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 벤처스튜디오코리아 사장
야기(Story)의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창의성이 빛나는 이야기가 광고, 영화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본다. 최근 강남 부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족사진관 벤처스튜디오코리아 역시 스토리가 차별화의 핵심이다. ‘Every Venture tells a story’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벤처스튜디오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전 세계 부유층들의 지갑을 확실히 열고 있다. 비결은 바로 재미, 스토리, 디자인으로 요약된다.가족사진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부모님이 가운데 앉아 있고 그 주변에 형제자매들이 서서 카메라 렌즈를 향해 어색한 웃음을 날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벤처스튜디오의 탄생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획일적인 사진을 거부하고 참신한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렌즈에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가족사진이다.영국 왕실 사진작가였던 브라이언 스미스가 창업한 벤처스튜디오에서 고루함, 식상함, 평범함은 절대 사절이다. 가족사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벤처스튜디오는 지난 2000년 영국 쉬플리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영국 내만 100여 매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홍콩과 미국 등지에 매장을 오픈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3월 청담동에 문을 연 이후 벌써 600여 가족들이 다녀갔다.김숙자 벤처스튜디오코리아 대표는 “우리 회사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장 중시한다. 가족 간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우리 포토그래퍼들이 집중하는 부분”이라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양 산업의 길로 들어선 가족사진관의 존재 의미도 가족, 사랑에서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이 같은 지향점은 스튜디오 곳곳에서 반영돼 있다. 일단 이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가족 모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테마가 있어야 한다. 자녀가 축구를 좋아한다면 온 가족이 축구 선수로 변신한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과 함께하는 사진도 가능하다.소품, 의상이 준비되면 가족 모두가 스튜디오에 들어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1시간 동안 ‘그냥 논다’. 그러다 보면 즐거움과 행복함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포커스에 담긴다. 여기까지가 재미와 이야기다. 디자인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그 다음이다.사진은 e메일을 통해 영국 본사 스튜디오로 넘어가 최고급 코닥 인화지에 인화되고 최고급 액자로 마감하면 벤처스튜디오가 만든 멋진 가족사진이 탄생한다.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인 액자는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디자인연구소가 개발한 제품을 사용한다.“창업자인 브라이언 스미스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천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질문명 속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가족’이라는 개념을 사업과 연관시킨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죠. 그의 발상에 수많은 가족들이 열광을 보내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이렇게 말하는 김 대표 자신도 신 시장을 개척하는 여성 경영자로 유명하다. 1997년 세운 두피 모발 관리 업체인 ‘스벤슨코리아’와 2001년에 설립한 체형 관리 전문 센터 ‘마리프랑스 바디라인’이 그녀의 대표작이다.“설립 직후인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지자 주변에선 당연히 걱정했죠. 당시만 해도 두피 모발을 관리한다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거든요. 저 자신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졌어요. 덕분에 본의 아니게 스벤슨 효과를 톡톡히 경험했죠.”기회는 위기 뒤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스벤슨코리아 설립은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절묘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를 걱정하는 환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2001년에 설립된 마리프랑스 바디라인도 여성들의 체형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점이 어필하면서 대히트했다. 1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직원만 29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고 연간 매출은 300억 원을 기록했다.그녀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정확한 수요층을 설정한 뒤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낙천적인 성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 실패 확률 70%보다 성공할 확률 30%를 중시하는 편입니다. 30%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는 방법에 골몰하죠. 그 다음은 현장 경영입니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선 제 자신이 고객이 돼 봐야 합니다. 가령 스벤슨을 국내에 들여올 때 출시 전 제 스스로가 제품 하나하나를 모두 사용해 성능을 시험했습니다.심지어 어떤 제품은 제가 직접 재료를 배합해 만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좋아야 남들도 좋아한다는 생각에서죠.”벤처스튜디오는 그녀에겐 새로운 시작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휴먼 마케터’ 김 대표는 그래서 오늘도 스튜디오에서 고객들과 함께 행복을 찍는다. 그녀는 1호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2호점을 열 계획이며 일본과 호주 등에도 벤처스튜디오를 세울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