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펀드 투자 기본 수칙

대 주부인 김모 씨는 요즘 적립식 펀드 투자를 일단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다.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 브릭스 펀드, 차이나 펀드, 국내 주식 펀드 등에 매월 150만 원씩 투자해 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수익률이 폭락하면서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렇게 가다가는 2~3년 안에 쓸 딸의 결혼 비용이 모자랄 것 같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는 요즘처럼 주가가 떨어졌을 때 더 적극적으로 해야 나중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알지만 원칙대로 하자니 당장 써야 할 딸의 결혼 비용이 문제다. 김 씨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참고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해야 할게 아니라 일단 적립식 투자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여유 자금이 없다면 적립식 투자를 줄여 남은 자금으로 딸의 결혼 비용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일단 결혼 비용은 중·단기적인 사안이므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금리가 높은 은행 특판 상품이나 저축은행 상품 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김 씨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비단 주식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하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은 언제든지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으며 그 시기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후회하게 되는 것이지 당시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김 씨의 시행착오는 투자하기에 앞서 충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누구나 결혼해 자녀를 낳아 기르고 은퇴한 후 노후를 보내는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을 갖는다. 또 이혼했다거나 장애우 자녀가 있는 등 사정에 따라 특수한 상황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이 같은 라이플사이클에 따른 기간별 재무 목표를 분류하고 그에 따른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씨의 경우 이러한 계획 없이 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결국 시행착오에 빠지게 된 것이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가 원칙이지만 김 씨와 같이 재무 목표가 변경됐을 경우에는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를 교체하거나 포트폴리오을 변경하려고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당초 투자 계획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연일 신문 등을 통해 ‘주가 폭락’ ‘경기 침체’ ‘글로벌 경제 하락’ 등의 제목만 보다 보면 투자를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이러한 생각을 실행하기에 앞서 펀드와 주식 종목과의 차이에 대해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 종목은 수익률이 주가와 연관된 단 하나의 실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장에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투매가 이뤄지곤 한다. 이에 반해 펀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여러 투자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의 장점은 분산 투자에 있다. 포트폴리오 내 몇몇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자산에 의해 가격 하락이 상쇄돼 포트폴리오의 자산 가치가 덜 하락하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펀드는 주식 종목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사거나 파는 것이 유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그렇다면 펀드 환매나 포트폴리오 조정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나 조정을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재무 목표가 달성됐거나 변경됐을 때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했다가 자칫 어긋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무 목표 달성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재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한 펀드에 계속 투자해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펀드 투자의 목적은 특정 펀드나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의 충성도를 실험해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자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펀드 환매나 교체를 고려할 수 있다.첫째, 펀드의 수탁액이 급격하게 감소할 때다. 수탁액이 줄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판매사에 문의해 수탁액 감소 이유를 따져보고 다른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한다. 둘째,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변경된 경우 역시 펀드 변경을 검토한다.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다소 거창하게 말하자면 투자 목표에 맞는 수익을 기대하면서 펀드매니저나 운용사의 전문성과 투자 철학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바뀌면 펀드의 운용 전략이나 철학, 운용 구조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셋째, 펀드가 장기간 저조한 성과에 그치고 있다면 이 역시 펀드 교체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펀드인데 코스피지수보다 장기간 낮은 성과를 보인다면 다른 주식 펀드로 옮길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다소 모호한 면이 없지 않다. ‘저조한 성과’에 대한 정의가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1년 이내 펀드의 수익률이 낮다면 서둘러 환매할 필요는 없다. 단지 펀드가 단기적인 시장 변동을 겪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2년 이상 저조하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펀드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 이때는 펀드 수익률을 적절한 벤치마크나 유사한 펀드의 수익률과 비교해 평가한다. 벤치마크란 펀드 평가의 잣대로서 주식 펀드의 경우 코스피지수 등을 말한다. 펀드에 가입할 때 받게 되는 투자 설명서를 자세히 보면 벤치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이 밖에 미리 정한 포트폴리오가 변경됐을 경우 펀드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 상승으로 주식 펀드의 비중이 처음 투자를 시작했던 것보다 늘어났다면 이를 환매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채권 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 놓는 식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 주식 펀드의 비중이 줄었다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늘어난 채권 펀드나 MMF에서 늘어난 부분만큼 환매해 주식 펀드에 채우기도 한다.이렇게 미리 정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방법을 ‘포뮬러 플랜’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의 일부분을 현금으로 환매해 수익을 확보하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에는 오히려 투자를 늘려 적립식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결국 포뮬러 플랜은 소극적인 위험 관리 전략이 아니라 위험 감소를 통해 투자 수익을 제고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인 셈이다.다만 이 방법은 장기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상당한 금액을 환매해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장기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계속 투자 자금을 늘려나가게 되므로 손실이 증가될 수 있다. 따라서 포뮬러 플랜은 증권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증권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거나 상승하게 되면 투자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펀드를 환매하기로 했다면 한꺼번에 펀드를 환매하기보다는 적립식으로 나눠서 하는 분할 환매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는 만기가 다가올수록 투자 자금을 부분적으로 환매해 이미 달성한 이익을 확보해 나가는 방법이다. 가령 10년간의 투자 기간을 설정할 경우 7년쯤부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투자 자금 중 일부분을 환매하는 방법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펀드 환매, 바로 안 되고 시간이 걸리네!펀드의 환매는 신청한 날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펀드 환매를 신청하면 펀드에 들어 있는 주식이나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특히 해외 펀드는 국내 펀드보다 시장 특성상 더 많이 걸린다. 또 신청 시간과 종류에 따라 환매 절차가 달라진다. 국내 주식 펀드는 4~5일 정도 걸리는데 환매를 신청한 시간이 오후 3시 이전일 경우 다음날 기준가격으로 환매 처리하고 4일째 되는 날 자금을 내준다. 만일 3시 이후에 환매를 신청했다면 이틀 후 기준가격으로 환매 처리하고 4일이나 5일째 되는 날 자금을 돌려준다. 채권 펀드 역시 신청한 시간에 따라 다른데 오후 5시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신청하면 3일째 기준가격으로 그날 출금할 수 있으며 5시 이후에 신청했다면 4일째 기준가격으로 4일째 되는 날 자금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