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에 듣는다
국내 최초 투명 재질의 카드, 절반 크기의 미니카드에 이어 빨강과 초록, 보라와 연두처럼 강렬한 보색을 입힌 파격적인 카드 등…. 카드 시장의 후발주자인 현대카드가 내놓은 작품(?)들이다. 기존 카드 디자인의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개념의 카드를 출시하면서 젊은층을 파고들었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광고도 남달랐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한국 영화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광고에 부시 미국 대통령, 찰스 영국 황태자, 고이즈미 일본 총리 등을 쏙 빼닮은 대역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어설프게 춤을 춰 화제가 됐다.현대카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9999명에게만 한정 발급한 슈퍼 프리미엄 신용카드인 블랙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프리미엄 카드인 비자 인피니티까지 내놓았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의 결과로 전업 카드사 가운데 제일 먼저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최근에는 카드 업계를 이끄는 리딩카드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와 같이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정태영 사장에게서 나온다. 정 사장은 종로학원 정경진 회장의 맏아들이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그는 2003년 현대카드에 오기 전까지 현대종합상사 현대정공 현대자동차 등에서 근무했다. 금융사 경력이 따로 없었던 그는 사장 취임 2년 만에 현대카드를 반석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7월10일 경영능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미국 GE사로부터 6783억원을 투자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 사장을 만나 이번 제휴를 통한 향후 전략과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마케팅 등에 대해 들어봤다.-우선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GE소비자금융과 전략적 제휴를 성공적으로 체결하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지난 10일 GE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전담하는 GE소비자금융(GE Consumer Finance)으로부터 총 678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적 제휴 계약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GE소비자금융은 현대카드 구주 매입 3130억원, 후순위채 매입 2000억원, 신규 유상증자 1653억원 등 총 6783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현대카드 지분 43%를 인수하게 됩니다. 이번 협상은 GE소비자금융이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 할부금융사인 현대캐피탈과 1조500억원 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한 이후 본격 논의된 것으로, 올해 1월 GE가 현대카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보다 구체화한 것입니다.”-GE와 제휴한 이후에 가장 좋아진 점들은 무엇이 있습니까.“GE와의 제휴로 재무구조 안정화, 신용도 상승, 리스크 관리 및 마케팅 강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GE의 지분 참여로 조정자기자본 비율이 15% 정도 상승해 30%대의 안정적인 조정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할 전망입니다. 신용등급도 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GE의 선진 리스크 관리 기법을 받아들여 리스크 관리 능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GE의 글로벌 교차 판매, 상품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마케팅 능력도 선진화할 것입니다.”-공격적인 마케팅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향후 추진할 계획을 소개해 주시지요.“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알파벳 마케팅이라는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알파벳 마케팅은 라이프스타일 등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고안한 것입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달 여행 및 레저 카드인 현대카드W와 더 블랙에 이은 프리미엄 상품인 비자 인피니티 카드를 출시했습니다. 향후 알파벳 카드를 포함해서 1~2개 정도의 신상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GE와 합작 후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현재 현대캐피탈은 중국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자동차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대카드도 카드 시장에 동반 진출할 생각입니다. 모기업인 현대차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현대카드는 전업카드사 중 가장 먼저 흑자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실적과 향후 실적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2005년 1분기는 52억원, 2분기는 58억원, 즉 상반기 110억원의 흑자를 실현했습니다. 또 대손충당금 적립 전 손익이 월 130억원 수준으로 2004년 월 88억원보다 크게 나아졌습니다. 이는 우량 회원 중심의 취급액 증가, 수익성 개선 및 비용 절감 등 꾸준한 손익 개선 활동을 벌인 결과입니다. 하반기에는 지속적인 경영 개선으로 월 평균 30억원 수준의 흑자가 예상됩니다. 연간 3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카드사들은 물론 금융회사들이 VIP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슈퍼 프리미엄 신용카드인 블랙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연회비 100만원에 월간 신용한도는 1억원이며 총 9999명에게만 한정 발급한 명품 카드입니다. 블랙카드는 출시한 지 5개월 만에 1000장 이상(7월 말 1200여명) 발급됐습니다. 월 평균 카드 이용액도 출시 초기보다 증가해 현재 995만원에 달합니다. 기존 우량 고객인 플래티늄 카드 고객의 월 평균 사용액이 200만원 내외인 것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지난 7월에는 골프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또 하나의 프리미엄 카드인 비자 인피니티를 출시했습니다. 비자 인피니티 카드는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된 비자의 글로벌 프리미엄 상품으로 수준 높은 골프 서비스를 담고 있습니다. 이로써 VIP를 대상으로 하는 종류별 맞춤 카드의 구색을 갖췄다고 평가합니다.” -정 사장께서는 격의 없이 직원과 지내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나름대로 직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 회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라면도 같이 먹습니다. 편안한 최고경영자(CEO)가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직을 생기있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튀는 마케팅으로 업계를 리드해 나가는 현대카드 직원들에게 누구라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저를 직장상사나 회사대표로서가 아닌, 함께 현대카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동료로 인식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러길 바랍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