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 김병건 BK성형외과 원장 성공노하우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3C가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우선 ‘만족(contentment)’이다.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알면 성공한 것이다. 두 번째는 ‘평온함(calmness)’이다. 아무리 성공했다고 여겨도 마음에 평온함이 없으면 성공이라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관계(connection)’다. 자신을 둘러싼 사랑하는 사람들과 성공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3C를 모두 갖춘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호 석세스 스토리의 주인공인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43)은 3C를 두루 갖춘 자산가로 꼽는 데 손색이 없었다. 그는 개업의 가운데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의사이면서 주식투자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자. 비트컴퓨터 투자 20억 차익지난해 9월 주식시장에서는 비트컴퓨터 주식을 왕창 왕창 사들이는 ‘슈퍼개미’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슈퍼개미’가 유명 성형외과 의사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화제는 더욱 증폭돼 나갔다. 지난 7월 이 ‘슈퍼개미’에게 다시 시선이 쏠렸다. 지난해 9월 이후 주당 700~1000원대(액면가 500원)에 사들였던 비트컴퓨터 주식 150여만주(지분율 11.57%)를 2000~3000원대에 매도,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이다. 김 원장은 우연한 계기로 투자에 나서 ‘작은 성공’을 거뒀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이라는 것이다.“제가 비트컴퓨터 제품을 써본 의사로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여 매입한 것입니다. 지난해 이 회사 주가가 700원대까지 내려간 것을 보고 매입을 결심했습니다. 꽤나 저평가돼 있었던 셈이지요.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의 경영 능력을 평소 알고 있었던 데다 회사 실적이 탄탄하다는 걸 그 회사 제품을 쓰면서 알게 됐습니다. 비록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해도 주가가 100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원장은 지난해 8월께 700원대이던 비트컴퓨터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800원대에 주로 매수했으며, 1000원대에도 일부 사들였다. 이렇게 사들인 주식이 150여만주에 달했다. “지난해 9월8일 비트컴퓨터 지분율이 5%를 넘어섰습니다. 이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제 존재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그때 이미 800원대에 주로 매수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꽤 수익이 났지만 당초 투자할 때 2000원대가 적정주가라고 판단하고 매수했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주식투자에 나서기 전 설정했던 목표가 2000원은 1년이 채 안된 올 6월27일 장중에 돌파했다. “당초 투자에 나설 때 예상했던 것과 달리 2000원대가 빨리 왔습니다. 비트컴퓨터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다 여러 회사와의 업무 제휴 등을 통해 활발한 사업을 벌인 게 주가에 긍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 원장이 전자공시를 통해 신고한 매도내역을 보면 6월28일 3만6000주를 시작으로, 이후 조금씩 팔다가 7월13일부터 본격적으로 매도했다. 결국 20여일 만에 보유하고 있던 150여만주 전량을 처분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800원대에 주로 매수한 것을 감안하면 20억여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주식투자의 고수들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목표가와 투자금액을 설정하고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연연하지 않는다. 김 원장 본인은 투자에서 아마추어라고 부인하지만 주식투자 고수와 다름없는 투자를 한 것이다. 투자기간을 따로 설정하고 안달하지도 않았다. 투자자금은 장기로 묶여도 무관한 자금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가의 움직임에 연연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중국 의료시장 진출 문제로 예전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주식에 신경쓸 여력도 없었다.평소 상장사 뉴스 꼼꼼하게 모니터링김 원장이 대거 주식을 처분한 이후에도 비트컴퓨터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왜 그는 보유 주식을 과감하게 처분했을까.“지금 주가(취재 시점인 7월 초 4000원대였음)는 고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컴퓨터가 1분기 중 흑자전환했지만 전체적인 의료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계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회사가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지겠습니까. 또 비트컴퓨터가 투자한 서울 왕십리 민자역사가 미분양됐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곳에 30억원을 투자했고 지급보증액이 100억원 들어가 있는데 엄청난 악재인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사옥인 비트빌을 팔지 않았다면 부동산 활황과 인근 삼성타운 공사로 건물값이 폭등했을 것입니다. 자산가치 상승의 기회도 놓친 데다 그 지역 임대료가 많이 올라 지출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급등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역시 그는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투자에 대해 전문가 뺨치는 식견과 안목을 갖고 있었다. 투자하는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데다 평소 회사 관련 뉴스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원장은 비트컴퓨터 주식 매매를 통해 번 돈을 고스란히 병원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병원에서 얻은 수입 대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다.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병원 최고경영자(CEO)로서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BK성형외과는 국내 3대 성형외과의 하나로 꼽힌다. 성형전문의 7명에 마치과 전문의가 따로 있다. 간호사를 포함하면 병원 식구가 40여명에 달한다. BK성형외과가 처음부터 날개를 단 것은 아니었다. 개업 당시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 한 층 중 일부를 임대해 시작했다. 다른 동료의사들과 출발은 비슷했다. 그러나 그의 깔끔한 마무리와 세련된 진료 스타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환자가 늘어났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대학교수 재직 시절 친분을 맺었던 후배 의사들을 영입했다. “우리 병원은 결과로만 승부합니다. 구성원의 참여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병원 경영 상태를 공개합니다. 병원장으로서 오직 결과만 갖고 환자와 의료진을 만난다는 각오입니다.” 이런 경영 방침이 회사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성형외과 간 과열 경쟁이 전반적인 병원 경영 환경을 위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경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국내 성형외과 시장을 평정한 김 원장의 다음 목표는 중국. 2년 전 중국 상하이에 병원을 세우고 1년 동안의 허가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루이리성형미용병원(Beauty China Medical Center)을 개원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성형외과 전문병원도 열었다. 중국BK성형외과가 ‘큐브아이엔시’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그 회사가 중국에 투자하는 형식이다. 김 원장은 ‘큐브아이엔시’의 대주주이다. 현재 한국 BK성형외과 4배 면적의 빌딩을 구입, 성형외과 전문병원으로 꾸몄다. “중국 시장은 국내 시장을 능가합니다. 다만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2주에 한 번씩은 중국을 직접 오가고 있습니다.”국내 최고의 성형외과에 중국 시장 진출까지 이룬 김 원장. 그의 명성과 경영능력이면 종합병원을 세울 만도 하다. “종합병원이요? 실력도 부족하고, 그저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외과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담담한 대답이었다.모든 재산 사회에 환원할 터BK성형외과는 금싸라기 땅인 신사동 5층짜리 건물에 들어서 있다. 이 건물은 김 원장 개인 소유다. 2000년 건물주를 끈질기게 설득해 25억여원에 사들였다. 그의 유일한 부동산 투자란다. 이 건물 역시 올해 초 인근 부동산에서 60억원에 팔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잘 되는 사람은 뭘 해도 잘 된다는 말은 김 원장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김 원장은 소득세를 가장 많이 내는 개업의로 알려져 있다. “투명하게 경영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모든 환자에 대해 철저하게 세금신고를 하고 같이 일하는 모든 직원이 병원 경영을 알 수 있게 공개합니다. 그래서 세무조사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금 문제나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한눈을 팔 수 없지요.” 김 원장의 부인은 서울고등법원 판사다. 장인은 변호사다. 그의 결혼 과정을 보면 저돌적인 추진력을 엿볼 수 있다. “후배 어머니가 소개해서 만났습니다. 처음 보고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다섯 번째 만난 날 결혼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11번째 만난 날 약혼식을 했고요, 15번째 만난 날 결혼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최고의 미인입니다. 남들은 아니라고 그러지만요…. (웃음)”김 원장의 부친은 김동철 이화여대 명예교수다. 그는 각각 한 살 터울의 4남매 중 둘째다. 첫째인 누나 부부만이 대학교수이고, 셋째인 여동생은 ‘일산서울내과’ 원장, 매제는 ‘룩성형외과’ 원장이다. 막내동생은 ‘웃는내일치과’ 원장이고, 동생 부인 역시 치과의사다. 김 원장만 제외하고는 모두 다 학과 수석이었다고 한다. 처갓집 역시 화려하다. 장인어른은 예상해 변호사이고 봉욱 대검과장과는 동서지간이다. 친가와 처가 모두 명문집안이다. 그렇다면 집안의 도움도 적지 않게 받았을 텐데. 김 원장은 손사래를 친다. “1992년 결혼을 할 때나 1995년 개업을 할 때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저희 3남매가 개업을 했는데 모두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다. 지난해 BK장학재단을 설립해 사회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BK장학재단은 필생의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재산은 뛰어난 인재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 비교해도 가장 성실하고 능력이 출중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뛰어난 사람일수록 외국으로 이민갈 생각만 하고 있는 나라가 된다면 앞날은 매우 어두울 것입니다. 제가 병원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모두 한국을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장학사업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 비트컴퓨터에서 얻은 투자 수익도 이곳에 많이 사용할 예정입니다.”김 원장 본인은 부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쓰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 전 부자가 아닙니다. 골프회원권도 없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또 그 돈을 다시 병원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재산이 제 건가요? 모두 사회에 환원할 재산이기 때문에 사회재산입니다.” (실제로 인터뷰를 마치고 길거리에서 다시 우연히 마주친 김 원장은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의 수수하고 검소한 복장이었다) 병원이면 병원, 주식이면 주식, 손대는 투자마다 성공을 이끌어내는 김 원장. 가히 의료계 ‘미다스(midas)의 손’이라고 부를 만하다. 김 원장은 2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친 후 수술대기 중인 환자가 있다며 양해를 구한 뒤 황급히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해지는 것은 왜일까. 그에게서 진짜 부자 코드랄 수 있는 3C가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