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후보지 성수·구로·거여 등 투자자 발길 이어져
강남 재건축 억제, 뉴타운 개발 호재가 맞물리면서 최근 서울 강북 부동산시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강남만 고집하던 투자자들도 ‘강북 다시 보기’로 서서히 돌아서는 추세다. 8월 말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강남 집값이 일제히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북은 되레 오름세다. 모처럼 만의 반격이다. 강북 집값이 안 올랐던 몇 가지 이유그렇다면 강북은 과연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우선 강북이 그동안 ‘푸대접’을 받았던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강북 부동산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강북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은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불과하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 한강 이남지역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9.5%로 한강 이북지역(0.7%)의 13배에 달했다. 흔히 이 같은 격차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으로 ‘학군’이 꼽힌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특히 부동산업계는 한강을 사이에 둔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된 이유를 ‘구조적인 한계’에서 찾고 있다. 학군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강북은 강남에 비해 ‘평형 분포’면에서 결정적인 열세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4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다. 중소형 아파트는 중대형 아파트 값이 뛰기 시작한 이후 이를 뒤따르는 게 보통이다. 최근 강남, 분당지역에서 일었던 중대형 아파트 상승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북은 20~30평형의 중소형 아파트 수가 훨씬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의 경우 4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 비중은 강남구 전체 9만7000여가구의 4분의 1 정도인 2만6000여가구다. 서초구도 전체 6만7000여가구 중 3분의 1에 육박하는 2만1000여가구가 중대형 아파트다. 이에 비해 노원구의 경우 전체 13만여가구 중 중대형 아파트는 1만가구가 채 안 된다. 10분의 1도 넘지 않는 셈이다. 도봉구 역시 전체 6만여가구 중 4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가 5000가구를 밑돈다. 강남에 비해 주변의 ‘자극’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강남권의 재건축과 같은 개발호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자극’은 신규 분양물량을 들 수 있다. 주변에 비싼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기존 집값도 덩달아 뛰게 마련. 실제 분양가 자율화 이전에는 분양가가 주변보다 낮았지만, 지금은 주변 시세보다 10~20% 높게 책정된 신규 분양 아파트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시대다. 주변에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한 편이 유리하다. 강남에 비해 강북의 신규 분양 물량은 적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구별 공급량(부동산114)을 보면 △강남구 1552가구 △강동구 3486가구 △송파구 1만3399가구 등이다. 반면 △강북구(318가구) △노원구(65가구) △도봉구(335가구) △중랑구(703가구) 등의 경우 강남에 비해 공급량이 훨씬 적다. 지난 2000년대 이후의 공급량 역시 강남권에 비해 강북권의 공급량은 25~30% 수준이다. 지역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강북은 대부분 북쪽으로 뻗어나가려 해도 군사보호구역이나 북한산 등에 가로막혀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 분당에 이어 용인 수원 화성 등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는 강남과는 대조적이다. 직주근접(職住近接) 면에서도 열세다. 강북 부동산 시장은 결국 이 같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소외돼 왔던 셈이다. 하지만 총체적 난국을 일거에 뒤바꿀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바로 뉴타운 사업이다.뉴타운 개발, 강북 지도 바꿀 듯현재 정부 여당과 서울시 등에서는 그야말로 강북지역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뉴타운 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역개발 방식을 통한 뉴타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강북은 지금까지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거듭난 일본 도쿄나 철강도시였다가 문화 금융 중심지로 변모한 미국 피츠버그 등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특히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뉴타운 특별법이 제정되면 강북개발 사업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의 움직임도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추세다. 실제 2차 뉴타운 가운데 하나인 한남 뉴타운의 경우 보광동 소재 7평짜리 단독주택 지분이 평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3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3차 뉴타운 후보지인 성수뉴타운, 구로뉴타운, 거여뉴타운 등에도 최근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예스하우스 전영진 실장은 “예전 같으면 주로 강북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활동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강남 부동산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당분간 강북 재개발을 중심으로 투자시장이 크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북지역이 강남 버금가는 인프라 수준을 갖추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존 시가지를 개발하려면 그만큼 적잖은 난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뉴타운 개발 등이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강북지역이 일시에 바뀐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강북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뉴타운 특별법내년 1월부터 시행예정…서울 12곳 2차 뉴타운부터 적용강북 개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뉴타운 특별법’이다. 국회는 최근 ‘서울시 균형발전특별법’을 마련, 최종 입법을 앞두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등도 각자 뉴타운 관련 특별법 제정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국회 주도의 특별법이 최종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국회의 특별법안에 따르면 뉴타운 특별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적용대상은 서울시가 지정한 12개 2차 뉴타운부터다. 조합설립 요건은 주민 과반수 이상 및 면적의 3분의 2 이상 동의로 크게 완화될 예정이다. 또 뉴타운 내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개발 방식은 현실적으로 기존 시가지 수용방식(공영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기본적으로 민간 주도의 ‘환지방식’을 활용하되 부분적인 공영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뉴타운 내 도시개발사업 구역의 경우 ‘입체환지’ 방식을 도입, 토지만 소유한 조합원에게도 아파트 분양권이 주어진다. 투기억제를 위해 뉴타운 구역 지정 이후 신축행위와 속칭 ‘지분 쪼개기’라고 불리는 부동산 분할을 원천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감정평가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세입자들에게는 영구 임대아파트가 공급된다. 또 직업적 상습 투기꾼을 차단하기 위해 조합장과 임원자격도 2년 이상 거주한 자로 제한할 계획이다. ☞ 2000년 이후 서울시 구별 아파트값 변동률©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