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스키프 C&W코리아 지사장 인터뷰

최근 들어 부동산 디벨로퍼가 인기 직종으로 뜨고 있다. 그러나 디벨로퍼보다는 부동산 입지여건을 사전에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부동산 컨설턴트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사전에 분석한 자료와 추후 벌어질 상황 사이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결정하는 데는 비슷한 사업을 얼마나 많이 해봤느냐가 80% 이상 차지한다. 의욕만 갖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업을 분석하는 노하우에는 경험과 노력이 포함돼 있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컨설팅은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외국계 기업이 한 수 위라는 게 업체의 일반적인 평가다.록펠러그룹의 자회사인 부동산 컨설팅회사 쿠시맨 앤드 웨이크필드(C&W)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부동산을 기획·관리하는 전문 컨설팅 업체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C&W는 현재 전 세계 49개국에 지사를 설립, 다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C&W코리아의 세바스찬 스키프 한국 지사장(37)은 “많은 컨설팅 노하우가 있는 게 우리 회사의 강점이며 앞으로 다국적 기업들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키프 지사장은 C&W 내에서도 아시아 통으로 꼽힌다. 싱가포르대를 졸업한 뒤 15년간 홍콩에서 근무했으며 한국에 부임한 지 벌써 5년째다.“중학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다녔습니다. 고향은 영국 글로스터주 첼튼햄인데, 고향을 떠난 지는 상당히 오래됐죠.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접하다 보니 타 민족에 대한 선입견이 줄더군요. 물론 이런 것들이 실제로 업무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배후지역 상권분석이 성공 열쇠스키프 지사장은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았다. 상업용 부동산은 ‘부동산 컨설팅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상당한 노하우를 요구한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 데다 배후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해 상품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부분이라도 실패할 경우 돌아오는 리스크는 엄청나다. 반면 MD(상품 및 업종 기획구성) 등 세밀한 부분에까지 창조성이 요구되는 만큼 업무에 대한 만족도나 성취도 역시 매우 높다.스키프 지사장의 눈에 비친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궁금했다. 그의 답변은 ‘so-so’(그럭저럭)였다. 엄청나게 낙후됐을 거라는 예상이 빗나간 답변이었다. 그는 “백화점만 최고 수준일 뿐 기타 상업용 건물의 기획 및 개발은 뒤떨어진 상태지만 크게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정말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공실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게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만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한국시장의 잠재 성장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단기 처방에 급급, 부동산 시장 왜곡시켜그러면서도 그는 제도적 규제가 많은 것은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단기 처방에만 급급하다 보니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 정부는 매수자에게 각종 제도적인 제약을 줘 거래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결코 해결책이 못됩니다. 차라리 사업 초기부터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디벨로퍼(시행자)에게 페널티(규제)를 주는 방법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C&W코리아는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에 든든한 사업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휴렛팩커드 HSBC 도이치뱅크 스타벅스 하겐다즈 마리프랑스 등 다국적 업체들이 모두 C&W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사무실이나 점포 등을 얻었다. 직접 건물관리도 대행해 준다. 신문로 씨티은행, 테헤란로 GS강남타워 등이 이런 케이스다. 이 회사는 부동산 임대사업에 대한 컨설팅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도 많다. 서울 여의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쇼핑몰과 송도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컨설팅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홍콩에서부터 한국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그때 느낀 게 한국인들은 정말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발령받았을 때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지사에는 저를 비롯 외국인이 겨우 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인데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그러면서도 그는 의욕에 비해 노하우가 부족해 실패를 거듭하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스키프 지사장은 “용산민자역사(스페이스 9)는 경부고속철 시발역인 데다 용산전자상가 등 인구 유입을 늘릴 만한 요인이 많지만 기획이 부족한 탓에 큰 공실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동 코엑스몰, 반포동 센트럴시티 등도 개발측면에서 안타까운 사례라고 말했다.그가 이런 분석을 내놓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스키프 지사장은 홍콩에서 ‘퍼시픽 플레이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는 선진국형 쇼핑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창조와 기획으로 밤낮을 보내던 그때에 대한 무용담이 장시간 이어졌다.한국냄새 물씬 풍기는 쇼핑몰 개발스키프 지사장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그 이유를 현장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그의 ‘역마살’이 컨설팅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시간만 나면 국내 여행을 한다고. 한국에서 좋아하는 곳을 묻자 속초 강릉 제주도 동해안 임진각 등 지명과 장소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임진각을 자주 간다고 말한 대목은 의외였다.그는 또 서교동 홍익대 근처 바를 즐겨 찾는다. 홍대 근처 바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체험한다. 한국인들의 선호도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에는 젊은이들과의 많은 대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좋아하는 음식도 감자탕이다. 그는 돼지 뼈로 우려낸 감자탕의 진한 국물 맛을 그 어떤 한국음식보다 좋아한다고 말한다. 감자탕 예찬론자다. 그도 부임한 지 5년이 지났으니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잠깐 머물 것으로 생각했던 홍콩에서 15년이나 살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얼마를 살지 모릅니다. 물론 한국에 있으니 요트나 서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습니다(사실 그는 요트와 서핑 마니아로 휴가 때면 어김없이 홍콩이나 호주로 요트, 서핑을 하러 간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알게 됐죠. 한국적인 요소를 잘만 개발하면 뉴욕 등 세계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상업용 건물을 기획하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그러기 위해 스키프 지사장은 부동산 개발에 대한 인식변화를 촉구했다.그는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오피스빌딩을 자체 사옥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면서 “기획만 잘 한다면 오피스빌딩만큼 안정적인 시장도 없다. 따라서 대기업 및 투자자들이 오피스빌딩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