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임금님에게나 올랐던 수라상을 서울 중심에서도 받아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왕조시대가 지났어도 고관대작들만 드나들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삼청각이 맛과 멋을 고루 갖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이곳에 찾아가도 좋다. 가을에 들러 보면 그 맛이 더 살아날 터다.대자연의 품에 안겨 전통 한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이제 굳이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 중심부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으면서도 그야말로 전혀 외딴 대자연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연 삼청각은 전통한식당‘이궁’을 통해 한국 고유의 맛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만든 도심 속 휴양 공간이다. 총 여섯 채의 전통한옥이 북악산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속에 자리잡고 있어 공기가 맑고 운치도 있다. 일품요리의 명가 ‘이궁’이궁은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한식을 제공한다. 박정희 정권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회합하는 장소인‘안가’로 활용됐던 이곳은 현재 파라다이스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궁의 음식들은 파라다이스 부산호텔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정식이 주 메뉴다. 게다가 북악산 맑은 정기를 받은 약수와 100% 국산 콩으로 직접 담근 자연 재래식 장류로 요리해 그 맛이 남다르다. 점심 코스인 낮상과 저녁코스인 수라상 외에도 일반정식, 일품요리 등의 다양한 메뉴로 손님을 맞고 있다. 이곳의 음식은 정갈하면서도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조리한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껍질째 쪄서 먹기 좋게 알맹이만 나오는 대하찜은 겨자 소스와의 궁합을 맞춰 미각을 자극한다. 동그랗고 납작한 생김새로 달오름전이라고도 하며 단호박의 향과 찹쌀가루의 쫀득한 맛이 잘 어우러져 후식으로도 일품인 단호박 부꾸미도 입맛을 당긴다. 두부와 새우 등으로 맛을 낸 모듬전 또한 전통 한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단이며 담백하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 고소한 맛 때문에 젓가락을 든 손이 쉴 새 없이 바빠진다. 식사 전에 간단한 체질테스트를 통해 개인별 한방차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위층 라운지 ‘다소니’는 한국 고유의 전통차와 전통주 및 와인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맛과 멋을 선보이고 있다. 16년 경력을 자랑하는 박경식 주방장(44)은 파라다이스 부산 호텔 출신으로 조리 관련 대학과 고등학교 등에 강의를 나갈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요리 실력을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이궁의 또 다른 장점. 이곳 주방장이 이궁 요리의 특징과 음식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살짝 공개했다.웰빙식단, 주방장 추천요리“이궁에는 상견례나 개인 손님들도 많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시내 호텔에서 묵고 있는 외국인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궁의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식사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 맑고 깨끗한 삼청각의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그렇다면 주방장의 추천요리는 무엇일까. 그는 MONEY 독자를 위해 두 가지 음식을 추천했다. 첫 번째 요리는 전복해삼채. 맛이 뛰어나고 영양분이 풍부한 전복과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는 해삼은 예로부터 임금님께 바치던 최고의 진상품이었다고. 이 두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전복해삼채요리는 보혈하면서 몸의 열기를 떨어뜨리고, 정력을 강하게 한다 하여 임금님에게 특별히 만들어 올렸던 음식이다. 다음 음식은 삼합초다. 전복과 해삼 그리고 홍합의 궁합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바다 특유의 맛과 향을 담고 있다. 구중궁궐의 갑갑한 생활에 지친 임금님에게 바다의 싱그러움과 활기를 주기 위해 만든 음식이다. 삼청각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맛있는 전통한식 만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전통예술 레퍼토리 전용관인‘예푸리’에서는 연중 상설공연인‘바람의 도학’을 공연하고 있다. 안견의‘몽유도원도’를 배경으로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삶과 풍류, 그리고 그의 비극적 운명을 춤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국내 최초의 여성 춤극이기도 하다. 또 70~8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회갑연, 돌, 세미나 손님과 단체 외국인 관광객 등도 맞이할 수 있다. 청천당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곳은 천추당. 영화‘스캔들’이 촬영되기 전 배용준이 예절교육을 받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관광객들이 이곳을 빠뜨리지 않고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 천추당은 다례교육장으로 이용된다. 이 밖에 취한당이 규방공예 체험장으로 사용되는 등 삼청각은 먹고 마시며 즐기는 풍류의 공간으로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교육장의 역할도 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측은 숲에 안긴 듯한 동백헌을 숙박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당국의 허가가 아직 나지 않아 일반인들이 이곳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삼청각을 가려면 대중교통편이 없어 자가용 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무료이며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경복궁, 인사동 입구, 을지로 1가 삼성화재(롯데호텔 건너편), 교보문고 정문 앞 등에 정차한다.고요한 삼청각의 산책로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국악의 선율, 싱싱한 풀냄새는 도시생활에 지친 이에게 마음의 풍요와 깊은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또한 예스러운 한옥들에 둘러싸인 돌담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 전으로 날아온 듯한 즐거움도 발견할 수 있다.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짧게나마 이곳을 찾아 가슴을 쫙 펴고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셔 보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갈 것이다.전화 (02)765-3700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2동 주차 차ㆍ식사 고객은 무료, 공연관람객은 3000원 오픈 점심시간 오전 12:00~오후 3:00, 저녁시간 오후 6:0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