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인피니티’ 한국상륙…최고급 Q45·M35 등 5종 선봬

미국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일본 자동차 트리오라면 흔히 도요타의 렉서스, 혼다의 아큐라, 닛산의 인피니티를 꼽는다. 이들 차량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 준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기계에 불과해 엔진 성능 등의 기술력은 그다지 중요시되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는 볼품사나운 투박한 외관에 엔진 소음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 조그맣지만 경제성 있고 세련된 모양을 한 일본 자동차의 미국 상륙은 자만심에 빠져 있던 미국 자동차 업계를 엄청난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이런 일본 자동차 업계가 이웃 한국을 가만 놔둘 리 없다. 미국 시장을 주름잡던 이들 차중에서 렉서스는 2001년, 혼다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렉서스를 앞세운 도요타는 지난해 국내 2위의 수입차 업체로 성장했으며, 혼다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5위를 차지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닛산이 진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또 다른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닛산의 모회사인 프랑스 르노가 이미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상태여서 르노-삼성의 각종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닛산 인피니티는 앞선 두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수입자동차 업계로 하여금 닛산 인피니티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3대 자동차 닛산의 저력 ‘기술의 닛산.’ 70~80년대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주름잡던 닛산자동차의 또 다른 별칭이었을 정도로 닛산의 기술 우선주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70년대 일본에서 가장 타고 싶은 차 1위가 닛산의 ‘페어레이디Z’였고, 2위 역시 닛산의 ‘스카이라인’이었다. 비록 관료주의 기업문화와 마케팅 실패로 프랑스 르노에 팔리는 아픔을 겪었지만 닛산은 르노의 카를로스 곤이 최고집행책임자(COO)로 오면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곤은 현재 닛산과 르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닛산은 기업 체질을 확 바꾼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을 통해 구매와 기술파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인피니티는 고급 수요층을 타깃으로 해 닛산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최고의 자동차다. 지난 3월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 TODAY’의 제임스 R 해리 기자가 쓴 평가노트를 살펴보자. “인피니티 M 시리즈는 스타일과 실체를 모두 만족시킨다. 이 차는 정확하게 있어야 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동해야 할 것을 그대로 작동해 기대 이상의 기쁨을 제공하는 멋진 순간들을 제공한다.”북미 시장에서 2년간 30% 성장인피니티는 지난 1989년 미국과 캐나다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최근에도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3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닛산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한국닛산은 일본 닛산자동차가 북미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더욱이 자동차 전시장을 지상 6층 규모의 쇼룸 갤러리로 꾸민 것은 전 세계 닛산자동차 대리점 가운데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한국닛산이 선보인 인피니티는 총 5개 차종. 최고급 세단 Q45(340마력, 4.5리터, V8엔진),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 M45(338마력, 4.5리터, V8엔진), M35(280마력, 3.5리터, V6엔진), 럭셔리 스포츠 세단 G35(272마력, 3.5리터, V6엔진), 럭셔리 스포츠 쿠페 G35(280마력, 3.5리터, V6엔진) 등이다. 9월께는 프리미엄 크로스 오버 SUV인 FX45(312마력, 4.5리터, V8엔진)를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 2006년형 인피니티 M은 기동성 예술성 기술성을 모두 갖춘 한국닛산의 주력 차종으로 지난 5월 ‘CAR AND DRIVER’가 조사한 비교 시승에서 세계 최고 8개 자동차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M45 모델에는 혁신적인 ‘Rear Active Steer’(RAS)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RAS 시스템은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을 높여 최고의 주행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이 밖에 수동변속 및 다운시프트 레브매칭(Downshift rev-matching) 기능을 갖춘 첨단 5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넓은 실내에는 최신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그 외에 버튼으로 시동을 켤 수 있는 최첨단 기능 키, 인스트루먼트 패널(계기판, 오디오 등이 있는 운전석 앞쪽의 플라스틱 모듈)과 스티어링 휠(운전자 핸들)에서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7인치 LCD 스크린 차량정보 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 또 주행안정 조정장치(VDC), 파워 슬라이딩 선루프, 10개 방향으로 움직이는 운전자 좌석, 좌우 독립형 듀얼 에어컨, 최첨단 에어백 시스템(AABS), 모니터를 통해 후방을 볼 수 있는 리어뷰 모니터 등도 장착돼 있다. V6엔진 세계 10대 엔진 11년째 선정프리미엄 크로스오버 SUV인 FX는 고급 자동차의 편안함과 SUV 특유의 역동성을 모두 갖췄다. 9월부터 공식 판매에 들어갈 예정인 FX는 FX45와 FX35 두 개의 모델로 나눠진다. 두 모델에는 모두 스포츠카의 강력한 엔진이 장착돼 있다. FX에는 성능형 플랫폼(Performance Platform), 지능형 AWD(Intelligent All-Wheel Drive)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소형차에서만 나타나는 세밀함을 느낄 수 있다. 지능형 AWD 시스템은 운전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도로 조건에 따라 최상의 운전이 가능토록 한다.FX45에는 인피니티 Q45의 340마력 4.5리터 V8엔진이, FX35에는 인피니티 G35 스포츠 쿠페와 스포츠 세단에도 들어간 V6엔진이 장착돼 있다. 또 4륜 벤티드 디스크 브레이크, 차량 전복을 감지해 자동으로 커튼 에어백을 작동하는 전복감지 센서와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아울러 가변 밸브 타이밍 기능이 있고 알루미늄 합금 V6엔진은 ‘Ward’s Auto World’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10대 엔진’에 11년 연속 선정돼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럭셔리 세단인 Q45는 위험사항을 미리 감지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프리-크래시 기술을 적용했으며 티타늄 밸브를 갖춘 4.5리터 V8엔진은 동급 최고인 340마력을 낸다. 꼬불꼬불한 길에서도 정확하고 안정된 승차감을 보장하는 ‘액티브 댐핑 서스펜션’은 Q45만의 자랑이다. 또 2006년형 인피니티 G35 럭셔리 스포츠 쿠페는 운전자 중심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280마력 3.5리터 V6엔진과 알루미늄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공기역학을 최대한 고려, 외부를 디자인함으로써 굴곡이 심한 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G35 스포츠 쿠페에는 수동 변속 기능이 포함된 5단 자동변속기, 17인치 알루미늄 휠, 연속 가변 벨트 타이밍 컨트롤, 2단계 프런트 에어백,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 등이 기본 사양이다.인피니티에는 닛산자동차만의 독특한 애프터서비스인 TOE(Total Ownership Experience) 시스템이 적용된다. TOE 시스템 때문에 닛산자동차는 미국 자동차조사기관인 JD파워에서 실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실시할 예정인 TOE에는 모빌리티 개런티 서비스, 24시간 긴급 서비스, 무료 대차 서비스와 무상 점검 및 차량 관리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최고급 세단 Q45가 1억300만원, M45가 7900만원이며 프리미엄 크로스 오버 SUV FX 시리즈 중 FX45가 7850만원, FX35가 6450만원이다. 또 럭셔리 스포츠 세단 G35가 4990만원, 럭셔리 스포츠 쿠페 G35가 5450만원이다. 한국닛산은 올해 판매 목표를 700대 정도로 책정했으며 내년에는 2000대, 2010년께는 전체 수입차 시장의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시승기닛산 자동차 최첨단 기술의 총집합 Q45 Q45는 닛산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최고가 모델. Q45는 전형적인 일본차의 모습을 띠고 있다. 외관은 그리 튀지 않지만 인테리어나 엔진에는 섬세함이 배어 있다. 겉모습이 주는 느낌은 간결하다 못해 평범하다. 동급사양인 아우디 A8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시동을 켜니 운전자석과 핸들이 운전자 체형에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후방 구동 시 7인치 LCD스크린에서는 뒤편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운전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레그룸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느낌이다. 다만 시트의 편안함이 주행 시의 피로를 크게 줄여주는 것 같다. Q45를 끌고 고속도로로 나가봤다. 액셀러레이터를 약간만 밟았는데 이내 계기판의 속도계가 시속 100㎞를 훌쩍 넘어섰다. 예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속 100㎞에서 들리는 엔진소음도 크지 않았다. 인피니티의 자랑인 티타늄밸브와 토크 디맨드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곡선주로로 들어가 보니 핸들의 움직임이 가볍게 느껴졌다. 운전자석과 보조석 중간에 있는 센터페시아(오디오 에어컨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는 다소 복잡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1시간 정도를 주행하다보니 장치의 복잡함보다는 Q45의 기술력에 매료되었다. 역시 인피니티 Q45는 ‘기술닛산’의 최선두에 선 대표 차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