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모델 각축…현대차 올 1분기 판매 선두
중국의 고가품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인구의 1%에 해당하는 1300만명이 국내외에서 고급 브랜드 제품과 귀금속 등을 구입하고 있고 그 시장 규모가 무려 20억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고가 브랜드는 중국 시장 전략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예를 들면 저장성 항저우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자영업 남성이 애용하는 셔츠는 이탈리아의 고급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다. 회사 출장 중 홍콩의 브랜드 매장을 방문해 이 고급 의류를 구입했다. 팔뚝에는 스위스의 고급 시계인 바슈롬 콘스탄틴 한정 모델을 착용하고 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 정도. 세계에서 100개만 한정 판매해 구미 등에서도 구입하기 어려운 모델을 상하이에서는 살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중국 고가품 소비자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 고가품 매출액 중 중국인의 소비에 의한 것은 현재 10% 정도, 금액으로는 연간 2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고가품 소비의 최대 시장은 매출액의 40%를 점하고 있는 일본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은 연간 60%씩 커지고 있어 앞으로 10년이면 일본을 제치고 고가품의 최대 소비국이 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은 GDP(국내총생산)의 안정적 성장과 젊은층의 고가품 지향 확대 등 요소로 인해 “중국의 고가품 시장은 약속된 시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국의 고가품 소비자는 크게 나눠 2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한다. 소비의 핵은 연해부의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자본가다. 이들은 평생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안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만장자 이상 부호는 약 25만명중국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자산액이 1000만달러 이상인 대부호는 약 1만명, 100만달러 이상은 23만5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통계당국에 잡힌 것이고 실제로는 그 10배인 2300여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14억 인구 중에서 극히 소수에 속하는 이 계층이 내륙 빈곤층의 십수년 분의 연간 수입에 상당하는 수만위안짜리 의류와 일용품을 일상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유층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상하이시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브랜드 전문 쇼핑몰인 ‘프라자 66’이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 쇼핑몰에서 고가의 가방과 보석을 사거나 해외로 나가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중국인의 자국 내 고가품 소비는 겨우 6분의 1로, 나머지는 해외 여행지인 홍콩과 유럽 등에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중국 해외 여행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일본인보다 10%를 상회해 세계 톱 자리에 올랐다. 마이카 붐과 더불어 초고가 모델 수요도 급증, 고가품 소비 증대를 잘 보여 주는 것은 자동차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AC닐슨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 거주하는 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년도의 1.5배에 해당하는 전체의 9%가 머지않아 마이카 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는 마이카 보유 비율이 세 도시에서 8~22%까지 증가했다. 닐슨은 중국의 마이카 수요가 향후 자동차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도시지역의 승용차 수요가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자동차 보유율 폭발적으로 증가중국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2002년에 2005년의 목표를 웃도는 325만대를 달성했고 2003년에는 444만대까지 급증했다. 그 중에서도 승용차 생산은 1998~2003년 약 네 배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10년에는 연간 생산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이 된다. 중국시장의 잠재성은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의 대 중국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 규모를 개괄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모터쇼다. 2005 상하이모터쇼를 통해 나타난 양상은 역시 중국이 세계 최대 잠재시장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실제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특히 중국인들은 큰것을 좋아한다. 큰것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것을 선호한다. 자동차도 고급차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그런 소비 성향을 파악한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난 봄 상하이모터쇼에서 대표적인 모델들을 전시했다. 그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특히 세계 그 어느 모터쇼보다 다양한 모델들을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세계 5대 모터쇼는 그 지역 시장에 맞는 모델들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것이 보통인데 상하이모터쇼에는 중국 현지 메이커들이 내놓은 모델까지 등장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흔히 말하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각 브랜드 라인업들이 모두 동원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또 특정 대형차가 많다거나 SUV가 강세를 보인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의 뉴 파사트와 푸조 307 시리즈, 피아트 팔리오, 현대 엘란트라 등의 중소형차들도 빠짐없이 선보이고 있다.전세계 자동차업체 각축 벌일 듯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페라리와 마이바흐, 벤틀리 등 30만달러가 넘는 울트라 슈퍼 럭셔리 카들도 대부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거대하고 그 중에서 고가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BMW는 이미 중국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말부터 중국에서 럭셔리 모델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 메이커 중 포드는 올해 말 중국시장에 출시 예정인 포커스를 비롯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파이브 헌드레드와 2도어 포커스 컨셉트카, 링컨 제퍼, 내비게이터 등으로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GM은 뷰익을 필두로 시보레, 캐딜락, 오펠, 사브 등 거의 모든 브랜드를 망라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베이징지프로 이미 중국 소비자들과는 친숙한 메이커인데, 그러한 힘을 배경으로 최근 붐이 일고 있는 SUV 세그먼트 모델들과 작년부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크라이슬러 300시리즈 세단으로 중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들은 최근 반일 감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은 어느새 3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 1분기 판매에서 폭스바겐과 GM을 제치고 선두에 올라 업계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중국시장 베스트셀러 모델인 엘란트라를 비롯 쏘나타, 투스카니, 그리고 지난 6월에는 투싼을 투입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 자동차 등록대수가 1억4000만대 증가해 전체적으로 2억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시장을 잡기 위해 2004년 GM과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르노닛산 등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국에 130억달러를 투자해 2010년까지 생산 규모를 세 배로 늘리려 하고 있다. GM은 2004년 베이징오토쇼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중국에 3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자금은 연간 생산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데 사용하며 20개가량의 뉴 모델과 업그레이드 모델을 출시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지난해 가을 1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규모를 늘리고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누가 더 많이 투자하는가 경쟁하는 것 같은 양상이다. 이 ‘별들의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는 그동안의 법칙과는 다른 양상을 통해 가늠될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인 동시에 무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