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란 손해의 위험과 수익의 기회가 언제나 붙어 다니는 시소놀이다. 균형만 맞추느라 시소가 움직이지 않으면 시소를 타는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시소에 올라타거나 내리는 것은 수익이 증가하고 위험은 줄어들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수익이 떨어지고 위험은 높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모든 투자에 다 적용된다. 투자 대상이 금융자산이든, 부동산이든, 기업의 설비투자이든, 가게를 운영하든 모두 마찬가지다. 다음은 필자가 우연히 알게 된 김씨의 투자 일기다. 김씨가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적은 것이다. “10년 동안 저축한 돈을 은행에 넣어두었는데 이자율이 너무 낮고, 이자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불어나는 돈이 물가 올라가는 것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부동산도 생각해 보았지만 저축한 돈으로 부동산을 사기에는 너무 모자라 그냥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금융상품에는 대표적인 것이 채권과 주식이 있는데, 채권은 금리가 너무 낮아 은행에 예금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지금은 금리 수준이 낮아 앞으로 채권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여기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즉 채권 가격이 크게 올라갈 가능성은 작다.그래서 주식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무슨 주식을 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는 회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회사의 현재 주가가 싼지 비싼지는 정말 알 길이 없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확실히 맞는 말 같다. 투자에 대해 공부해야 할 시점이다.투자에 대한 공부는 시간을 두고 차츰 하기로 하고 이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래서 한 금융회사를 찾아갔다. 그곳을 방문하니 투자성향 조사표라는 것을 주면서 빈 칸을 메우라고 했다. 마치 병원에 가면 기록하는 문진표와 같았다. 대충 적어 주었더니 그 금융회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을 종류별로 여러 개 알려주면서 이 중에서 어느 것을 사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 상품(펀드)들은 모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운용한다고 말했다. 상품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100% 주식에만 투자하는 공격형과 100% 채권에만 투자하는 안정형이 있고 절반은 주식에, 그리고 절반은 채권에 투자하는 중립형이 있으며, 각각 그 사이에 약한 공격형과 강한 안정형으로 나눈다고 한다. 그래도 잘 몰라 알아서 해 달라고 했더니, 나의 투자 성향표를 보고 점수를 계산한 뒤 투자성향이 중간 정도라고 말하면서 투자 금액의 60%를 중립형에 넣고 남은 돈은 10%씩 나머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래서 그냥 그러자고 하고선 서류에 사인하고 나왔다. 전문가들이 잘하겠지. 그리고 그 금융회사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해 주겠지. 투자 성과가 좋았으면 한다.”이상은 김씨가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적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씨는 이 투자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미 말했듯이 모든 투자에는 수익의 기회와 손실의 위험이 공존한다. 위의 투자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위험은 전혀 없으면서도 높은 수익이 가능한 투자 대상이 있다거나 투자 성향에 딱 맞는 상품을 골라 주겠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이제 김씨가 투자에 성공하지 못한 배경을 알아보자.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그 금융회사가 제시한 5가지 상품은 정말 성격이 서로 다른가? 예를 들면 공격형의 투자 성과가 안정형보다 더 높은가? 다시 말하면 100% 주식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100% 채권에 투자한 펀드보다 수익률이 더 높을까? 높을 거라고 믿는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가? 과거 통계가 그러하다고? 이것은 통계를 만들기 나름이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약 20년 동안 채권 투자 성과가 주식보다 더 높았다. 더욱이 채권 가격 변동은 주식보다 더 작았다. 채권이 주식보다 가격 변동이 더 작으면서도(위험이 낮으면서) 오히려 수익률은 높았다.투자상품을 공격형 또는 안정형 등으로 나누려면 투자 대상들이 각각 다른 자산과는 달리 그만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고, 그 특성은 시간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주식과 채권이라는 투자자산의 고유한 성격이 잘 나타나지 않거나 한때는 성격이 서로 다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격이 변하면, 이를 근거로 만든 상품(펀드)의 운용 결과는 처음 예상과 빗나가게 된다. 과거의 통계를 보니 자산별로 투자 성과가 서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식은 채권에 비해 가격 변동이 더 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수익률이 더 높았다고 하자. 소위 전문가들은 나이가 젊거나 돈이 많거나 심장이 튼튼한 사람에게는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주식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 즉 가격 변동이 심한 주식에 투자해 잘못될 경우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고, 잘되면 채권보다 투자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과가 좋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투자의 세계는 자동차와 같아서 뒷거울도 안전에 도움을 주지만 결국은 앞을 보고 달려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 초 1000을 기록한 후 16년이 지난 이제서야 1100을 넘었다. 이때 종합주가지수에 투자한 사람은 16년이 지나서야 투자원금을 건진 것이다. 더구나 이 사이에 외환위기도 있었다. 이 무렵 손해를 보고 팔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만약 그 당시에 종합주가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있었다면 그것이 계속 살아남기나 했을까? 모든 투자는 언제나 수익의 기회와 손실의 위험이 함께한다.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거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분산 투자한다거나 투자 기간을 길게 한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누가 100% 수익을 낼 상품이 있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단지 끊임없이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있을 뿐이다. 이런 노력에 재미를 느끼면 가끔 운도 따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