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파워풀하게…때론 우아하게… 국민 배우 채시라

TV드라마 ‘애정의 조건’의 금파는 한 없이 순종적인 여인상을 대변했다. 반면 ‘해신’의 자미부인은 남자 못지않은 기세로 권력과 부를 쥐락펴락하는 여장부로 그려졌다. 이 상반된 캐릭터의 인물을 모두 소화해낸 여배우가 채시라다.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배역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변신의 명수’로 불린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얻고 싶어 하는 이 별명은 그녀를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우뚝 자리매김시킨 키워드일 것이다.곱고 친절한 아가씨’. 그녀는 첫 인상부터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진기자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채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에 곰곰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진정한 프로는 이래서 아름다운가 보다. 채시라는 지난 1982년 모 학생 잡지의 표지 모델로 테이프를 끊은 뒤 1984년 가나초콜릿의 CF 모델로 나서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로 연예계에 데뷔한 지 23년째다. 그러나 단지 활동을 오래했다고 프로는 아닐 터다.“어린 시절에는 겁이 많고 꽤나 내성적인 성격이었지요. 그런 성격이 어느 틈엔가 외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주위에선 적극적이고 근성이 있다고 그러죠. 아마도 제가 했던 일들의 대다수가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난 것 같아요. 저는 새 작품에 출연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그런 마인드로 일하다보니 대부분 결과가 좋았고, 저 자신도 계속 발전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잃지 않을 겁니다.”잊혀지지 않는 여배우로 남기 위해 변신 거듭할 터그녀는 가슴이 따뜻하다. 6년째 꾸준히 사회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는 청소년 사회봉사 체험캠프를 다녀왔어요. 봉사를 하면서 정신지체아의 이를 닦아주고 세수시켜주고 밥도 먹이고 했죠. 취재하러 왔던 기자분이 놀라는 눈치였어요. 브라운관에서 봐 오던 제 이미지와 선뜻 조화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실은 딸 채니를 키우면서 몸에 밴 것들이라서 어색하지 않았는 데도 말이에요.” 그녀의 딸 채니는 올해로 5살이다. 배우가 아닌 채니의 엄마로서 몇 점이냐고 묻자 90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매기는 채시라. 실제로 그녀는 평소 시간이 날 때면 모든 열정을 채니에게 쏟을 정도로 딸에 대한 사랑이 깊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연구한다는 그녀는 요즘도 틈만 나면 육아에 관한 책을 펼쳐든다. “사람들은 제가 집에 가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채니에 관한 일이라면 모두 직접 제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려요. 아이를 낳기만 했다고 부모가 될 순 없어요. 좋은 부모가 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부모가 되는 학교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입학하고 싶답니다(웃음).”그렇다면 아내로서의 채시라는 몇 점일까. 기자의 질문에 선뜻 80점이라고 말하는 그녀.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남편에게 소홀한 점이 많다고. 원래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요리할 시간이 없어 자연스레 외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예전엔 종종 집에서 스테이크나 스파게티 등을 손수 만들어 먹었으나 요즘엔 갈치조림할 때 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낭패를 보기 일쑤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영락 없는 여염집 아낙네의 모습이다. 그녀의 웰빙은 음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사 먹으며 콩, 나물, 해산물 등 몸에 좋은 자연식품을 즐긴다고 귀띔한다. 또 남편인 가수 김태욱도 소문난 ‘미식가’여서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를 즐길 줄 아는 집안이라고 소개한다. 이렇듯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는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니의 동생을 갖기 위해서다. 평소 적어도 둘까지는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애정의 조건, 해신 등 굵직한 활동이 끝난 후라 본격적으로 실천에 들어가기로 했단다. 그래서 일단 올해 말까지는 드라마 활동을 자제할 생각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미부인의 여장부다운 기운이 단번에 느껴진다.웨딩서비스 사업하는 남편 적극 내조지금은 잠시 쉬는 중이지만 팬들은 톱스타 채시라를 그냥 놓아두질 않는다. 해신의 중국 진출로 얼마 전 대만에 다녀왔고 해양수산부의 바다홍보 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또 다양한 광고 촬영과 인터뷰 등으로 바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특히 이번에 촬영한 의류 광고는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남편인 김태욱과 함께 광고 모델로 섰기 때문. 이틀 동안 촬영하면서 데이트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그녀는 항상 남편에게 감사한다. “남편과 제가 같은 계통에 종사하고 있어 좋은 점이 많아요. 때론 매니저로, 어떤 때는 ‘술상무’ 역할도 담당해 주죠. 드라마나 음반활동을 할 때 서로에게 냉정하게 조언해 줄 수 있고 이 계통을 아니까 이해의 폭도 넓죠. 든든한 ‘빽’이 있는 느낌이에요.”그녀의 재테크는 독특하다.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스란히 은행에 저축한다. 대신 남편의 사업이 잘될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남편 김태욱은 잘나가는 인터넷 웨딩서비스업체인 아이웨딩의 대표다. 아이웨딩은 지난해 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100억원이라고 귀띔한다. 대표가 연예인인 만큼 스타들이 이 회사를 많이 이용한다고. 이승엽, 최용수 등 스포츠 스타와 박신양, 김창렬 등 연예인들이 모두 아이웨딩의 도움을 받아 결혼식을 올렸다. 최근 결혼한 한가인과 연정훈 커플도 이 업체를 통해 백년가약을 맺었다. 평소 채시라와 친분이 있던 한가인이 아이웨딩을 이용하게 된 것. 채시라가 남편의 사업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패션쇼 통해 새로운 모습 보여줄 터숨가쁘게 달려온 그녀는 지금 또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오는 9월에 있을 빅 패션쇼에 메인 모델로 서는 것이다. 그녀가 모델로 서는 패션쇼는 이영주부티크 대표인 디자이너 이영주(위 사진 왼쪽)의 10주년 기념 가을·겨울(F/W) 컬렉션. 그녀와 10년 지기인 디자이너 이영주의 10주년 패션쇼라는 의미가 특별한 무대여서 축하해주는 마음에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여성스럽고 품위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이영주 디자이너의 의상을 좋아한다. 색감과 디자인 등이 마음에 들고 비즈가 많이 들어가서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특히 디자이너 이영주의 드레스는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즐겨 찾아 입는 베스트 아이템이다. 9월6일 공항터미널 예식장에서 개최되는 이 패션쇼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특별공연과 신개념의 주얼리 브랜드인 페르티바의 주얼리 전시도 함께 이뤄진다. 특히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 마련이라는 좋은 취지가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채시라는 설명한다. 그녀는 이번 무대를 통해 섹시하면서도 기품 있고 우아한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배우 생활 23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그녀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인다. 작품을 마친 후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고. 최근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묻자 드라마 해신이 국제 에미상 8대 드라마에 선정됐을 때라고 한다. 아름다운 프로 채시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함박 웃음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