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평 보증금만 10억…80대 내인생 요람”

인 N실버타운에서 ‘몸짱 할아버지’로 통하는 이찬인씨(79)는 내년이면 산수(傘壽)를 맞는다. 종심(從心·70)과 희수(喜壽·77)가 지난 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그의 삶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이씨는 벌써부터 겨울이 기다려진다. 겨울은 노인들에겐 피하고 싶은 계절이다. 이곳저곳 쑤시는 데가 많은 데다 행여 눈길에 넘어져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 마음은 벌써 인근 양지스키장에 가 있다. 그는 이곳 실버타운에서 스키동호회 회장까지 맡고 있는 ‘스키 마니아’다. 지금도 상급코스를 즐긴다는 그는 스키 시즌에 대비해 매일 아침 1시간씩 청명산에 오른다. 80년대 제일증권(현 한화증권) 대표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금융계에 몸담아 온 그가 실버주택에 입주한 것은 지난 2000년. 방배동 자택을 장남에게 물려준 뒤 부인과 입주한 것.“나이를 먹으니까 자식들에게 신세지기가 싫어지더군요. 때마침 지금 살고 있는 실버타운 입주광고를 보고 바로 입주를 결정했습니다. 자식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찾아오기 때문에 적적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집은 이곳에서도 ‘명당’이다. 거실 커튼을 열면 전면에 신갈저수지가 펼쳐진다. 아침 5시30분에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타운 뒤편에 있는 청명산을 1시간 정도 산책한다. 이 때문인지 잔병치레가 거의 없다. 아침 식사를 한 뒤 10시께 자신의 농원으로 차를 몰고 간다. 6000평 규모의 이 농원에선 정원수를 키우는데 이씨는 자식 돌보듯이 나무가 잘 자라는지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물론 직원이 따로 있다. “실버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고 상주 의료진이 건강을 관리해 주는 데 있습니다. 6개월마다 자체 의료센터(Nursing-room)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2년에 한 번꼴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기에도 그만이죠.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 시간도 좋습니다.”이씨가 살고 있는 N실버주택은 30평형대부터 70평형대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여기서도 가장 큰 72평 으로 보증금 10억원에 월 임대료만 250만원이 훌쩍 넘는다. 30평형대도 보증금 2억원에 월 임대료 150만원을 내야 한다. 웬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고는 입주하기가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실버주택도 마찬가지다. 실버주택 운영의 성공은 노인들 간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동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편이다. 그가 활동 중인 동호회는 스키를 비롯해 골프, 탁구, 수영, 등산 등 다양하다. “제가 살고 있던 방배동 집은 지금 큰 아들이 살고 있죠. 언젠가는 들어가야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푸르른 자연 속에서 노년의 멋을 찾는다는 게 서울에서는 쉽지 않거든요. 어젯밤 늦게까지 캐나다에 있는 손자와 채팅을 하느라고 약간 피곤하네요. 가사노동이 따로 필요 없는 것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