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인수로 술시장 천하통일 주가 7년만에 14배나 ‘껑충’

이트맥주는 주류업종 대표주자다.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았다. 지난 1973년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이후 30년 넘도록 적자를 낸 적이 한번도 없다. 주가도 회사 성장과 함께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매년 배당도 해 오랫동안 주식에 돈을 묻어두는 장기 투자자들에겐 안성맞춤인 종목이다.이런 하이트맥주가 최근 증시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소주시장 1위업체인 진로를 인수, 주류시장 전체를 평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소주와 맥주, 양 시장의 선두 업체가 합쳤으니 경쟁자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강자’가 탄생한 셈이다. 일각에선 진로를 인수하는 데 3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자금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주가가 낮았을 때 하이트맥주에 투자했던 일부 외국인들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상승한 만큼, 현 시점에서 이익실현 물량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장기보유 성향의 외국인들과 최근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한 국내 기관들은 하이트맥주의 장기 전망에 주목하며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하이트맥주가 가치투자의 대가인 피터 린치의 ‘10루타 종목(10년 안에 10배의 수익을 안겨주는 종목을 뜻하는 월가의 은어)’에 해당되는 유망주라며 장기보유를 추천했다.하이트맥주 주가는 지난 1998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당 1만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듬해 1만원대로 올라선 이후 매년 그야말로 45도 각도로 상승세를 지속, 2005년 10월 현재 14만원대로 올라 있다. 7년 만에 무려 14배나 상승한 것이다. 단순 산술평균으로 잡아도 매년 2배씩 뛴 셈이다. 덩달아 시가총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50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현재 2조4000억원 대로 늘어나 거래소시장의 초대형주들만 모아놓은 ‘코스피(KOSPI) 50’ 안에 진입했다.시가총액 2조4000억…Kospi50 진입주가 상승 과정을 유심히 살펴봐도 계단식 장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이 확연히 나타난다. 보통 기업들의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봐도 실적의 변동에 따라 등락을 하게 마련이다. 비록 실적이 좋다 하더라도 업황 경기 사이클이나 전체 주식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오르내림을 반복한다.그러나 하이트맥주 주가는 98년 이후 시장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계단식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가령 99년 주당 1만원 대로 올라선 주가는 1년 만에 무려 3배로 급등한 이후 2000년까지 2년 간 3만원 대에서 횡보세를 보이다 2001년에 5만원 대로 한 단계 레벨업 됐다. 또 이후 2년 간 옆걸음을 하다 2003년에는 8만원 대로 또 한 단계 점프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또 박스권에 머물다 올 들어 3단계 업그레이드를 통해 14만원 대로 치솟았다. 일정기간 내공을 쌓은 후 한도까지 차면 질적으로 한단계 승화하는 전형적인 계단식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하이트맥주 주가가 7년 간 14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는 90년대 후반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본격적인 성장기로 진입했다. 이후 꾸준한 실적 증가세가 이를 보여준다. 98년 이후 이 회사 매출액은 매년 평균 20%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매년 꾸준히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주세(酒稅)를 매출액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 순이익은 지난 2000년 700억원 대에서 2002년 1049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도 1101억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회사 내부에 쌓아둔 이익 잉여금도 2000년 1294억원에서 2001년 1826억원, 2002년 2868억원, 2003년 3813억원, 2004년 4706억원으로 불어났다.맥주·소주시장 절대강자로 군림하이트맥주의 기업가치를 보기 전에 우선 국내 주류시장 특성을 살펴보자. 국내 주류시장 추세를 보면 ‘웰빙’ 트렌드를 반영, 맥주 와인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전체 주류산업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주 비중을 추월했다.또 대표적인 주류인 소주와 맥주의 경우 지역마다 시장 점유율이 다르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지난 1992년까지 시행된 ‘자도주 제도(각 지역의 주류도매상들은 그 지역 제조업체가 생산한 소주를 50% 이상 판매해야 하는 제도)’의 영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와 OB맥주로 양분된 맥주시장의 경우도 직접 자도주 제도를 적용받지는 않았지만 지역별로 다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그 지역에 세금을 내는 회사의 맥주를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막연한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현재 하이트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57.45%(2005년 상반기 기준)로 경쟁관계인 OB맥주(42.55%)를 앞선다. 지난 1898년까지만 하더라도 OB맥주 점유율이 월등히 앞섰으나 1999년을 기점으로 하이트가 추월하기 시작, 갈수록 점유율 격차를 벌이고 있다. 대체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OB맥주가 앞서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모두 하이트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자도주 제도 영향을 받은 소주시장은 지역별로 각각의 브랜드(가령 전남은 보해, 경남은 무학 등)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진로가 수도권에서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다.결국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는 맥주, 소주 시장 1위업체가 합쳐져 주류시장의 절대강자가 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앞서 살펴봤듯이 두 회사는 각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관계다. 가령 하이트가 경상도 지역에서 9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40% 수준으로 낮다. 이에 비해 진로는 수도권에서는 점유율이 90% 이상이지만, 지방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하이트의 진로 인수 후 양사는 장기적으로 서로의 유통망과 브랜드력을 활용, 전국 단위의 점유율을 향상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소주와 달리 맥주의 경우 브랜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를 계기로 수도권에서 OB맥주에 비해 열세에 있는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두 회사 모두 종합주류유통 도매상이라는 동일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드는 경쟁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진로지분 10% 모건스탠리에 매각하이트맥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로를 인수하는 데 든 돈은 3조428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원은 하이트맥주가 사채를 발행해 진로에 대여해 주는 형태이고, 나머지 2조4288억원은 유상증자 형태로 진로의 자본금에 납입될 금액이다. 2조4288억원의 유상증자 규모 중 하이트맥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52%(컨소시엄 내 지분만큼) 정도인 1조2678억원이며 이미 발행한 CB(전환사채) 3000억원과 보유현금 흐름을 고려해도 8000억원 이상을 추가 차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진로 인수대금이 과도하며, 하이트맥주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시각이 제기됐다.그러나 비용보다 이익이 크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에 따른 이익과 비용을 따져보면 충분히 플러스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진로가 매년 벌어들이는 영업이익(2000억원 수준)과 진로 인수에 따른 하이트맥주 영업이익 증가, 지분법 평가익 증가, 시장점유율 상승에 따른 경쟁 비용 완화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더욱이 최근 진로에 대한 일부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비용마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하이트맥주는 최근 진로 지분 10%가량을 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2672억원가량의 현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또 진로는 향후 자본잠식상태 해소 과정에서 덩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자본금을 줄이는 유상감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하이트맥주는 이 과정에서 추가로 3000억원 정도를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이트맥주의 진로 실질 인수 금액은 6629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번에 지분 10%가량을 매각해도 여전히 41.85%의 지분율을 유지해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전문가들은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이 진로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로 2006년 64%, 2007년 66%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마케팅 비용의 매출액 대비 비중은 2006년 10.7%로, 2007년에는 다시 10.3%로 하락하고 운송비도 각각 4.2%, 3.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하이트맥주의 2006년과 2007년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24.8%,33.6%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2006년과 2007년 맥주에 대한 주세가 현재의 80%,72% 수준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순매출 단가의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주가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5년 예상실적 기준 1.8배로 업종대비 저평가된 상태다.전문가들은 하이트맥주의 진로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2006년부터는 하이트맥주의 제2의 성장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국내 주류업계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만큼 장기적으로도 회사 성장가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하이트맥주는 2007년까지 연 10%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간 이후 안정 궤도에 올라서 2015년까지 매년 평균 3∼5% 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진로 인수에 따라 159%로 늘어난 순부채비율도 이익 증가에 따른 잉여현금흐름 개선에 따라 2006년 86.3%, 2007년 68.7%로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