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중대형ㆍ역세권 아파트 등 '장밋빛'

기업 기획담당 임원인 김모씨(49)는 요즘 얼굴에 화색이 돈다. 4년 동안 해외지사 근무를 마치고 석 달 전 돌아와 보니 가지고 있던 아파트 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그가 투자한 아파트는 강서구에 있는 L아파트. 당시만 해도 이 아파트는 전체 물량의 50% 이상이 미분양된 상태였다. 김씨는 이 아파트로 큰 돈을 벌 줄은 꿈에도 몰랐다. 35평형이어서 노후 대비용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 아파트는 ‘효자’가 됐다. 1억8500만원에 분양받았던 이 아파트는 현재 4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상승률로만 환산해도 4년 간 무려 143%나 된다. 미운 오리새끼가 하루아침에 백조로 뒤바뀐 격이다.앞으로 단기투자는 사실상 불가능부동산 시장에 장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정책 등 외부환경의 변화가 장기 투자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치고 빠지는 식의 단기 투기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 그렇다고 애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단기 투자가 성행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의 성격이 짙다. 값이 급변동하지 않는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묻어놓고 보자’는 식의 투자 패턴을 보여 왔다. 부동산 시장에 ‘단타’ 투자가 나타난 것은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한 분양권이 가계의 골칫거리가 되면서 정부는 급기야 1999년과 2000년 분양권 거래와 분양가 자율화 조치를 단행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치고 빠지는 식’의 단타 거래가 성행하게 된 것. 특히 분양권 거래는 투기세력의 먹이 감으로 전락돼 심각한 폐해를 불러일으켰다. 당초 정부는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거래를 허용했지만 이 제도는 이후 ‘묻지마 투자’의 전형으로 전락해 버렸다. 지난 2003년 용산 시티파크를 분양할 때 계약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했으며 상당수 물량이 당첨과 동시에 소유자가 바뀌는 등 전형적인 단타 거래가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투기과열지구 내에서의 분양권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8·31대책으로 택지지구 내 공급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를 구입했을 경우 수도권은 10년, 기타지역은 5년 간 분양권 거래가 금지된다. 전용면적 25.7평 이상 아파트는 수도권이 5년, 기타지역은 3년 동안 거래가 금지된다. 분양에서부터 입주까지 평균 2년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분양 물량은 모두 단타 거래가 불가능하다. 투기가 기승을 부렸던 토지시장도 마찬가지다. 토지거래허가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허가받은 토지의 의무사용기간을 농지는 6개월→2년, 임야는 1년→3년, 개발사업용 토지는 6개월→4년으로 강화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일정 기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매매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가 됐다. 부동산 자녀증여도 장기투자 사전포석현재로선 보유기간을 5~10년으로 늘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 규제가 미치지 않는 틈새를 찾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장기 투자로 투자 패턴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금 중과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장기 투자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1가구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들은 지난해 말과 올 초 사이 자녀, 부부 증여를 통해 주택 수를 대거 줄인 상태다. 김종필 세무사는 “2003년 10·29대책 발표 이후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방침이 알려지면서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선택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본인 사망 후 상속 방법을 상담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재산으로 물려줄 것을 감안하고 아예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대주택자 등록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2채 이상을 3년 이상 보유한 세대주의 경우 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정부가 5채 이상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세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줄 방침이어서 3~4 채를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2~3 채를 추가로 구입해 임대사업자로 변신을 모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 채 이상을 보유한 임대사업등록자 수는 2003년 9월 9075명에서 2004년 9월 1만1153명, 2005년 9월에는 1만313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물론 장기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도 양도세 중과세를 받지 않을 뿐 보유기간과 양도차익에 따라 9~36%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때문에 보유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충분히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단기적인 호재가 있는 곳보다는 장기로 묻어두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투자 1순위’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뱅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8월 대비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상승률(81.5%)보다 높았던 아파트는 316곳으로 집계됐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35평형은 지난 2000년 5월 평당 매매가가 785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187만원으로 181.9%나 급상승했다. 성수동 성수현대아파트 32평형이 460만원→ 2214만원(181.4%), 이촌동 현대아파트 32평형은 656만원→1828만원(178.6%),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36평형은 805만원→2180만원 (170%)으로 값이 올랐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졌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여전히 우선 매입 대상이다. 예전과 같은 단기 급상승을 기록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재료만 있다면 세 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장기 투자처로는 어디가 좋을까. 대형건설사가 지은 대규모 아파트와 강남권 등 유망지역, 역세권 등 교통 여건이 잘 발달된 지역의 아파트는 장기로 묻어둬도 일정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 밖에 일반분양 공급 부족으로 희소성이 커지고 있는 강남권 중대형 평형도 여전히 투자대상으로 유망하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사이에 강남으로 이사하려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쪽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이들 단지는 1회 정도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물만 나온다면 즉시 구입해 장기 보유해야 한다. 고밀도 아파트 단지 투자매력 여전단기투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재건축아파트는 전체적으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기본계획이 발표된 고밀도아파트 중 기존 용적률과 허용용적률 간 차이가 50% 이상 되면 매입을 모색해 봐야 한다. 용적률이 상승하면 소형 평형 의무비율, 후 분양에 따른 투자 손실을 감안해도 투자가치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반포 고밀도지구 내 한신아파트 6차의 경우 기본용적률은 170%이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허용용적률은 250%이다. 저밀도지구에서는 기본용적률이 100%에 불과한 개포 고덕 둔촌지구의 물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층수 제한이 현안으로 걸려 있지만 서울시와의 협의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재개발구역 중에서는 3차 서울시 뉴타운 등 사업진행 초기에 있는 물량을 집중 매수해야 한다. 토지의 경우 혁신클러스터, 광역교통망, 국책사업이 진행 중인 인근 지역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오너스코리아 정훈록 대표는 “특화산업지구으로 지정됐다고 해도 주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곳이 있다”면서 “구입한 뒤 10년 이상 장기로 묻어둔다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