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두 사람은 아름답다. 그들은 꿈꾸듯 행복한 신혼을 준비하며 들뜨게 마련이다. 신혼공간의 주제를 필자는 남자와 여자, 일과 사랑, 일상과 비일상 등 세 가지로 보고 있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각자의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연출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남녀는 서로 하나라는 착각을 하게 마련인데 차라리 공간으로 상징되는 자기만의 영토를 지키는 것이 낫다. 각자의 공간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는 요즘 같은 때, 홈 오피스 개념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공간적으로 분리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함께 사용하는 경우라도 두 사람 몫의 여유공간을 두기 바란다. 서로 더 사랑하기 위해선 상대를 사랑하는 만큼의 관심을 내게 쏟아야 한다는 역설을 인정해야 한다. 사진은 ‘신혼공간 1+1=2’라는 제목의 전시공간이다. 신혼을 상징하는 침실 양 옆으로 각자 작업공간이 있다. 이 공간 뒤편으론 툇마루 같은 공간이 놓여져 서로의 간섭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아량을 보인다. 일하는 엄마는 늘 아이에게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영화에서처럼 잠드는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동화책을 읽어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장면이 늘 가슴에 있다. 우선 아이방 붙박이장을 떼어내고 그곳을 침대공간으로 활용해 보자. 붙박이장이라는 게 아이들이 쓰기에는 어차피 부담스러운 크기다. 아늑한 구석 침대를 만들고, 그 앞에 편안한 소파를 두고 책장과 옷장 등 수납공간과 연결하면 수납 및 침대, 소파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덤으로 방바닥 면적이 고스란히 남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하지만 그만한 붙박이장도 없고 공사비도 부담스럽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럼 아이가 자는 머리맡에 흔들의자 하나를 놓자. 그 의자는 아이가 자라는 내내 좋은 친구가 돼 줄 것이다. 주방은 21세기 주거공간의 새로운 핵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을 것이다. 그곳은 가족이 일상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녀, 가족과 사회를 조화나 화합의 눈으로 바라보고자 만들어진, 이름하여 페미닌 부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연희한양아파트, L교수댁 페미닌 부스는 주방과 거실 사이 공간에 부스 소파를 놓으면서 마련됐다. 널찍한 주방 가운데 2개로 분리할 수 있는 식탁테이블이 놓여져 있으며, 거실과는 아무런 심리적 장애 없이 활짝 개방, 소통하고 있다. 싱크대에 쓰인 인조대리석 상판으로 마감한 식탁 하나는 쿡탑을 설치해 일상적인 가족의 식사를 돕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소파 앞에 놓여 페미닌 부스의 작업공간 역할을 하도록 했다. 디자인의 키워드는 ‘숨기지 말고 드러낼 것’이다. 예전 주방공간을 가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모색돼 왔다. 평면설계 때부터 한번 꺾어 안 보이게 처리하기, 중문 달아서 막기, 하다못해 식당공간은 보이지만 싱크대가 있는 주방은 가리기 등등 한때 거실과 주방 사이에 중문을 달아 가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내고 노부부만 남게 되는 때를 혹자는 인생의 마지막 사이클 ‘빈둥지’라고 부른다. 이 시기 노부부에게는 공동의 관심사, 공동의 취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물론 공간 연출도 마찬가지다. 이제 기력이 전만 못하신 친정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시장 가면 사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많더니 요즘은 안그렇다고 푸념하신다. 뭐든지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데 묶어 인생의 두 번째 신혼,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가 되는 결합의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