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엘리엇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던 4월입니다.‘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는 그 계절입니다.개인적 소감이지만 엘리엇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는 요즘의 세계경제 상황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황무지는 1차 대전 이후 유럽에 나타난 신앙의 부재, 정신적 황폐화 현상이 그 배경 화면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회의와 자국 이기주의, 도처에서 빚어지는 모럴 해저드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보다 미시적 시각에서는 특히나 앞에 인용한 시의 도입 부분이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듯한 느낌입니다. 3월 위기설이 수그러들자 꺼져가던 부동산 가격이 움찔하고(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증시에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형성되면서(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고) 외환위기 이후 벤처 버블 때의 대박 신화 재연을 꿈꾸는(추억과 욕정을 뒤섞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소생의 계절이 왜 엘리엇에게는 ‘잔인한 달’이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황무지의 주민들에게 진정한 재생이 아닌 순환적인 삶의 반복은 오히려 저주”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4월은 엘리엇의 4월이 아니라 진정한 재생이 시작되는 4월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이런 소망을 담아 제작한 4월호 MONEY는 두 개의 커버스토리를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 커버스토리 ‘The Mystery of Dollar’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가 달러 공급을 엄청나게 늘렸음에도 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지,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등을 심도 있게 짚었습니다. 두 번째 커버스토리 ‘진흙 속 진주 찾기:미분양 아파트 투자’에서는 부동산 전문기자들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중 투자전망이 좋은 아파트를 선별해 소개했습니다.이 밖에 국내 최연소 증권사 CEO인 이현승 SK증권 사장,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고 최선호 화백이 연재하는 ‘아트 오딧세이’ 시리즈도 시작했습니다.MONEY가 마련한 풍성한 읽을거리로 생동감 있는 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편집장 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