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즐겁게 빠지면 프로되죠”
‘당신의 모닝 파트너.’발랄하고 재치 있는 말투로 출근길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때로는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마력(魔力)의 소유자. KBS 황정민 아나운서는 멀티플레이어다. 그녀는 귀염둥이 막내 같은 첫인상의 소유자다. 그러나 연기자를 뺨칠 정도로 변신에 능수능란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사계가 묻어 나 있다.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그녀의 캐릭터는 후배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벌레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예쁘고 귀여운 그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제나 청취자들의‘모닝 파트너(morning partner)’이고 싶어요.”지난 10월12일 그녀가 진행하는‘황정민의 FM대행진(KBS2 FM)’이 방송 7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이 프로그램은 같은 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황 아나운서의 맑고 명랑한 목소리와 톡톡 튀는 진행솜씨가 만들어낸 결과다. “아침방송은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을 예열해 주는 시간입니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지 않은 중간 정도의 템포로 사람들을 깨워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청취자들을, 청취자들은 저를 서로‘모닝 파트너’라고 불러요. 청취자들도 방송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진행하는 저도 두 시간 동안 즐거워요.”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매일 6시30분께 방송국에 도착한다는 그녀는“아침 방송은 자신에게 활력을 주는 의식(儀式)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일벌레다운 표현이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 이후 ‘VJ특공대’‘좋은나라 운동본부’‘도전 지구탐험대’ 등의 진행자로 잇따라 발탁됐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황 아나운서는 1993년 KBS에 입사, 올해로 방송생활 13년째다. 인기 비결을 묻자 “즐기려고 한다”는 답이 날아왔다. “아버님이 어릴 적부터 느긋하게 생각하고 인생을 즐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옳은 것 같아요. 제 좌우명인 셈이죠.”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자주 드러내는 편이다. 개성파인 셈이다. “방송에서도 틀에 박힌 말을 하지 못해요. 제 생각을 가끔 그대로 털어놓습니다. 그래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요. PD나 작가가 새로운 코너를 구상할 때 저와 그 코너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싫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제 속내가 청취자나 시청자에게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편이지요.” 짜증나는 일도 있을 터다. “공인이라는 것은 최선의 컨디션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해나가면 되는 것인데 가끔 개인적인 시시콜콜한 것까지 인터넷에 공개되고 얘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이 답답하지요.” 이런 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있지요.건강한 육체가 맑은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 초기에는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인생도 마라톤이라고 생각하면 좋아하는 일을 밤새도록 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지요. 방송이 없을 땐 주로 운동을 하면서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요가와 등산을 주로 하지요. 특히 요가는 마음까지 함께 수련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동료들은 스트레스 받으면 술 마시러 간다고 하지만, 전 요가 하러 갑니다. 요가를 하고 나면 심각하게 생각했던 일이‘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의 평화가 깃들이지요.”‘독일 지성의 명품’ 아이그너 마니아황 아나운서는 방송가에서 소문난 스타일리스트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방송인의 사명 아닌가요. 사명 의식이 있으면 일단 절반은 멋쟁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벌의 옷보다는 스카프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줍니다.”그는 독일 브랜드인‘아이그너’ 마니아다. “아이그너는 화려하게 빛나기보다는 단아하고 깨끗한 이미지라 좋아합니다. 1~2년 쓰고 나면 싫증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오래될수록 좋은‘친구’같습니다. 독일 지성의 명품이라 불리는 아이그너는 뛰어난 품질과 개성적인 스타일로 상류계층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독일의 세계적인 브랜드죠.”아이그너는 무엇보다 행운의 말발굽 모양인 로고로 유명하다. 아이그너 이름의 첫 글자에서 따온 A자 로고는 더 이상 자신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브랜드 이름이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고객들까지도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싶어 할 정도로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연애관을 들어봤다. 그녀는 아직 싱글이다. 그녀가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은 ‘싱글 클럽’소속의 대학 동기들이다. 그래서 배우자를 만나는 게 더뎌지는 게 아닐까.“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일부러 미룬 것도 아닌데 일에 빠져 살다가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따뜻하고 재미있고 귀여운 남자’를 좋아합니다.”알뜰한 이미지의 그녀의 재테크 솜씨는 어떨까.“금융회사에 다니는 친구 도움으로 주식투자와 은행 저축을 조금 하는 정도예요. ‘노(老)테크’를 말할 정도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으니 만큼 앞으로는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동안 아무 대책 없이 살아 온 셈이에요.” 웰빙은 음식과도 관련이 깊다.‘깜찍이’의 식단이 궁금했다.“주로 한식과 일식을 즐깁니다. 요즘엔 인도음식도 가끔 먹지요. 음식 종류로는 떡볶이, 알밥, 간장게장 등을 좋아합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먹는 게 맛있게 먹는 키워드죠.”그녀의 별명은 ‘정마니’. 여자 이름에 ‘만’이나‘팔’을 붙이는 게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정이 많아서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고.“방송 생활 13년이 훌쩍 지나간 느낌입니다. 방송은 싫증나지 않는 게 특징이지요. 방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점점 깊어지고 있으니까요. 전문적인 분야를 개발해 방송인으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영화나 문화 관련 프로그램 쪽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녀는 방송에 인생의 승부를 걸 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