만한 가치가 없는 땅을 비싸게 산 셈이다. 이렇게 미확정 개발호재만 믿고 경쟁하다 보면 응찰가는 당연히 올라가고, 결국 낙찰받은 사람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권리분석만큼 중요한 것은 지역개발의 확신과 적정한 입찰가 산정이다. 때론 좋은 가격에 낙찰받고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 권리분석과 현장답사를 소홀히 한 탓이다. F씨는 이미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김포 땅을 매입하고 싶었다. 마침 경매로 나온 땅이 눈에 띄었고, 곧바로 보증금 1000만원을 들고 응찰에 임했다. 그러나 역시 경매 초보자였던 F씨는 그 땅이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인 데다 무허가 건물까지 혹처럼 달려 있는 것을 낙찰받은 후에야 알았다. 추가비용을 주고 무허가 건물을 매입한다 하더라도 개발이 어려운 땅이었다. 며칠 후 F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낙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낙찰받은 뒤 권리를 포기하게 되면 낙찰가의 10%에 해당하는 입찰 보증금마저 되돌려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권리분석과 현장답사다.권리분석을 하기 위한 공적장부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열람 및 발급이 가능하다. 이전에 먼저 법원에 비치돼 있는 경매물건 명세서를 검토해야 한다. 명세서에는 부동산 표시, 점유자와 그 기간, 월세 또는 보증금에 관한 관계인 진술 등이 기재돼 있다. 특히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모든 권리관계는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소유권 이전시 말소되는 권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권리도 있다. 만약 등기부상 예고등기, 유치권 등이 설정돼 있다면 이는 낙찰자가 무조건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응찰을 피하는 게 좋다. 공문서 철저히 살펴 투자 위험 줄여야토지의 공적 규제사항과 물리적 조건은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토지(임야)대장, 지적(임야)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대상지역이 보존녹지지역, 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농지법 등에 의해 토지이용 및 개발에 제한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적 서류를 탁상 검토한 후 물건의 일치 여부 및 등기상 나타나지 않은 권리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히 현장을 답사해야 하는데, 이때 반드시 주변현황과 시세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경매는 대상물 종류에 따라 점검해야 할 항목도 다르다. 토지라면 최소 4m 진입로 존재와 분묘기지권, 무허가 건물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경계, 면적, 경사도, 토질, 수목상태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한 투자전략을 세우고 경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경매전략은 부동산 유형과 소유기간 및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달리 설정된다. 특히 토지는 다른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개발재료 및 지역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게 난다. 그러므로 소유목적이 증여수단 또는 안정된 노후생활 용도라면 한적한 곳의 저평가된 임야를 장기간 보유하는 게 좋다. 안면부지의 사람들과 겨루게 되는 경매는 재테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의 승자는 정확한 권리분석과 미래가치를 추산할 수 있는 감각, 주변을 리드할 수 있는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는 투자자의 몫인 것이다. 때문에 경매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호기(好期)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도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경매는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아직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경매투자에 나서는 초보자라면 반드시 성공사례 투자자를 멘토로 삼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주변 대학부설, 각종 언론사 및 백화점 등에서 주최하는 경매 관련 강의를 수강한 후 실전을 쌓는 것도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