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병풍처럼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아파트로 꽉 찼던 여의도, 압구정, 이촌동 일대는 5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밤이면 공원 곳곳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로 한강은 서울 시민들의 축제장으로 변신한다.애틀에서 부동산 중개회사를 운영하던 김명선(65·가명) 씨는 2018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에 터를 잡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는 수차례 고민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살 집부터 마련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여의도.그가 여의도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강·남북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데다 집 주변을 한강이 둘러싸고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 살 때부터 강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변 주택을 좋아했다. 그가 미국에서 살던 곳도 시애틀의 최고 부촌 벨뷰(Bellvue)의 머다이나(Medina)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MS 고위 임원진 상당수가 이곳에 대저택을 마련해 놓고 있다. 머다이나의 대저택들은 집집마다 개인 요트들을 구비하고 있는데 그도 휴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워싱턴 호수와 멀게는 태평양 연안까지 배를 타고 나가곤 했다. 그가 여의도에 집을 구한 이유도 머다이나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시간만 나면 그는 차를 타고 용산 요트 선착장으로 나가 요팅(Yachting)을 즐긴다. 지난주에는 큰맘 먹고 경인운하를 거쳐 서해 앞바다까지 나갔다. 간혹 신문을 통해 요즘 아시아 신흥 부자들 사이에 중국 칭다오에서 요트를 타고 서울 용산을 오가는 것이 인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그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없다.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도 1년에 두세 번씩 한국을 다녀갔지만 세계 5대 경제 대국을 꿈꾸는 한국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병풍처럼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아파트로 꽉 찼던 여의도, 압구정, 이촌동 일대는 5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밤이면 공원 곳곳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로 한강은 서울 시민들의 축제장으로 변신한다. 고층 아파트 사이 푸르른 남산과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김 씨의 두 아들은 현재 외국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상암동 DMC와 용산 국제 업무단지로 출퇴근하고 있다. 특히 용산은 옛 철도기지창이 대거 재개발되면서 서울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지하철 3개 노선과 경부고속철, 신공항철도 등이 모두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등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을 자랑한다. 620m의 초고층 빌딩과 업무, 상업, 유통 복합시설이 어우러진 것도 서울의 자랑거리다. 한때 미군기지였던 자리에는 대규모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며 2015년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된 후 현재 2045년 완전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하화된 강변북로는 시민공원으로 탈바꿈된 지 오래며 여의도와 용산은 모노레일로 연결되고 있다. 이번 주 그는 요트를 몰고 마곡지구 워터프런트까지 나갈 생각이다. 가양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대가 변했지만 수도 서울은 여전히 교통지옥이다. 이 때문에 그는 한강의 정취도 즐길 겸 시간이 나면 배를 몰고 큰딸이 사는 압구정동과 친구가 사는 강서구 가양동을 돌곤 한다. 가다 지루하면 시민공원으로 변신한 합정동 옛 당인리발전소에 들르기도 한다.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 위스키 한잔이 생각난다. 어김없이 업체에 전화를 걸어 요트 대리 기사를 부른 그는 객실 냉장고에서 아이스박스와 스카치위스키를 들고 갑판에 누워 온더록스 한 모금을 입술에 적신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