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침체기의 분산 투자 전략

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투자 시장의 오랜 경구(警句)다. 이번 수익률 폭락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어떤 투자도 항상 좋을 수는 없고 따라서 여러 자산으로 고루 나눠 투자하는 분산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물론 한곳에 집중 투자하면 그 결과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아주 많이 벌 수 있지만 아주 크게 잃을 수도 있다. 반면 여러 자산으로 분산 투자한다면 한꺼번에 그 모두에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지 않아 결과의 범위가 더 좁게 된다. 결국 분산 투자는 요즘과 같은 주가 침체기에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투자 원칙이다.분산 투자가 나눠 투자한다는 데 초점을 둔 용어라면 자산 배분은 어떻게 나눠 투자하느냐의 전략적 의미를 가진 용어다. 따라서 자산 배분이 분산 투자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자산 배분은 크게 4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적정한 주식(Equities: 지분형 투자)과 채권(Fixed-Income securities: 이자 발생형 투자)의 투자 비중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둘째, 적정한 국내 자산과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셋째, 적정한 국내 통화 자산과 해외 통화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넷째, 적정한 전통 투자와 대안 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분산 비중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과 채권에 대한 적절한 투자 배분이다. 이는 주식과 채권의 자산 배분 결정이 장기적인 투자 성과의 대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소홀히해 왔다. 한창 주가가 좋을 때는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또는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 배분만을 강조했을 뿐 주가 하락기에 대비한 주식과 채권의 자산 배분에 대해 신경 쓰지 못했다. 애초부터 주식과 채권 자산으로 적절하게 나눈 투자자라면 최근과 같은 주가 폭락기에 그 고통은 한결 적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싼 가격대에서 투자를 늘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자산 배분은 크게 ‘전략적 자산 배분’과 ‘전술적 자산 배분’ 등 2가지 단계가 있다. 용어가 어려운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이냐 혹은 중·단기적인 관점이냐의 차이다. 즉, 전략적 자산 배분이 5년 이상 변동시키지 않고 가져가는 장기 의사 결정이라면 전술적 자산 배분은 1~2년 이내 일정한 한도에서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중·단기적인 결정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고속도로로 갈지 KTX를 타고 갈지 결정하는 것이 전략적 자산 배분이라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디에 들를지, KTX에서 무얼 하며 갈지 결정하는 것이 전술적 자산 배분이다. 자신의 투자 목표나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한 자산 배분이 전략적 자산 배분에 해당된다. 이는 투자 목표와 기간 등을 감안해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 간의 배분 비율을 정하는 식이다. 이때 주식과 채권의 장기 기대수익률, 물가상승률 등 여러 데이터가 사용되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므로 재무 설계 전문가(FP)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와 달리 전술적 자산 배분은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미세 조정하는 의사결정이다. 중·단기적으로 어느 자산이 더 유리한지 판단해 정해진 범위 내에서 비중을 조정하는 식이다.주식과 채권 투자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채권 투자는 이자와 원금의 지급을 보장하지만 인플레이션 때문에 장기적으로 실질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주식 투자는 역사적으로 자본의 성장과 함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지만 높은 변동성을 갖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감안할 때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바로 투자 기간이다. 즉, 투자 기간이 장기일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가의 변동성보다 더 크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더 많이 할당해야 한다. 투자 기간이 단기일 때는 주가 변동 위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크므로 수익률이 예상 가능한 채권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다만 이러한 투자 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재무 목표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남편이 60세인 한 부부는 “우리는 앞으로 65세에 은퇴할 생각입니다. 은퇴까지 5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짧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채권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은퇴 전 기간과 투자 기간을 혼동한 말이다. 숨겨 놓은 자산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은 은퇴 이후 그동안 투자했던 자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들의 투자 기간은 사망할 때까지로 연장돼야 한다. 평균적인 건강 상태의 남성이라면 퇴직 후 평균 여명이 20년 정도 된다. 20년이라는 투자 기간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가의 변동성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주식이 비중 있게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채권 위주로 운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 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지나치게 낮춰 자칫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문제가 있다.전술적 자산 배분은 주식과 채권의 경합성을 이용한다. 즉, 서로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떤 자산이 더 매력이 있는지 판단해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익수익률(earning yield)’ 개념이다. 이익수익률은 주가를 수익으로 나눈 가치 평가 지표인 주가수익률(PER)을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즉, 수익을 주가로 나누면 구할 수 있다. PER(일반적으로 ‘퍼’라고 읽는다)는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인데 현재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PER가 20배라면 지금과 같은 이익에서 본전이 될 때까지 20년이 걸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PER가 높으면 투자 금액을 회수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이런 PER를 뒤집은 이익수익률은 당시 주가로 투자한 자금 1단위당 주식의 이익을 말한다. PER가 20인 주식이라면 이 주식의 이익수익률은 5%(1÷0.2)가 된다. 채권의 경우 이익수익률은 그대로 이자율이다.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최근 주식과 채권의 이익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PER가 9.81배(10월 10일 기준)이므로 주식의 이익수익률은 10.19%(1÷0.0981)가 된다. 같은 날 채권의 경우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이 5.23%다. 주식과 채권 이익수익률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식이 더 매력적인 상황이므로 전술적으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시기인 셈이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금리 수준을 기준으로 전술적 자산 배분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채권 금리가 5.93% 수준이므로 자산의 59% 정도를 채권 성격의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41%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리 수준이 높아져서 7%가 된다면 자산의 70%를 채권 자산에 투자하고 주식 비중은 30%로 낮춘다. 주식과 채권의 투자 매력 정도를 손쉽게 비교해서 유리한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법이다.다만 지금까지 소개했던 자산 배분 방법은 과거 수익률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절대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투자 지식 수준, 위험 인내 정도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자산 배분안이라도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다면 주가 하락 시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