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는 친목을 도모하거나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사교 모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파티는 서양식 잔치인 셈이다. 파티문화는 90년대 들어 해외 유학이 급증하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파티 스타일리스트’라는 신종 직업까지 생겨났다. 파티문화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의사 변호사 등 상류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 계층의 사람들은 늘 일반인과의 차별화를 꾀하게 마련이며, 이런 생각이 새로운 파티를 기획토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자녀를 위한 ‘노블 키즈 파티’, 부모님을 위해 꾸미는 ‘포 마미(For mommy) 파티’, 태어날 아이를 위한 ‘베이비 샤워’ 등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파티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노블 키즈 파티는 친구 사귈 시간조차 없이 바쁜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친구 만들기 파티다. 노블 키즈 파티 시간에는 테이블 매너와 요리 등을 부모와 함께 배우는 ‘위드 맘 앤드 대디 쿠킹 파티(With mom and daddy cooking party)’,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테마 파티(Theme party)’ 등이 마련된다. 포 마미 파티는 장성한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부모의 친구들을 초대해 마련하는 파티다. 우리의 잔치는 풍성한 먹거리와 장소가 좋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파티는 다르다. 파티를 즐기는 부자들은 먹거리와 장소만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뭔가 특별한 사람만을 모이게 하는 파티는 없을 까’하고 늘 고민한다. 신분 인격 가치 등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부합된 계층과의 사교장으로 파티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타일리스트를 고용, 자신을 최대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장소 섭외에서부터 전체적인 기획과 컨셉트까지 일임하기도 한다. 장소도 다양해져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호텔은 더 이상 특별한 파티 장소가 아니다. 일부 상류층에서는 저택과 갤러리, 고급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연다. 그날의 파티 성격에 따라 의상 집기 음식 등을 선택한다. 최근 고객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진행했던 돌 파티와 돌잔치를 예로 들어보자. 이날 돌 파티에서 필자는 돌상에 기본인 교자상을 과감히 없애고, 결혼식이나 약혼식에서 볼 수 있었던 꽃으로 내부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또 2단 케이크와 여러 종류의 과일들을 소담스럽게 담아 케이크 접시에 올리고 화려한 꽃과 풍선으로 마무리했다.풍선의 색깔은 은색과 청보라색 등 두 가지만 사용했다. 심플함과 세련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음식 또한 핑거 푸드와 시각적으로 독특한 음식을 주문했다. 답례품은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스티커와 카드, 봉투 등을 준비했다. 스티커에는 첫돌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의 이름과 캐릭터가 특별히 디자인됐고, 테이블 크로스, 꽃 장식은 아이의 한복 및 턱시도의 색상과 조화를 이루도록 특별 제작했다. 좌석 하나하나에 네임 카드를 놓았고, 꽃장식과 디저트, 와인 병 등엔 아이 이름의 돌잔치 라벨을 제작, 부착했다. 파티와 잔치의 가장 큰 차이는 음식 외적인 부분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먹거리를 푸짐하게 제공하되 배부른 음식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벤트와 실내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파티의 성공을 결정하는 열쇠다. 그렇다고 해서 파티를 무조건 서구적으로 세련되게 연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잔치는 고리타분하고 파티는 세련됐다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한 범위에서 초대한 사람이나 초대받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자리가 진정한 파티다. 그렇기에 파티의 중심은 사람이고 사람을 중심으로 음식과 각종 이벤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손님들에게 편안함을 주되 주제에 맞춰 잘 정리된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사 참석 인원수, 연령, 성별, 성 비율, 날짜와 시간, 장소, 행사 목적, 예산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스케줄 표를 작성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 있었던 한 파티를 예로 들어본다. 칵테일 파티로 진행된 이날 파티에는 특별히 중국 황실에서 마셨다는 ‘톄관인(鐵觀音)’이라는 차가 제공됐다. 톄관인은 우롱차와 비슷한 맛을 가진 차로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도 않은 향과 맛을 지녀 처음 차를 맛보는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은 차였다.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지자 행사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던 기억이 난다. 퓨전 스타일로 파티를 준비했던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번은 불고기를 상추가 아닌 파이 컵과 과자 컵에 담아 제공했다. 컵 안 불고기에는 아스파라거스를 얇게 썰어 얹었다. 이처럼 파티는 서양의 형식을 빌리더라도 음식 등 내용물을 우리 것으로 채워도 분위기가 살아난다. 행사 당일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성격에 맞는 정성이 가득한 맛있는 음식과 깨끗하게 정리되고 꾸며진 공간 연출일 것이다. 더 나아가 손님에게 나누어줄 작은 답례품을 준비한다면 바쁜 시간을 기꺼이 허락한 손님에 대한 따뜻한 마음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답례품은 행사 공간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요즘은 이런 모든 것을 대행해 주는 곳이 많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파티 대행 장소 또는 파티 스타일리스트에게 도움을 받으면 착오 없이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대받은 사람은 대접을 받는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그 파티의 한 부분이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더 부드럽고 따뜻한 이상적인 파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