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귀족사회 축소판…졸업땐 부와 명예 떼논 당상 외국인은 시험에 통과하거나, 어학연수로 입학기회

국내 모든 자립형 사립고들이 추구하는 모델이 있다. 영국의 이튼스쿨(Eton School)이다. 이튼스쿨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고등 교육기관들이 추구하는 이상형이다. 영국에서 이튼스쿨은 단순한 교육기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튼스쿨에 다닌다는 것은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일부 호사가들은 이튼스쿨을 두고 영국 귀족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이튼스쿨에는 여타 학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구호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자.” “잘난 체 하지 말자.” “남을 헐뜯지 말자.” “다만 공적인 일에는 용기 있게 대처하자.” 영국사회 상류층 자제들이 모여 있는 이튼스쿨이 강조하는 것은 단합과 조화다.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구성원 간 합심을 강조하는 것, 이것이 바로 태양이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있게 한 정신이자 수천년 동안 영국사회를 지탱한 전통이다. 이튼스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액을 기록한 조앤 K 롤링의 판타지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학교 ‘호그와트’를 연상하면 된다. 엄청난 등록금을 내야 하는 것과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호그와트는 사실 이튼스쿨에서 벤치마킹해온 것이다. 이튼스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자체다. 귀족으로 대표되는 상류층이 다니다 보니 명예와 전통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이튼스쿨 학생 중 상당수가 자원 입대해 전쟁터로 나갔다. 이런 전통이 면면히 흐른다. 단합과 조화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재학생은 1290명이며 크게 보면 학교와 기숙사(보딩하우스) 생활로 나뉜다. 이튼스쿨에는 25개의 기숙사가 있으며 각각의 기숙사에서는 50명 정도의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 기숙사는 하우스마스터(기숙사 사감)가 머물고 있는 사택과 학생들의 공간으로 구분되며 식사 등 학생관리는 다임(학교생활을 가르치는 교사)이 담당한다. 하우스마스터, 다임과의 관계가 어떠냐는 이튼스쿨 학생이라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숙사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등 전반적인 생활관리가 모두 이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일반 학생들은 교내식당(Dining Room)에서 식사를 하지만 헨리 6세 왕립장학금을 받는 70명의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식당이 제공된다. 이 또한 이튼스쿨에서만 볼 수 있는 점이다.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우수한 인재들에게는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튼스쿨의 이 같은 전통은 15세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아침식사는 오전 8시 정각에 제공되며 식사 이후에는 예배와 조회가 열린다. 이튼스쿨에서는 모든 종교와 교파가 허용되지만 매일 열리는 아침예배만큼은 성공회 예식으로 치러진다. 이튼스쿨에서 매일 성공회 예배가 열리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깨우치기 위한 교육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물론 예배 참석은 이튼스쿨 학생들에게는 필수다. 이튼스쿨에서 예배가 어떤 의미인지는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도 잘 볼 수 있다. 개교 500주년을 하루 앞둔 1940년 저녁. 그날의 참상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난데없이 나타난 독일군의 공습으로 런던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물론 이튼스쿨 예배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군의 폭격으로 예배당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파괴된 예배당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기념 예배와 개교 기념행사가 열렸고 종전 이후 학장을 비롯한 이튼스쿨 학생들은 각자 벽돌 하나하나를 날라 예배당을 재건했다.1년에 3학기로 진행, 중`·고등과정으로 구분 하루의 일과는 정확히 오전 9시에 시작한다. 점심시간을 겸한 휴식시간은 11시20분부터. 이튼스쿨의 교수진이 학교 회관(School hall)에 모여 회의를 갖는 동안 교실 밖에선 정규 과목과 관련한 모임이 삼삼오오 열린다. 학생들은 기계공학 화학 디자인 요리 유아교육학 아동학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으며 별도로 마련되는 예술 과목들은 여가활동 시간에 열린다. 이튼스쿨은 1년에 3학기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1학기는 9월에 시작해 12월20일까지, 2학기는 1월3일부터 부활절 직전인 3월 말, 3학기는 부활절 직후부터 7월 중순까지다. 이튼스쿨의 교육과정은 중등과정(The Gcse Years)과 고등과정(The Sixth Form)으로 나뉜다. 먼저 중등과정부터 살펴보자. 중등과정은 초기 3년 동안의 교과과정이다. 이 과정을 듣는 재학생들의 연령대는 만 13~15세. 초기 3년 과정은 영어 수학 과학 언어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받는다. 영어와 수학은 중등과정 3년 동안 이수해야 하고 과학 분야인 생물학 화학 물리학 중 한 과목은 필수다.언어는 프랑스어와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이 있고 아쉽게도 한국어는 정규 교과 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재학생이라면 이 중 한 과목을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튼스쿨답게 신학 역사학 지리학 로마문명학 그리스문명학은 필수과목이며 디자인&테크놀로지 디자인&그래픽 전자공학 외에 페인팅 조각과 영어작문 음악 드라마 연극학도 재학생들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3년간 중등교육 과정을 거친 후에는 고등교육 과정으로 진학하는데 주로 만 16~18세 학생들이다. 중등과정에 비해 각 과목을 좀 더 세부적으로 공부한다는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다. 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디자인&테크놀로지 심리학 전자공학을 필수로 신청해야 하고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그리스어를 수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대 역사학이나 고전문명학과 역사학 예술신학 신학 지리학도 필수다. 다만 고등교육 과정에는 경제학 정치학이 필수 이수과목으로 등장한다. 점심식사 후 2시간 동안 체육 활동을 하고 이후 4시40분부터는 티타임이 이어진다. 영국 귀족사회의 전통인 ‘Afternoon tea time’에 학생들은 각자의 방에 모여 대화와 토론을 벌인다. 이 또한 자율성과 단합을 강조하는 이튼스쿨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이튼스쿨 출신들의 강한 유대감은 ‘Afternoon tea time’을 통해 이뤄진다.개인교수제 통해 학생 창의성 최대한 발휘 모든 교과과정은 오후 6시가 되어야 끝나는데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엄청난 학습량을 자랑하는 이튼스쿨답게 방과 후에는 개인지도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각각 정해진 개인교수에게 학업 성취도를 비롯해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관리와 조언을 듣는다. 기숙사 안에서의 모든 상담이 하우스마스터나 다임을 통해 이뤄진다면 학교 내에서의 상담은 철저히 개인교수를 통한다. 개인교수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이 100% 발휘되도록 한다는 점은 국내 고등교육 기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개인교수와의 시간은 주로 토론으로 이어진다.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관용과 상대방의 가치관을 알게 되며 협상 기술 등도 몸소 체득한다. 이튼스쿨 고등교육 과정 2년차인 애덤 스톤의 말을 들어보자.“이튼스쿨을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년 내내 진행되는 이튼스쿨의 생활 속에서 저마다 한 가지씩의 성공은 얻죠. 이튼스쿨에서는 학생과 교사 간의 상호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학생들은 이 속에서 무한한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튼스쿨은 단순히 공부만 잘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등록금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낸다. 수업료와 기숙사비, 각종 사교활동비를 포함해 등록금만 일년에 46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특별 과외비나 예술활동비, 악기 구입비 등을 포함하면 등록금은 수천만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학생들 중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서 중등과정 마치면 이튼스쿨 진학 가능이튼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교육과정을 먼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영국의 교육과정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구분된다. 이 중 이튼스쿨 등의 명문 사립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영국 초등 교육기관의 평균 학생수는 100~300명. 사립 초등학교 학생과 교수의 비율은 10 대 1로 공립학교(12 대 1)보다 낮은 수준이다. 교사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할 학생수가 적다는 것은 개개인의 학습 성취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이튼스쿨 등 명문 사립 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을 목표로 교육한다. 다만 진학을 위해서는 공통 입학시험(CCE:Common Entrance Examination)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이튼스쿨에 입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3세 이하의 학생인 경우에는 아예 영국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해 공통 입학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만 13세 이상인 중학생은 16세 이상의 학생들이 교육받는 고등과정에 입학하면 된다. 일단 영국으로 건너가 일반 중등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GCSE(The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시험을 치르면 고등교육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GCSE는 중등교육 과정을 이수한 직후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교과 내용을 확인하는 문제, 이를 이용한 응용문제와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학생들은 30개 과목 중에서 영어 수학 과학과 외국어 한 과목, 그리고 경영 지리 영문학 종교학 음악 디자인 라틴어 그리스어 등의 기타 과목에서 한 과목을 선택해 시험에 응시한다. 시험 결과는 A부터 G까지 7개 등급으로 나눠지며, 적어도 5개 이상의 과목에서 A+에서 B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만 이튼스쿨 고등교육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매년 여름방학 동안 열리는 어학강좌에 참여하는 것이다. 3주 정도 이튼스쿨에서 지내며 이 기간에는 이튼스쿨 재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얻는다. 과정이 끝난 후에는 이튼스쿨 교수진의 권한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물론 교수진이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이튼스쿨의 문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며 학습 성취 능력이 얼마나 높은지가 절대적인 기준이다.(도움:더 캐슬러 02-722-3853)인재들의 보고블레어 총리·웰링턴·조지 오웰 등 배출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튼스쿨의 졸업생은 오늘날 영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토니언’(Etonian)이라 불리는 이튼스쿨의 재학생과 졸업생은 영국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다. 현 영국의 행정 수반인 토니 블레어 총리도 이튼스쿨 출신이고, 윌리엄과 해리 왕자 등 영국 왕실 상당수가 이튼스쿨 출신이다. 지난 4월 영국 찰스 황태자와 결혼한 커밀라 파커볼스의 친아들인 톰 파커볼스도 이튼스쿨을 거쳐 갔다. 이 밖에 나폴레옹에게 처참한 패전의 아픔을 안긴 워털루 전투의 명장 웰링턴과 20세기 최고의 정치풍자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 역시 이튼스쿨이 배출한 인재다. 색다른 교복파랑·빨간색에서 1820년 검은색으로이튼스쿨의 교복은 중`고등학교 교복의 시초다. 이튼스쿨에서 교복이 생긴 것은 지난 19세기부터로 이튼스쿨의 교복은 한때 영국 귀족 사회 최고의 외출복으로 불려질 정도였다.원래 파랑이나 빨간색이었지만 1820년 조지 3세가 서거한 이후부터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허리까지 오는 짧은 상의에 재킷 속에는 조끼를 입으며 이튼컬러라고 불리는 넓은 흰색의 셔츠에 재킷과 같은 넥타이를 맨다. 이튼스쿨에서 교복은 재학생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며 면학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을 준다.물론 세월이 변함에 따라 이튼스쿨의 교복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신사복으로 변한 이튼스쿨의 교복을 보고 있으면 전통의 영국사회가 그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