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시장이 기나긴 침체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정부가 6·11 지방 미분양 대책을 시작으로 최근 11·3 대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쉼 없이 완화책을 내놨지만 부동산시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환율 주가 금융 건설 물가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걸친 경기 침체의 정도가 외환위기 당시와 비견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데다 투자 심리마저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경매시장도 경기 침체, 부동산시장 침체의 파고를 넘을 수는 없었다. 일반 매물도 많은데 굳이 번거로운 경매로 살 필요가 있겠느냐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매시장에서의 낙찰가율 하락 폭은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강남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외환위기 막바지인 2000년 당시보다 더 낮았다. 낙찰가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는 더없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아파트 낙찰가율은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100% 내외의 고공 행진을 거듭하다 일반 시장 침체가 강남권에서 버블 세븐 지역, 서울 전역 등으로 점차 확산되자 이에 영향을 받아 2007년 5월 89.2%로 뚝 떨어졌다.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올해 1월 86.27%를 저점으로 2월 88.67%, 4월 92.07%까지 상승했고 5월에는 92.02%를 기록했지만 효과는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6월 90.81%로 소폭 하락한 후 8월에는 84.48%로 다시 80%대로 진입하더니 10월에는 결국 77.84%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05년 1월 76.04% 이후 3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 낙찰가율에 해당한다. 외환위기 막바지였던 2000년 한 해 수도권 평균 낙찰가율 81.44%보다 5.4%포인트가 더 낮다.강남권(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은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 대출 규제 포화가 강남권을 포함한 버블 세븐 지역에 집중된 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 입주 물량 부담은 물론 미국발 금융 위기까지 겹친 때문이다. 올해 9월 강남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75.11%로 경매 사상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고, 그것도 모자라 10월에는 71.0%로 떨어졌다. 경매 통계가 공식 집계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실제로 지난 10월 21일 강남구 일원동 소재 수서푸른마을 102㎡(31평)가 감정가 9억 원에서 두 차례 유찰된 후 5억 7600만 원에 경매에 나와 감정가의 66.83%인 6억150만 원에 낙찰된 적이 있고, 이보다 앞선 14일에는 강남구 도곡동 소재 삼호아파트 142㎡(43평)가 감정가 12억 원에서 두 차례 유찰된 7억6800만 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단 두 명이 응찰, 7억9250만 원(낙찰가율 66.04%)에 낙찰됐다.뉴타운, 경전철, 재개발 등 각종 개발 호재를 안고 상한가를 쳤던 연립·다세대, 이른바 ‘빌라’는 어땠을까. 2006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빌라는 올 8월까지 수도권 지역 평균 낙찰가율이 110%를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9월 96.16%로 급락하더니 10월에는 92.56%로 더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06년 8월 88.14%를 기록한 이후 26개월 만의 최저치에 해당한다.상가는 외환위기 이후 2002년, 2003년 경제 회복기에 낙찰가율이 70%를 웃돌 때도 있었지만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고착화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60% 내외의 저조한 낙찰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 금융 위기, 고물가 등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상가에 대한 메리트가 감소한 때문에 지난 10월 평균 낙찰가율이 49.27%로 급락했다. 2000년 평균 60.61%에 비해 무려 11.34%포인트 낮은 수치로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참여정부 들어 공급 확대 일환으로 진행됐던 신도시,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대형 국책 사업 등으로 가격이 급등한 토지는 낙찰가율에서도 2003년 이후 90%를 넘나들고, 지역에 따라서는 100% 이상의 낙찰가율을 보이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이후 2005년에 있었던 8·31 대책의 영향을 받아 낙찰가율이 80% 내외까지 뚝 떨어져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다 2007년 들어 아파트 시장 침체에 대한 반사이익, 신도시 개발 보상으로 인한 대토 수요 발생 등으로 토지 인기는 재차 상승하기 시작했다.대선 직후인 1월과 2월은 토지 경매시장이 정점을 이룰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가장 굵직한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예정지를 중심으로 땅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낙찰가율도 1월 106.17%, 2월 101.2%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대운하 건설이 불투명해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최근 그린벨트 해제, 토지 개발·이용(농지 임야 공장)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의 연이은 대책으로 재상승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이처럼 경매시장은 토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낙찰가율이 하향 안정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전체 평균 낙찰가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당시의 64.85%에 비해 8%포인트 이상 높지만 아파트나 상가의 경우를 보면 당시보다 낙찰가율이 더 낮다. 이 정도의 낙찰가율이면 경매시장에서의 가격 및 매수세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판단해도 좋을 듯하다.불황기일수록 경매의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요즈음이 바로 그때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다 입찰 경쟁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시세보다 또는 급매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취득이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끊임없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시장이 불안할수록 매수 욕심을 버리고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가격이 오를 때보다 내릴 때 사라’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투자 원칙이 있듯 굳이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다만 가급적 최대한 저렴하게 부동산을 취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향후에 발생할지도 모를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저렴하게 취득한다는 것은 곧 경매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다. 불황기에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가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재테크 수단, 바로 경매에 그 해법이 있다.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