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부자들의 위시리스트

명성을 인정받은 6명의 아티스트와 6명의 조향사가 일대일로 협업해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 2008년 12월 오픈 예정인 벨기에 앤트워프의 국제 에이즈 교육 센터 설립을 후원하는 프로젝트 ‘식스 센츠: 시리즈 원’으로 기획됐다. 10 꼬르소 꼬모에서 판매.키피디아 백과사전에 정의된 선물에 관한 내용 중 이런 문구가 있다. ‘돈과 물건 등을 상호 교환하는 행위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기여한다.’ 즉,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나와 너’ 혹은 ‘나와 우리’ 사이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바꿔 말해 오고가는 선물의 속성을 간파하면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속한 커뮤니티의 특성까지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깊이 얘기하면 선물은 일종의 미디어다. 주는 이가 받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그러니까 측정 가능한 물질의 형태로 환원해 주는 기능을 가진다. 지금부터 이 전제들을 바탕으로 부자와 리미티드 에디션 선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몇 가지 재미있는 고찰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곧 연말이고, 벌써부터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리미티드 에디션 선물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그것 앞에서 부자들의 지갑이 어김없이 열리기 때문에 더더욱.냉정하게 단언하자면 부자들에게 럭셔리 브랜드의 리미티드 에디션 선물은 가장 손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리미티드 에디션만큼 선물로서 그 의미를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리미티드 에디션은 여러모로 부자들의 구미에 잘 맞춰져 나오기 때문에 둘의 매칭은 그 어느 관계보다 자연스럽고도 긴밀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를 들어볼까. 첫째, 리미티드 에디션의 희소성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 혹은 제품군 내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 안에 꼽히는 희소성 때문에 선물로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금전적으로 환원했을 때 ‘비싼’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으로서의 가치까지 함께 전달해 준다. 리미티드 에디션 선물로,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 ‘아무나’이길 거부하는 부자들의 커뮤니티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강화됨은 물론이다. 가령 국내에 딱 하나 들어왔다는 던힐의 1억 원짜리 만년필 ‘나미키 킹피셔’나 여섯 병만 수입된 1200만 원짜리 글렌피딕 40년산 위스키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돈이 있어도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으로 인해 선물로서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진다.한편 부자와 리미티드 에디션의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로 접근성도 한몫한다. 매장에 비치돼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 브랜드의 단골에게 우선 구매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부자들이 남들보다 앞서서 새로운 명품을 구매하고 선물로 주고받고자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 최근 비즈니스위크 아시아판에는 흥미 있는 기사가 실렸다.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가 인도와 중국 부자들을 겨냥해 마케팅 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도 뭄바이 외곽 지역의 프라이비트한 장소에 엄선된 상류층 멤버 35명이 초대돼 ‘마하라자(인도에서 왕에게 붙이는 칭호)’의 만찬 부럽지 않은 화려한 디너파티를 열었다. 이날 만찬 테이블에는 1999산 돔 페리뇽과 정성껏 준비한 저녁 식사가 올랐다. 파티의 주최 측은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과 모엣 샹동 등의 브랜드를 가진 다국적 럭셔리 기업 LVMH가 그들의 잠재 고객들의 입맛에 꼭 맞는 와인과 위스키를 ‘단독으로’ 제공한 것이다.셋째,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어느 선물 아이템보다 막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얼마 전 페라리가 499대만 한정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페라리 스쿠데리아 스파이더 16M을 보자. 페라리가 그들의 16번째 F1 컨스터럭터즈 챔피언을 획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또 하나. 청담동의 럭셔리 브랜드 편집 매장 ‘10 꼬르소 꼬모’에는 연말 시즌에 맞춰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6인의 조향사와 6인의 디자이너가 각자의 콘셉트를 담아 제작한 이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는 에이즈 기금 마련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의미 있는 가치와 스토리를 담아내는 것은 리미티드 에디션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결혼을 약속하기 위해 반지를 준다거나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처럼 평범한 반지와 꽃이라도 그것이 선물용으로 쓰였을 때 특별한 의미와 뜻을 갖게 되는 것을 떠올려보자. 그냥 향수와 자동차가 아닌 스토리와 의미를 담고 있는 향수와 자동차일 경우 그것을 선물로 받는 이에게 물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까지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선물로서의 가치도 커질 수밖에 없다.넷째, 극소수를 타깃으로 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대중적인 기호 대신 표적화된 고급 취향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세팅돼 있다. 예를 들어 프라다의 커스터마이즈드 남성용 벨트 세트. 조립식 장난감 키트처럼 6개의 버클 장식과 3개의 가죽 줄을 조합해 선물 받는 이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끔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나.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재미있는 투어 상품이 그렇다. 2일 투어에 무려 9000달러나 하는 이 상품의 궁극적인 아이템은 내 골프 실력에 딱 맞춰 제작해 주는 14개의 테일러메이드 클럽 세트다. 첫째날 골프 매거진이 선정한 전 세계 톱 100 골프 강사 ‘찰리 킹’에게 일대일 강습을 받을 뿐만 아니라 MATT라는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골프 실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준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클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클럽을 가지고 18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둘째 날을 마무리하면 끝. 2009년에 총 16회로 진행될 이 투어 상품은 나의 골프 실력을 업그레이드해 줄 맞춤형 클럽을 제작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물이다.다섯째, 리미티드 에디션 선물은 때때로 흔하지 않은 경험과 참여를 제공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자극과 시도를 갈망하는 부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앞서 말한 테일러메이드 투어권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지만, 최근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하늘 위의 식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디너파티를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라’라는 브랜드의 마케팅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18층 건물 높이의 공중에 떠서 식사를 하는 ‘아찔한’ 경험은 받는 이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고도 남는다. 22인용 테이블과 의자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육중한 기중기가 놓이는 곳이라면 미국 내 어디든지 세팅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야경을 선택해서 환상적인 뷰를 마주 앉은 이에게 아낌없이 보여줄 수 있다. 하이엔드 퀄리티의 문화나 상품이 갈수록 물질적인 소유가 아닌 경험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이미 다양한 것들을 누구보다 먼저 체험하고 누려 본 상류층이 더욱 새로운 자극을 찾고 있기 때문에 하늘 위의 식사처럼 극소수의 상류층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 상품은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받으면 기분 좋은 것이 선물이다. 물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그것이 받는 이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주는 이의 마음과 정성, 시간과 노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태생부터 여느 상품과 달리 ‘콧대 높은 위치’에 놓인 리미티드 에디션은 ‘플러스 알파’의 가치까지 갖고 있다. 대중보다 이것에 좀 더 닿아 있는 상류층이 세상에 한정된 가치를 당당하게 선물로 내밀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IWC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내놓은 포르투기스와 7일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최초로 결합된 투르비옹 시계. 로즈 골드가 250개, 플래티넘이 50개 한정 생산돼 판매된다.일본의 펜 업체 나미키사와의 협업을 통해 100% 수공으로 제작된 던힐의 나미키 킹피셔 리미티드 에디션. 18캐럿 골드의 펜촉, 펜대에는 물총새가 우아하게 새겨져 있다. 전 세계 25개만 생산하는 것으로 국내에는 딱 한 개만 들여왔다. 가격은 1억 원대다.글렌피딕 증류소 설립 12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120병 한정 출시된 글렌피딕 40년산 레어 컬렉션. 한국에는 단 6병만 들어왔으며 병당 가격은 약 1200만 원대다. 1702년 루이 14세 때 파리의 방돔 광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플레이스 방돔 컬렉션. 나폴레옹의 명언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란 문구가 펜대에 새겨져 있다. 페라리가 그들의 16번째 F1 컨스터럭터즈 챔피언을 획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 전 세계 통틀어 딱 499개만 한정 생산돼 판매될 예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찔한 디너파티. 18층 건물 높이에서의 저녁 식사다. 환상적인 뷰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은 22명의 특별한 이름을 호명해 보시라. 세상 그 어느 것보다 화끈한 연말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100개 중 스물 아홉 번째 컬렉션인 티 세트와 베르사체 홈 컬렉션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샬롬 암체어. 오직 피노 느와르로 만들어진 크루그 클로 당보네 1995. 모엣 헤네시가 전 세계 3000병만 한정 생산하는 샴페인이다. 국내에는 오직 12병만 들어왔다. 병당 가격은 400만 원대다. 받는 이의 스타일이나 취향을 고려해 6개의 버클 장식과 3개의 가죽 벨트를 옵션처럼 선택할 수 있게 한 프라다의 남성용 벨트 리미티드 에디션 선물 세트. 프라다의 시그니처인 빗살무늬 프린트가 새겨진 소가죽 패턴의 케이스에 담아 준다. 독일 필기구의 명가 그라폰 파버 카스텔은 해마다 ‘올해의 펜’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는다. 2008 올해의 펜은 펜대에 레몬향이 나는 나무를 입혀 만들었다. 가격은 300만 원대다. 엘지 사이언 시크릿 폰 블랙 라벨로 한정 판매될 예정인 골드 타탄과 바이올렛 리미티드 에디션. 유리강화, 타탄 소재로 만들어져 충격에 강하며 500만 화소 카메라 기능을 탑재했다. 테일러메이드 기술자들의 테스트를 통해 골프 실력을 분석,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에게 꼭 맞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 14개의 테일러메이드 골프 클럽 세트를 맞춤 제작해 주는 투어 서비스. 2009년 스케줄은 총 16회뿐.손지혜 LUEL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